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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에게  대화방  민중가요

번호 : 5538
글쓴날 : 2004-04-27 16:54:11
글쓴이 : 신중섭 조회 : 268
제목: 증오와 공멸을 넘어서

4·15 총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사실은 신성하며 의견은 제멋대로다"는
격언을 생각나게 한다. 많은 사람이 각 정당이 얻은 의석 수라는 하나의
사실을,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이나 탄핵과 관련지어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노 대통령의
위상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숫자로 표현된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지나친 해석은 자제해야 한다. 사실을 자신의 이익에 맞추어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국민의 이름으로 국사(國事)를 왜곡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총선 결과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는 무관하게
정치인들과 정치인들 사이의 적대적인 관계,그런 적대적인 관계를 본받은 국민
사이의 적대적인 관계가 해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여러 사안을 둘러싸고 다양한 세력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증폭되어
왔다. 역사와 사회를 보는 세계관의 차이로 말미암아 국가적인 공통성이나
국익은 실종되고, 적대적인 증오만 확산되었다.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공유해야
할 공동의 문제 해결 방식을 무시하고 각각 거리로 뛰쳐나와 법과 제도 밖에서
자신의 주장만을 외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면서 상생의 정치와 국민 통합의 필요성을 절실히
요청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상생 및 통합과 같은
긍정적인 관계로 전환할 수는 없을지라도 공멸이나 분열과 같은 부정적인
관계들을 정리하고 공존의 장을 열어야 한다. 서로 사랑할 수 없을지라도
최소한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증오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견의 불일치가 윤리적인 선악과 무관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른 의견을 지녔기 때문에 그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의견의 차이를 도덕적 우열의
차이로 생각하면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될 뿐
아니라 심하면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 이런 태도는 독단으로 나아가고
폭력으로 귀착될 수 있다.
  
  둘째로 국가의 일을 줄이고 개인의 자유와 자율적 선택을 확장해 주어야
한다.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정부일수록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을 열정적으로 수행하려는 과도한 의욕을 지니게
마련이다. 이런 의욕은 성급하게 새로운 정책을 준비 없이 입안하고 시행하여
의도했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갈등과 예산을 낭비하여 결과적으로
역사에 짐이 된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할지라도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공평무사한
정책을 입안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부유하거나 가난하고, 여자
아니면 남자고, 강남에 살지 않으면 강북에 살고, 중앙에 살지 않으면 지방에
살고, 경영자가 아니면 노동자이기 때문에 이익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평무사한 자리에서 만장일치의 정책을 입안할 수
있다고 자만하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은 증폭되게 마련이다.
  
  정부는 합의가 어려운 사안보다는 합의가 쉬운 사안을 찾아서 해결하려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첨예하게 이념이 걸린 문제보다는 국민이 대립 없이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찾아 제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추상적인 사회 개혁,동북아 중심 국가, 지역 균형 발전과 같은 거대한
사안이 아니라 경제 살리기, 노약자 보호, 청년 실업 해소, 빈곤층 지원,
부정부패 줄이기와 같이 합의하기 쉬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셋째로 우리는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의사
결정을 해야 할 경우에는 기존의 법과 질서가 허용하는 규칙에 따라 결정하고
절차의 정의로움을 신뢰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의로움을 결정하는
것은 절차이지 결과가 아니다. 갈등과 분열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아니라
건강한 심성을 파괴하고 증오를 키우는 사회적 독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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