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쌀투쟁의 중심고리는 무엇인가?
불타버린 사건 현장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는 발화점을 찾는 것이다.
어디에서부터 불이 났느냐 어떻게 번져 갔느냐 하는 것을 밝히는 것은 화재
사건의 해결 실마리로 된다. 검게 타버린 현장에 무슨 흔적이 남겠는가
하겠지만 우리는 최초에 불이난 발화점을 찾을 수 있다. 불에 탄 모든 물건들의
흔적이 발화점을 향해 누워 있다는 것이다.
복잡해 보이는 현실 운동도 결국 발화점처럼 실마리가 있기 마련이고 그
실마리를 잘 찾고 잘 활용함으로서 복잡한 운동현실을 잘 풀어가게 되는
것이다.
○ 중심 고리는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래서 중심 고리를 규명하는 문제는 운동의 첫 출발점으로 되는 것이다.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수록 좋지만 중심 고리가 없거나 그것을 알지 못하고
진행되면 혼란이 가중되거나 일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
또한, 중심 고리에 대해 그저 핵심사업이나 중점사업정도로 이해하는 일천한
해석을 반대한다. 중심 고리는 한 가지 사업이나 방식으로 결정적인 것이
아니라 마치 생명이 있는 유기체처럼 스스로 진화하며 발전을 유도해 간다.
중심 고리에 충실하면 그 사업의 진화 발전 방향과 그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가
무엇이고 그 발전을 도와내는 요소가 무엇인가를 판단하며 사업을 발전시켜
가게 된다. 중심 고리가 없는 사업 진행은 사업에 또 다른 사업의 나열일 뿐 그
사업의 절박한 필요성과 당위성이 항상 결여되게 된다.
또한, 사업을 진행하다보면 다양한 견해들이 나오는데 그 대부분은 사업의 중심
고리를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토론을 하더라도 개별사안에 대한
이견으로 나타날 뿐 조정이 안 되거나 갈등으로 나설 때가 많다. 그 근본이유는
중심 고리를 통일시키지 못한데서 기인된다.
우리가 콩을 심고 키우는 방법이 다르지 않고, 모를 심고 키우는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심은 작물이 콩인지 팥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 쌀인지
보리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는 키우는 방법이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으며 자칫 그
씨앗을 죽이기까지 한다.
○ 중심 고리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1. 종합적인 구상에 기반 해야 된다.
중심 고리를 설정하는 것은 투쟁이 복잡하고 다양할수록 그것을 그대로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투쟁과 부차적인 투쟁을 구분하고 중심
고리에 투쟁을 집중함으로 여타 투쟁을 해결해 나가게 된다. 중심 투쟁과
부차적인 투쟁을 구분하고 투쟁의 시기를 예측하여 역량을 효과적으로
배치하자면 종합적인 투쟁의 설계도와 그 설계도에 맞는 시방서가 함께 제작
되어야 한다. 중심 고리가 있음으로 해서 우리 힘이 미약하고 우리 투쟁의
과제는 거대하더라도 힘을 집약해서 폭발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2. 투쟁 계획이 중심 고리에 기반 해서 제시되어야 한다.
불에 탄 모든 물건들이 발화점을 중심으로 누워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듯
다양한 투쟁들이 중심투쟁에 집중되도록 하는 것이다. 투쟁의 나열이 아니라
중심투쟁을 향한 준비과정으로 다양한 투쟁이 배치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대중들이 무엇이 중심인지 알 수 있어 미리 준비할 수 있다. 그래야만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지고 창조적인 투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 2004년 쌀투쟁의 발화점, 중심고리는 무엇인가?
1. 쌀투쟁 설계도와 시방서는 나왔다.
전농은 2004년 쌀투쟁의 종합적인 설계도를 내 놓았다. 그것은 2004년의 전체
계획을 날짜까지 잡아서 배치할 정도로 치밀하다. 그리고 농민은 농민투료로
국민은 식량주권 선언운동으로 함께하며 그 힘을 모아 9.10대회에서 폭발시키고
그 힘으로 쌀 개방의 찬반을 국민투표를 결정하도록 만들어 낸다는 전체적인
구상을 그리고 있다.
