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겨레> 2004년 3월 25일자에 게재된 경북대 생물교육과 교수의
칼럼이다.
설마 했는데 탄핵이 가결되고 전국적으로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촛불시위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탄핵정국의 비상시국에서 언론
보도는 국민들의 여론 향배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언론 보도가 민의를 왜곡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는 범국민적인 촛불시위를
통하여 탄핵 무효와 민주 수호를 주장하는 국민의 외침을 '친노 대 반노'의
대립구도로 규정하면서 극단적인 국론 분열이 우려된다고 몰아가는 행태이다.
어찌 70~80%의 국민들이 탄핵을 반대하며 자발적으로 외치는 그 외침이 '친노
대 반노'의 극한 대립으로 표현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숭고한 뜻을 어찌 국론
분열이라는 말로 뭉갤 수 있단 말인가 탄핵 무효화를 외치는 사람들 중에는
친노도 있겠지만 반노가 더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탄핵정국이 들어서기 전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불과 30%대를 밑도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70%가
넘는 국민들이 외치고 있는 탄핵 반대는 친노 세력의 탄핵 이후 저항이나
결집이 아닌 탄핵의 부당성을 간파한 이 나라의 '국민들'이다.
그 국민들은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임기말 16대 국회의원들에게 대통령을
탄핵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대통령을 탄핵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다고도 여기지 않는다. 누군가가 탄핵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마땅히
부패와 비리에 젖은 국회의원들이어야 한다고 그들은 믿는다. 국민의 절대
다수의 의사에 반하여 대통령을 탄핵한 그 오만함과 방자함에 국민들은 분노를
이기지 못해 거리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차떼기라는
말이 나오는 그 순간부터 마음으로 그들을 탄핵하였다. 국민에 의해 탄핵된
자들이 절대 다수의 국민이 탄핵을 원치 않았던 대통령을 탄핵한 것이다.
자신들의 안위와 권력욕에 눈이 멀어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유린하고 있는
그들을 향해 터져 나오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민초들은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몇몇 언론들과 두 야당 대표들은 이러한 국민적 외침을 '친노 대
반노'의 대립구도로 몰아가는 것일까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70%로
올라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까 물론 그것은 아니다. 그들은 이것을 진정한
국민의 외침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만약 받아들이게 되면 국민의 뜻에
거슬러 탄핵정국으로 몰고 간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되고, 이것은 결국 그들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상실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합법적 절차를 가장하여 헌정을 유린한 야당 국회의원들을 향해 꾸짖는 국민의
외침을 '친노 대 반노'의 극한 대결로 호도하며, 탄핵정국에서 나타나는 모든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 전가시키려 하는 것이 '친노 대 반노'가
가진 저의이다. 노 태통령에 의해 초래된 혹은 노사모가 선동한 국론분열
형국으로 몰아가려 하는 야당과 수구 언론들의 불순한 의도에 섬뜩함마저
느낀다. '친노 대 반노'를 마주 달리는 두 기차에 비유하며 국론 분열이
염려된다고 말하는 소위 지식층이라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유린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70%가 넘는 국민들의 뜻을 모아 평화적인
시위를 통하여 무언의 질타를 하는 것이 어떻게 국론 분열로 표현될 수
있는지를….
탄핵가결 이후 정국을 '친노 대 반노'의 극한 대립 정국으로 보는 것은 그래서
허구이다. 불순한 저의를 가진 정치인, 언론, 그리고 수구적 지식층들이
만들어낸 허구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