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현안, 농협중앙회는 왜 침묵하나
<한국농정신문. 8.30>
지난 16일 6천여 낙농인들은 서울 여의도에 모여 정부의 현 낙농정책을
규탄하고 생존권을 사수하자고 다짐했다. 이날 낙농인들은 ▷원유 납품원가
현실화 ▷낙농진흥회 긴준 원유량 원상회복▷축산업 등록제 2010년까지 유예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특히 대회이후 이승호 회장을 비롯한 한국낙농육우협회
임원진과 일부 낙협 조합장들은 여의도에 남아 28일 현재 13일째 삭발단식
투쟁을 하면서 낙농현안 해결에 목숨을 걸고 있다. 또 각 지역에서 낙농인들은
도별로 집회를 열고 역시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사태가 이런데도 정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농협중앙회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낙농사태가 여기까지 오기 전에 농협중앙회는 미리 대정부 농정활동을
통해 낙농인들이 새업을 제쳐두고 거리로 나오지 않게 했어야 함에도
'나몰라라'였다. 과연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축협중앙히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농협중앙회의 침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 이 나라 농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쌀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쌀 시장을 개방하느냐,
막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인 것이다. 그래서 농민단체들은 무지막지하게
더웠던 지난 여름 전국을 순회하며, "쌀 수입개방 반대, 식량주권 사수"를
소리높이 외쳤고, 쌀수입 찬반여부를 묻는 농민투표를 진행중인가 하면 고
이경해 열사 1주기를 맞는 오는 9월 10일에는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시군대회를
열어 온 국민과 함께 쌀 수입개방 저지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런데 농협중앙회는 이에 대한 분명한 자기 소리가 없다. 지난 UR협상 당시
농협중앙회가 전 농민단체들과 힘을 합쳐 농산물 수입개방 반대 투쟁에 나서
정부 협상 대표단에 힘을 실어주었던 그러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쌀
재협상이 잘못돼 외국쌀이 물밑듯이 들어오고 결국 농민, 농촌, 농업이
없어지고 나면 농협도 존재가치가 없어지는데도 '수수방관'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뿐만 아니다. 농협중앙회는 현 정부의 주요 농업정책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대응을 꺼리고 있다. 정부는 '추곡수매가 국회동의제 폐지, 내년산 쌀부터
공공비축제 도입'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들은 쌀농사를 포기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도 농협중앙회는 그 흔한 성명서 한 장 없다.
더욱이 농협중앙회가 그동안 관리해 왔던 농어촌구조개선 특별회계 융자금
관리업무를 새로 신설된 재단법인 농어정책자금관리단에 이전시키는 정책에
대해서도 아무런 소리를 못냈고, 축산발전기금 대출 취급기관이 27일부터
일반은행으로 확대됐는데도 농협중앙회는 '꿀먹은 벙어리'다. 연간 6조원에
달하는 농특계 관리업무를 일개 재단법인에 넘기는 것이나, 축발기금
대출업무를 일반은행에 넘기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인데도 말이다. 특히
농특회계 이전 이유를 정부는 객관성, 투명성, 공정성을 거론하고 있는데도
침묵하고 있으니, 그동안의 비리를 자인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루빨리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길 뿐이다. 농협중앙회의 신경부리를 통해 농업정책자금을
포함, 농어금융전반을 담당하는 (가칭)협동은행을 설치토록 하고, 경제사업을
전국연합회가 맡으며, 중앙회는 그 본연의 기능인 교육, 훈련, 감독, 대정부
농정활동에 전념토록 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구조 하에서는
농협중앙회는 일이 쉽고 돈이 되는 신용사업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고, 정부의
잘못된 농정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대정부 농정활동은 전혀 기대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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