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4주년 메이데이 는-
한국 노동(자)운동은 박정희 군사독재의 폭정이 극에 달했던 1970
년, 청계천 피복 노동자 전태일의 분신 항거로부터 시작됐다고 해
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럼, 그 후로 적잖은 시간이 흐
른 오늘의 노동현실은 얼마나 달라져 있는가. 소위 참여정부라고 일
컬어지는 지금, 형식적 민주주의의 발전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노
동자의 현실은 변화된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오직 노동형태만 변
해가고 있을 뿐이다.
자본의 논리에 짓밟혀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노
동자의 최후 저항권인 '파업'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손배가압류
는 배달호, 김주익 등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고 비정규직이라
는 불안정한 노동상황은 이현중, 이해남을 비롯해 최근 울산의 하
청 계약직 노동자 박일수까지 목숨을 내던지게 했다. 그리고 수많
은 노동자들은 그들을 가리켜 '노동열사'라 부른다.
왜!...
이들의 죽음은 개인적 좌절이나 자기 비하 때문이 아니라 동시대의
노동자와 노동현실 전체를 바꾸기 위한 피맺힌 항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정/확/히 말해 '노동해방열사'인 것이다.
그러나 적잖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열사라는 호칭을 주저 없이 갖
다 붙이면서도(?) 투쟁은 적당한 수준에서 머물게 한 채, 대책 없
이 현실에 대한 탄식만 늘어놓곤 한다. 예컨대 소위 운동가임을 자
처하는 이들이 '탄핵반대다', '아니다'로 사변 잡기에 골몰하는 동
안 대중은 4.15 총선 이벤트 판으로 휩쓸려 갔고 이 틈에 열사정신
계승, 비정규직 철폐 투쟁은 초라한 소수 의제가 돼 뒷전으로 밀려
났었다. 그런데 총선 잔치가 끝나자 결과를 놓고 이제는 '민주주의
승리', '진보정치개막' 등의 수사를 늘어놓으며 노동자들의 절규를
재차 덮으려고 한다. 민주노동당은 어느덧 '대화'와 '타협' 운운하
는 기성 정당의 논리에 옷을 맞추려 하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은 세
계 노동자들의 연대와 투쟁의 날인 '메이데이'를 6.15 남북공동선
언 기념행사 정도로 탈바꿈시키려 작정했나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
다. 연맹과 중앙의 간부들이 메이데이 행사를 평양에서 꼭 같이 해
야하나? 남북 노동자 공동행사는 다른 시기에 해도 되는 것 아닌
가? 메이데이는 좁은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세계노동자가 국제적인
연대전선으로 결집하자고 세계노동절로 정한 것 아닌가.
이러한 일련의 정치적 행동들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보
탬도 되지 않을뿐더러, 노동현장의 투쟁과제들을 방기하게 하는 대
중의 우민화를 부채질할 것이다. 4.15 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한국
사회는 반노동적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바야흐로 의회주의에 경도
된 개량주의와 노사협조주의에 날개가 달리는 불행한 사태가 우리
앞을 가로막기 시작한 것이다.
2004년 메이데이 이야말로 세계 노동자연대가 절실히 요청된다.
현실은 엄혹하다. 아무런 정당성도 없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과 점령
에 한국군이 파병돼 있다. 이라크 파병철회는 노동자민중의 조직적
이고 지속적인 투쟁이 없다면 17대 국회에서도 해결되기 어려울 것
이다. 민족주의와 감성적 평화주의에 기댄 반전운동은 신자유주의
분쇄와 자본의 폭력적 세계시장주의를 타도할 투쟁으로 나아가지 못
할 것이다. 노동자야말로 반전운동의 주체이어야 하며 이를 위한 국
제연대운동의 최 일선에 있어야 한다. 전쟁은 자본가들의 다양한 이
윤착취 행태중 가장 극단적인 것이다.
전쟁은 노동의 성격 자체를 바꿔 버린다. 먹고-먹이고-입고-입히는
노동이 아니라 굶기고-뺏고-짓밟고-죽이기 위해 필요한 노동으로 강
제하는 것이다. 인간의 노동이 이렇게 변한다면 차라리 일손을 놓아
야 한다.
2004 메이데이는 세계노동자가 반자본(반제국) 투쟁을 결의하고
연대하는 날이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일국 차원의 투쟁으로 머물
수 없는 글로벌자본주의시대이다. 국제연대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
야기가 아닌 오늘날 세계 노동자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구체적인 사
안인 것이다. 당장 요청되는 열사정신계승의 핵심과제가 비정규직
투쟁이라면 국제연대의 현실사안은 세계시장주의반대, 이주 노동자
들의 노동권 쟁취와 이라크파병반대-반전투쟁일 것이다.
114주년 메이데이는 이러한 과제를 움켜쥐고 투쟁을 조직하고 전
국적인 실천을 계획하는 날이 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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