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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552
글쓴날 : 2003-02-06 09:48:56
글쓴이 : 최용혁 조회 : 90
제목: 전력산업의 사유화(민영화)는 이래서 불가능합니다.

전력산업의 사유화(민영화)는 이래서 불가능합니다.


공기업 민영화라는 개혁의 이름으로 전력산업이 사유화 됩니다.

보편적으로 세계의 전력산업은 국가가 직접 소유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즉 국영기업 또는 공기업이 정부를 대신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국민들에게 공급합니다. 물론 민간기업이 전력산업을 하는 나라도 많습니다. 하지만 국영기업이 하든지 민간기업이 하든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하나 또는 몇 개의 기업이 독점 또는 과점 형태로 전력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독점이라면 나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말입니다. 시장에 과일가게가 하나 있는 것 보다는 여러 곳이 있어야 과일을 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있고 보다 질 좋은 과일을 고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장경쟁이 옳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불가능하고 독점이나 과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산업이 일부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라는 말로 이를 설명합니다.

전기는 상품이 아닌 서비스입니다. 전기는 일반 상품과는 다른 여러 가지 독특한 특성을 가진 재화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저장을 할 수 없고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어느 한 순간이라도 전기의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특징을 무시하고 시장에서 옷을 사고 팔 듯이 전기를 자유롭게 거래하겠다는 것은 전기의 특성을 무시하는 이야기입니다.

일반 상품은 잠깐 동안 생산에 차질이 생기거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더라도 대체재를 사용하거나 다른 시장으로 공급원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마저 불가능하면 잠깐 참고 기다려도 됩니다. 하지만 전기라는 재화는 이것이 불가능합니다.

지난 2000년도부터 시작되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캘리포니아 전력사태를 기억하십니까? 당시 캘리포니아주는 현재 우리 정부가 하려는 방식과 유사한 형태의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으로 참담했습니다. 발전소들은 담합하여 전기요금을 조금이나마 올리기 위해 전력생산량을 줄였다 늘였다 했습니다. 발전회사들로부터 전기를 사서 일반 고객들에게 전기를 공급하던 배전회사들은 모두 망해버렸습니다. 급기야 주정부가 나서서 공적자금을 동원하여 배전회사들의 부도를 막았습니다. 배전회사가 부도나면 전기공급이 당장 끊어지는 비극이 발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도 주정부가 막대한 돈을 부어 넣으며 배전회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배전회사는 망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주정부의 몫으로 돌아왔습니다. 결국 주민들의 주머니만 털어서 일부 발전회사들의 살만 찌웠습니다.

전력산업을 민영화하고 자유경쟁을 도입하는데 앞장서는 사람들은 자유경쟁 시장이 완성되면 경쟁을 통해서 전기요금은 낮아지고 소비자는 전기회사를 입맛대로 고를 자유를 누리게 된다고 선전합니다. 이런 논리를 가지고 여러 나라에서 전력산업 자유화가 시도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당초에 약속한 것과 같은 시장경쟁이 성공하고 전기요금은 낮아지고 소비자는 선택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게 된 곳은 없습니다. 전력산업 자유화를 제일 먼저 추진하고 우리 정부가 모범적인 사례라고 꼽는 영국은 당초의 계획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지 못하자 이를 대폭 손질하는 또 다른 구조개편을 다시 시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발전회사인 British Power는 파산하고 영국정부는 많은 세금을 투입하여 이 회사를 다시 공기업화 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런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국민들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허울만 좋은 개혁을 하는지 아무도 진실 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무조건 시장이라는 판을 벌여서 단순한 거래를 복잡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서 돈을 벌고 싶은 투기자본세력들의 농간 때문에 전력산업구조개편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도시의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면 중간에 빠지는 각종 비용이 생략되고 농민은 보다 높은 가격에 농산물을 팔 수 있고 소비자는 시장보다 싼 가격으로 농산물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 몇 단계 거래업자들이 끼어들면 농민의 수입은 줄어들고 소비자의 지출은 늘어납니다. 그 차액은 고스란히 중간 상인들의 손에 들어갑니다. 또 중간상인들은 이런 농산물 거래 자체를 대상으로 각종 투기성 금융상품을 개발해서 자기들끼리 사로 팔면서 도박판과 같은 금융거래시장을 만들어 냅니다. 실제 생산하는 농민과 소비하는 소비자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전력산업의 자유화도 이와 비슷한 논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자유경쟁시장이 무조건 독점시장 보다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것은 절대 아닙니다. 상품의 성격에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운 것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품을 공공재라고 합니다. 전기 역시 주요 사회간접자본과 같은 공공재입니다. 이런 중요한 기반시설을 마음대로 자유시장에서 거래한다는 것은 모두를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맹목적인 시장맹신은 버려야 합니다. 우리 국민의 손으로 키워진 전력산업을 사리사욕에만 눈 먼 장사꾼들, 특히 우리나라를 투기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외국투기자본에게 맡길 수는 없습니다.

전국전력노동조합(한국전력공사 노조)
E-mail : yongh@kepco.co.kr

TEL : 3456 - 6019 FAX : 3456 - 6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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