농민들은 농민투표로 4백만 농민을 구슬 꿰듯 엮어서 쌀 투쟁의 주인으로
세워내고 마을총회 등으로 교육을 강화하여 9.10대회에서 더욱 높은 역할을
맡아서 감당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국민들은 일천만 식량주권 선언으로 대중사업의 과제를 제기하고 그 주체로서
국민운동본부를 건설하고 있으며 그 내용 또한 쌀개방 반대뿐만 아니라 민족의
식량주권 사수라는 주인된 내용과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농민들의 쌀 개방 반대운동은 국민들의 식량주권 선언운동으로 또한 6월말의
남북농민식량주권 선언으로 통일의 문제, 민족의 자주권의 문제로 그 지향과
방향을 분명히 하고 8.15의 남북 제 정당사회단체의 식량주권 선언운동으로
발전시켜 명실상부한 민족운동으로 승화 발전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 단계 쌀을 지키는 문제는 미국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첨병인
WTO와 필연적으로 격돌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WTO가 자신들의 협정에도 있는
식량의 문제를 파괴함으로서 인류에 씻을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 있음을 세계의
모든 세력과 연대하여 폭로하고자 한다. 6월 세계 사회포럼과 비아캄페시나
세계 농민운동과 연대하여 식량주권 선언운동을 전 세계인들의 인권운동으로
반세계화운동의 대중적 토대를 닦는 운동으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투쟁을 종합적으로 구상하지 못하면 투쟁이 개별화되고 객관일정에 쫓아다니게
되며 무엇이 앞이고 뒤인지 분간하지 못하게 되어 매시기 더 중요한 투쟁과 덜
중요한 투쟁을 구분할 수 없으며 필요한 대응투쟁을 예견성 있게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종합적인 구상을 그려내는 단계는 이루었다.
2. 목표에 따라 여러 가지 중심 고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쌀 투쟁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중심 고리는
달라질 수 있다. 쌀 투쟁을 바라보는 몇 가지 견해를 먼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견해는 쌀 개방은 어차피 막을 수 없는 것이므로 과정으로 생각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견해이다.
현실적으로 WTO를 사실상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견해로 농민의
경제적 대책을 중심으로 대응하거나 농민의 정치적 대책을 중심으로 조직하려는
경향이다. 어쩌면 많은 활동가들이 이러한 견해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한 견해를 가지면 투쟁에 적극화되지 못한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미래를 준비하며 나서라는 것은 농민들이나 민중들에게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견해이다. 우리가 투쟁의 과정에 있고 질수도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으며
우리는 숱한 투쟁에서 패배해 왔다. 하지만 역사란 승리를 위해 나아가는
사람의 것이지 현실에 맞춰 운동을 바라보는 사람의 것은 아니다.
일찍이 1597년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협에서 단 13척의 배로 200척의 왜구를
물리쳤다. 첫 번째 견해를 가진 활동가들은 왜구와 맞서 싸우기 보다는 다른
대책을 찾는데 더 많은 정신을 쏟았을 것이다. 적이 강하고 우리가 약하다는
생각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은 민중운동과는 인연이 없다.
두 번째 견해는 쌀투쟁을 민중생존권으로 보는 견해이다.
쌀 투쟁이 농민 생존권이라면 농민들의 생계 문제만 해결될 수 있다면 쌀을
개방하던 하지 않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업계 많은 사람들은
어차피 개방을 막은 일은 불가능하기에 농민에 대한 생계대책을 세우고 개방에
대비해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고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면 되지 않느냐 혹은
농업은 사라져도 농촌은 지킨다는 정부 논리에 빠지고 있다. 과연 그런가. 쌀의
개방과 농업의 축소가 농민들의 생계 문제라는 견해는 아주 부분적인 견해이다.
이런 견해는 자칫 정부의 대책 아닌 대책 앞에서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또한, 활동가들 중에서 조차도 쌀 개방 문제를 민중생존권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만약 쌀 개방이 민중생존권의 문제라면 쌀 개방 반대투쟁의 주체는
농민으로 국한되고 결국 농민의 이익만 주어지면 개방해도 되는 문제로 그
본질이 호도된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세 번째 견해는 쌀투쟁을 식량주권의 문제로, 민족의 자주권 수호문제로 보는
견해이다.
