우리는는 지금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1997년말
IMF를 맞이하기 이전의 상황 못지않게 위태로울 뿐아니라, 이라크전쟁 위협으로
인한 세계적 불안국면에 떨고 있으며, 북핵의 문제로 국가안보의 위기상황이
목전의 상황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의 민생은 대구 중앙로역 지하철참사를
비롯한 여러가지 위축상태로 정신적 공황감을 면치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이런데 정부는 과연 이 시점에서 우리가 무엇부터 해결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치세의 우선순위를 망각한 채 망동하고 있는 느낌을 주는가 하면, 기업은
기업대로, 정당은 정당대로, 사회단체는 사회단체대로 제각기 사소한 자기의
이익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 어느 누구도 대한민국호라는 선박이 어떠한
위도와 경도에 놓여 있으며 어떠한 기상조건에, 어떠한 연료저장상태에 처해
있는지, 아무도 그 운항조정키를 확고히 잡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아 과연 이 나라의 국운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인가?
통절하고 통탄스러울 뿐이다
우리는 반만년의 역사를 통하여 대제국을 건설해본 체험이 없다. 백제는 대륙과
큐우슈우를 연결하는 거대한 해상무역국가였고, 고구려는 중원의 천하통일을
노리는 강대한 군사대국이었지만, 후진적인 신라에 의하여 통일이 되면서 그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그렇다고 신라의 삼국통일의 역사적 의의를
과소평가해서는 아니된다. 신라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룩했기 때문에만
우리민족은 우리민족의 자주적 민족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백제나
고구려가 조선반도를 통일했다면, 일시적 성세는 과시했을 지 모르지만, 오히려
중원대륙의 질서속에 병합되고 지구상에 자취를 남기지 못한 부랑의 민족이
되고 말았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라의 삼국통일은 우리민족에게 대국의
국제감각이나 이 세계가 교류된 전체라고 하는 균형감각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그러한 감각의 상실은 결국 구한말의 친청.친일의 작태에까지 계속 연결되었고,
불행하게도, 너무도 불행하게도, 오늘날의 특검문제를 둘러싼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당권정략의 치졸하고 옹졸한 싸움으로만 치닫고 있는 것이다. 어찌
통한스럽지 아니한가!
도대체 왜 최근에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갑자기 정책을
선회했다는 말이 나도는 줄 아는가? 이러한 정책의 선회가 회자되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계산된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도 이러한 유도된 오케스트라의
한 스트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함으로써 일본의
핵무장을 유도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강력한 반중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미사일방어체계속에 궁극적으로 한국을
편입시킴으로써, 한국을 반중국의 집단안보체계의 일원으로 규정해버리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미사일방어의 일원으로서 미국은 한국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왜 효순이·미선이의 죽음을 둘러싼 한국민의 인도주의적
항의를 극렬한 반미로 규정하고 갑자기 어린애처럼 한국에서 군대를
빼버리겠다고까지 으름장을 놓았는 줄 아는가? 그것은 이미 그전부터 계획된
미국안보전략의 거시적 변화의 일환이었으며, 단지 효순이·미선이 데모를
구실로 삼아 보다 더 큰 실리를 도모하려는 약삭빠른 술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은 이제 전략중심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전환시킬 수밖에 없으며,
지상군중심의 방위체계를 보다 효율적인 첨단무기체제로 변환시킬 수밖에 없다.
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뻥치다가 갑자기 감축만 하겠으며 그 대신
한강이남으로 미군부대를 이전하겠다고 하는 줄 아는가? 그것은 전쟁초반에
직접 얻어맞는 위험한 인계철선의 포지션에 미군이 놓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안보상의 불안감을 조장하여, 한국의 철없는 우파들을
자극하고 한국 군부에 첨단무기의 매입을 요구하며, 모든 방면에 있어서 한국의
미국의존도를 높이며, 미사일방어체제의 충실한 일원으로서 많은 역할을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위전략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하여
먼저 요구되는 것은 남·북한의 대화채널의 차단이다.
