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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799
글쓴날 : 2003-03-11 10:03:07
글쓴이 : 최용혁 조회 : 254
제목: 영국 민영화 실패한 까닭


기사 출처 :
매일경제(2003년 2월 4일 화요일)
이종현 런던특파원

영국 민영화 실패한 까닭


영국은 민영화의 원조에 속하는 나라다. 이미 80년대 초부터 공공부문을 대폭 줄이면서 시장 질서를 도입했다.
영국이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한 것은 국가의 재정부담을 줄이면서 공공부문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중요한 수단은 경쟁이다. 공공부문의 독자적 지위를 박탈하고 시장 질서를 도입하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초기에도 민영화를 둘러싼 논쟁은 치열했다. 가장 큰 반대는 노동조합에서 나왔다. 경쟁은 피곤함 상승과 연결되고 효율성은 감원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많은 전문가는 공공부문이 시장원리대로 작동하지 않아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주인이 없어 무책임이 판을 치고 이윤원리가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다고 한다. 세금만 축내기 때문에 국민적 부담이 늘고 결국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도 말한다.
반대 논리는 주로 망을 가진 공공부문에 집중된다. 망에는 경쟁논리를 제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고 반대측은 주장한다. 같은 구간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할 다수의 공급자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대전 사이에 경쟁을 위해 여러 개의 철도 노선을 신설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장원리가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규제를 통해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과학적 논쟁은 어차피 현실에서 결판이 날 수밖에 없다. 많은 논란을 뒤로 하고 민영화가 강한 우군을 얻은 것은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동구권 몰락이다. 70년 이상 지속된 거대 국가의 실험이 실패로 확인되면서 민영화는 세계적 설득을 갖게 됐다. ‘카지노 캐피털리즘’으로 유명한 수잔 스트레인지 같은 학자는 이를 ‘국가의 후퇴’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대로 갈 것처럼 보이던 현실은 그러나 다시 그 반대에 대해서도 생각하라고 떠민다. 현실은 한 가지 주장보다 훨씬 복합적인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후발국이 맹렬하게 영국을 좇고 있을 때 민영화의 깃발을 먼저 들었던 영국에서는 현실의 반발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경쟁 효과가 미약했고 가격이 올랐다. 분할된 서비스 체계로 고객 불편도 컸다. 대형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또한 유지 보수를 위해 10조원 이상의 정부 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재정 부담을 줄인다는 목적도 퇴색했다. 그 동안 유보됐던 돈이 한꺼번에 들어간 셈이다. 민영화를 추진한 보수당조차 실패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민영화됐던 철도가 공공부문과 연결됐는가 하면 런던 지하철의 민영화 계획은 민관협력체(PPP : Private-Public-Partnership) 방식으로 대폭 수정됐다. 극단적 진동으로 사회적 비용을 치른 영국은 사안별로 내 몸에 맞는 민영화를 찾아 나가고 있다.
후발자의 이점은 선발자의 실패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발자가 일반론으로 착수해서 각론에서 실패할 때 후발자는 일반론의 허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을 방문했던 한 고위 당국자는 영국의 실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려해야 할 일이지만 거론하기는 이미 늦었다”고. 실패가 예상돼도 가야만 한다는 것이었을까? 정책 실패는 늘 사회적 비용으로 연결되고 이야말로 국민적 부담이 된다.
새 정부에서는 망을 가진 공공부문에 대해 민영화 계획을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패 사례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나라마다 사회·경제적 조건이 다르다는 사실도 더불어 고려해야 한다. 다른 조건은 같은 정책을 현실에서 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몸에 맞는 민영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왜 민영화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한국적 대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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