쌀투쟁을 주권의 문제로 바라봄으로서 주체는 7천만 민족으로 되는 것이며
방향은 주권사수로 모아지는 것이다. 주체와 방향이 명확함에 따라 우리의
투쟁목표도 정해지는 것이다. 우리 농업의 보루이고 식량주권의 핵심인 쌀의
개방을 실질적으로 저지하는 투쟁으로 나가야 한다. 실질적으로 저지한다는
목표를 수립할 때 그에 걸 맞는 결의와 투쟁이 제기되고 그것에 맞추어 준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3. 우리의 목표는 쌀 개방을 실질적으로 저지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저지한다는 것은 정부의 결정을 바꿀 수 있는 강제력을 확보하기
전에는 가능하지 않다. 우리가 청원한다고 들어줄 정부가 못되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어떻게 힘으로 강제할 것인가? 지난 FTA 과정에서 우리는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미국- 한나라당의 당론채택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국회 내
정세가 일순간에 뒤집어 지고 말았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세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는 모든 농민이 나서게 하지 못하면 질 것이다. 두 번째는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질것이다. 세 번째는 미국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질
것이다.
우리는 FTA의 교훈을 풀어나가는 투쟁을 통하여 실질적인 쌀 개방 반대를
현실로 만들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농민을 대동단결시키는 문제,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주체로 세우는 문제, 세 번째는 미국을 실제 압박하여
구체적인 협상을 승리하는 문제로 크게 방향이 잡힌다.
○ 이 세 가지 방향을 어떻게 모아갈 것인가.
그 중심 고리는 9월 10일 식량주권사수 백만 국민총궐기 대회로 모아내는
것이다.
9월 10일 대회를 세 가지 방향과 쌀 개방을 저지하는 실질적인 목표가 하나의
꼭지점으로 모이는 지점이다.
9월 10일 대회는 정부를 강제하는 대회로 되어야 한다. 강제하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막을 수 없게 된다. 강제한다는 것은 일정정도의 물리력이 동반되고
또한, 국민적인 지지와 여론을 등에 업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 노동자들의
총파업 이상 가는 투쟁을 농민들이 중심이 되어 일궈내야 한다.
강제력과 더불어 간고한 투쟁으로 정부와 담판을 벌이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
이박 삼일이든 삼박사일이든 승부를 내지 않고는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농민투표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식량주권
선언운동으로 모아나가야만 우리의 2004년 쌀투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농민
교육에서 늘상 느끼는 것은 농민들은 그 의의와 목표를 분명히 알기만 하면
엄청난 힘을 낸다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허리 멍텅하게
얘기할 때 어렵지 ,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분명하게 세기고 분명하게
제기함으로서 농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낼 수 있다.
9월 10일 농민을 준비하기 위해서 농민투표를 하는 것이고, 국민을 준비하기
위해서 천만인 식량주권 선언운동과 국민운동본부의 결성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북 농민식량주권 선언과 세계 식량주권 선언운동을 통해 7천만 겨레의
힘을 모으고 평화의 세계화, 인권의 세계화, 평등의 세계화를 바라는
지구인들과 연대하여 미국과 맞서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9월 10일 그 세 가지 방향의 총화를 통해 쌀 개방의 실질적인 저지로
식량주권을 , 민족의 자주권을 지키고자 한다. 9월 10일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투쟁으로 쟁취하고자 한다. “국민이 개방 하라면 하겠습니다” 국민이
주인이고 민족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이 국민에게 있다. ‘국민투표 실시
촉구’라는 합리적인 주장으로 농민들의 간고성과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국민투표가 쟁취되면 우리 투쟁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 맺으며
우리 민족의 미래를 열어가는 데는 3대 주권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
첫째는 군사주권이다. 전쟁의 선택권이 우리민족에게 없고 미국의 결정에 의해
한민족이 죽고 사는 지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한반도에 미래는 없다. 둘째는
에너지 주권이다. 미래는 에너지와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민족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중동석유에 79.9%를 의존하고 있고, 중동을 장악한
미국에 눈치를 보느라 이라크 파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그리고
셋째는 식량주권을 지키는 일이다. 미국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을 들이면서도 자국농업을 보호하는 이유가 식량은 무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 국방성은 미래의 식량위기를 자신들의 돈벌이와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쓸려고 한다.
민족의 3대 주권을 지키는 일에 전 민족이 궐기하는 투쟁으로 쌀 개방
반대투쟁을 이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