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 투표한다.
나는 전세 살이를 하고 있다.
반 년 후면 2년 전세 계약이 끝난다.
요즘 시세를 보면 약 2,000만원이 올랐다.
거의 내 연봉에 맞먹는 수준이다.
도저히 마련할 길이 없다.
그러면 우리 네 식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전셋값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 보호법을 주장하는
민주노동당에 투표한다.
나는 나에게 투표한다.
나는 정규직 노동자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총 교원 수는 90명
이 중 30명이 시간강사,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다.
매년 바뀌는 시간강사 선생님들의 이름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똑같은 시간을 수업해도 시간 강사들이 받는 임금은 월 70만원정도,
내년이면 어느 학교로 팔려 갈지 모르는 비정규직 교원이 1/3을 차지하는
학교에서 어떻게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질 높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안정된 교단 분위기와 질 높은 교육을 원하는 정규직 교사인 나는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는 민주노동당에 투표한다.
나는 나에게 투표한다.
나는 앞으로 자녀를 키워야 하는 예비 부모이다.
아직까지는 나의 월급으로 이럭저럭 먹고 살만하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울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아이를 낳으면 조금이라도 더 넓은 집으로 가야하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유치원이나 피아노학원은 보내야 하고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에 보내야 한다.
감히 아이를 낳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예비 부모인 나는
부유세 신설, 국방비 감축을 퉁해 교육비, 의료비, 주택비 걱정없는
사회복지 대혁명을 주장하는 민주노동당에 투표한다.
나는 나에게 투표한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자랑스럽지 않다.
꽃다운 여중생이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죽어도 미국에 아무런 할 말을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저주스럽다.
대한민국 국민인 나는
SOFA개정을 위해 유일하게 투쟁하고 있는 당,
미국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당
민주노동당에 투표한다.
나는 나에게 투표한다.
나에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투표하라고 하지 마라.
나에게 내가 아닌 재벌에게, 부패 정치꾼에게 투표하라고 하지 마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던지는 표는
허공에 던지는 무의미한 사표(死票), 노동자 민중을 죽이는 사표(死票)이다.
당선가능성이라는 수사로 나를 현혹시키지 마라.
당선가능성을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의 단결된 힘이다.
오만한 미국을 궁지에 몰아 넣은 힘은 수십만개의 촛불이 아니었던가?
나는 나에게 투표한다.
어제 그 촛불을 모아 거대한 밑불을 만들자.
웬만한 바람에는 꺼지지 않는 밑불을 만들자.
언젠가 그 밑불이 활활 타올라 역사의 거대한 횃불을 피워내리라.
그 횃불을 위해 나는 나에게 투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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