그리고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압력수단이 바로 세계화전략으로 의존도가
극대화된 한국경제에 대한 압박이다. 미국의 투자기관이야말로 미국 대외정책의
충실한 주구(走狗)들인 것이다. 그들의 신용평가나 주식투자 상황도 미국의
대외정책에 따라 마구 놀아나는 것이다. 우선 남북대화채널의 차단의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검은 손아귀에 아무 생각없이 손쉽게 놀아나는
국내정객들에게 ‘특검’의 분란을 조장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달러의 흐름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대북송금에 관하여 파악한 정보들을 단계적으로
국내정객들에게 유출시키는 것은 누워 떡먹기보다 쉬운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보에 흥분하여 날뛰는 정객들을 사주하기란 인형극의 꼭두각시들을
부리기보다 더 쉬운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철없는 우익들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북한에 관한 모든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러한 정권교체의 전환과 위기의 시대에, 갑자기 검찰이 SK를
사정했으며 모든 대기업을 공평하게 조져주겠다고 난리를 쳤는지 나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과연 그것이 미리 알아서 기는 과잉충성의 제스츄어였을까? 검찰
자신에 대한 개혁의 바람을 막기위한 역풍의 연막탄이었을까? 그리고
노무현대통령은 지금이 어느 시절이라고 그렇게 성급하게 검찰과 맞짱을 떠야만
했는지, 도무지, 도무지 알길 없다. 월드컵 4강신화의 스릴을 대통령 혼자 뛰는
링에서 전국민에게 재현해 보이겠다는 것인가? 이러한 국내문제까지 음모론을
다 적용해서 말할 수는 없으나 너무도 확연한 것은 국제정세의 복합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기의 골목만을 왔다갔다하는 개미새끼들의 싸움에서
비롯된 사태라는 것이다. 너무도 너무도 한심하다!
생각해보라! SK글로벌의 17년간 누적된 분식회계의 규모가 1조5천5백억원이라고
한다. 사상 최대의 규모라 한다. 그런데 그런 발표가 난 후 이틀동안에
SK회사채 환매가 이루어진 규모가 3조이상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3대기업의
하나가 하루아침에 이런 식으로 무자비하게 자금압박을 받고 외국인 지분매각의
시가총액이 6조9천억원에 이른다면 도대체 이 나라 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그 뿐인가? 미국의 신용평가회사들은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2등급이나 다시
낮추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라크전으로 석유값이 올라가고 달러가
교란되고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판에, 원화의 가치는 날로 날로 급락하고,
기업은 한치를 전망할 수 없는 불안속에 떨고, 민생은 도탄에 빠져들어가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특검’이며 무슨 ‘사정’이며 무슨
‘개혁’이냐? 개혁도 좋고, 사정도 좋고, 특검도 좋다. 민생의 국가대계가
무너져가고 있는 판에 뭔 얼어빠질 민주며 진보며 보수냐? 국익을 돌보지 않고
북한을 무조건 적대시하며,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대세에 관계없이 사사건건
시비만 붙고 앉아있는 놈들이 도대체 뭔 우익이며 뭔 보수냐? 민생을
도외시하며 국익을 망각하고 철모르는 아이들의 비위만 맞추고 있는 자들이
도대체 뭔 좌익이며 뭔 진보란 말인가?
특검일랑 당장 때려치워라! 야당이든 여당이든 하루속히 디제이라는 악몽의
춤판을 걷어치워라! 우리는 지금 과거의 죄악을 청산할 겨를도 없이 미래의
죄악에 압사당하고 있다. 우리는 거대한 세계적 죄악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여기서 선·악을 가린다는 것은 선과 악의 총체적 멸망을 자초할
뿐이다. 나무는 그늘이 있어야 사람이 쉴 수 있고, 냇물은 흙탕이 있어야
고기가 모여든다. 투명성이나 공정성이나 치졸한 정의감의 일변도로써만은
복잡다단한 세계정세의 물결속에서 한국호를 운항할 길이 없다.
과거의 모든 불미스러운 죄악을 용서와 화해로써 훌훌 털어버리고 오로지
새로운 기준으로 새로운 게임을 벌이자! 그리고 그러한 게임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투명성과 공정성과 정의감을 외치자! 이 포효조차 이해못하는 돌대가리
국민이 되지않기를, 수구파·개화파의 분열로 국권상실의 비극적 종말만을 남긴
구한말의 통한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애타게 기원하고 또 기도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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