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 농협의 실상을 한 가정으로 비유한다면
무능력한 가장이 어려운 현실을 딛고 설 노력은 하지않고
집구석에 있는 세간살이 하나, 둘 다 팔아먹고
자식들까지 내다팔고 마지막으로 마누라까지 팔아먹으려 한다는 비유가 가능 할
것 같다. 단순히 웃고 넘어갈 일은 아닌 듯.
봄이 왔다고
새들이 노래하고
꽃잎들이 바람결에
너울너울 춤추는 봄이 왔다고 떠들어 대면서도
10억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세간살이 이것저것 팔아치울 계획과
자식들과 마누라를 팔아먹을 계획으로 하루가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결국 1,200개가 넘는 조합이 중앙회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갔다.
지금은 좀 더 수위를 높여 20억을 받을까, 30억을 받을까, 좀 더 있으면
40억이나 50억 쯤 되지 않을까 망설이며 고민하는 조합장들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비유를 하자면 나는 마누라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가장이란 사람이 집 팔고, 살림살이 팔고, 앞으로 무언가를 더 팔 꿍꿍이
속셈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혼서류에 도장 찍으랄까봐 속으로 끙끙 앓고만
있었던 것이다.
감히 중앙회 높으신 어른들이 하는 일에,
감히 조합의 수장들이 결정한 일에 반기를 들지 못했던 것이다.
싸우는 게 힘들어서, 아니 싸워봤자 이미 물건너 간 일이고
코 앞에 다가 온 구조조정에 희생양이 되기 싫었기 때문에...
다만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야...'만을 되뇌이면서...
그렇게 타협하는 사이에
우리의 동지가 구속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구조조정...
농협직원들도 용역회사에 소속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엄연한 아내에서 가정부로 전락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내 심장은 투혼으로 불타오르기 전에 결국 위기와 타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이 생긴다.
얼마 전,
대구에서, 대전에서 아내와 아이가 있는 나이 50의 사내들이
먼 객지 울산에 내려가 하청업체에서 일당 6만원을 받고
그것도 용역비까지 떼이면서 일해야 했던 하청의 재하청인 사내들이 있었다.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크레인 바스켓을 타고 지상 50m에 선 사내들이
얼마나 다리가 떨리고 두려웠을까?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악물며 견뎠을 것이다.
관리자들에 찍히기 싫어서 아무리 험하고 억울하더라도 군말 없이 일했을
것이다
그렇게 개보다 못한 삶을 살다가 두 사내가 지상 40m에서 떨어서 죽었다
영안실에서 한 업체 동료가 술이 이빠이 되서 통곡을 했다.
"하청들 다 죽어 가는데 노동조합은 뭘 하고 있었냐고..."
제일 고통스러운 건 함께 투쟁을 조직하지 못했던 것이다.
김주익 열사가 그랬을까?
조합원에게 목숨을 맡기고 지프크레인에 올라가도
현장은 조용했다.
이제 줄 것이 목숨밖에는 없었을까?
목숨으로 조합원들을 살리고 싶었을까?
그냥 내려오면 조합원들에게 해줄 것이 없어서,
그게 싫어서,
모두가 볼 수 있는 제일 높은 곳에서
투쟁의 심장이 되어
영원히 살고 싶었을까?
그래서 이땅의 모든 노동자들을 살리고 싶었을까
이제 목숨조차 눈물을 부르지 못하고
이제 목숨조차 단결을 부르지 못하고
이제 목숨조차 투쟁을 부르지 못하고
오히려 침묵을 만들고
오히려 체념을 만드는
새로울 것이 없는 시대
과연 내 투쟁의 심장은 살아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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