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6일 우리 교하농협 임시대의원회에서 조합의 해산을 결의한 이후
10여일 만에 농림부 장관으로부터 교하농협의 사업 정지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작금의 교하농협 사태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몇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2000년 유구한 세월동안 우리의 조상들은 농업을 바탕으로 기나긴 생존의
터전을 이어왔습니다. 불과 50년전 까지만 해도 나라의 근본 산업으로
중시되고, 존중받던 우리의 농업은 최근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의한
수입개방과 자유무역 협정 체결 등으로 그 근간이 뿌리 채 흔들림으로써 농업에
의존해 생계를 꾸려가는 우리의 농민형제들을 절망의 궁지로 몰아넣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정부와 언론 매체는 농협관련 보도를 집중하면서 우리나라
농정실패의 원인과 책임이 농협에 있다는 듯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 온 국민의
시선이 농협으로 집중됐고 자연스럽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체결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도 정부에서 농협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12월 저희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후 대의원들은 대의원협의회라는
임의단체를 결성하였습니다. 대의원협의회가 출범한 이후 지난 3개월간 우리
농협에는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 작년 12월 하순 대의원협의회는 조합장에게 보내는 문서를 통해 이사회
회의록 대의원협의회에 통보, 대의원회의 월 정례화, 대의원 수당 현실화,
대의원협의회장 이사회 참석 등 4가지 사항을 농협에 요구하며 농협 경영에
개입하였습니다.
○ 1월 초에는 노동조합을 비방하는 내용의 문구가 적힌 프랭카드가 교하지역
전역에 부착되었고, 영농회장과 부녀회장이 농협 조직장을 사퇴하였습니다.
○ 1월 30일엔 조합장이 직원 두 명을 다른 농협으로 강제로 전출 시켰습니다.
○ 2월 12일엔 송구스러운 와동지점 사기사건이 터졌고
○ 2월 26일 임시대의원회에서는 하나로마트 폐쇄와 유류사업소 폐쇄 의결에
이어 농협 해산을 결의하였습니다.
○ 2월 27일부터는 신문, 방송사에서 대대적으로 우리 농협의 해산 결의를 보도
한 후,
고객의 예금이 걷잡을 수 없이 빠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 이 사태로 조합장이 사임을 했고, 대의원협의회는 조합원께 드리는 글이라는
유인물을 전 조합원에게 배포하였습니다.
○ 그리고 3월 10일 결국 농림부장관으로부터 사업정지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조직의 운영을 위해 모두가 지켜야 할 법과 규율이 있는
법입니다. 이 법과 규율이 올바로 서지 않거나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는 그
조직은 더 이상 지탱해 나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사안별로 몇 가지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대의원협의회의 경영 참여에 대하여]
○ 농협의 조직은 총회, 대의원회, 이사회, 조합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총회는 교하농협 전체 조합원으로 구성된 최고 의사 결정기관이고, 대의원회는
총회의 의결사항 중에서 조금 덜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관으로 각
영농회에서 선출한 대의원이 그 구성원입니다. 이사회는 대의원회에서 선출한
이사로 구성되며 농협의 세부적인 업무 방침과 조합장의 업무집행상황을
감독하는 기관입니다. 조합장은 전 조합원의 투표로 선출한 농협의 대표로서
농협을 대표하고, 총회, 대의원회, 이사회의 의장이 됩니다. 우리 농협에는
국회에서 제정한 농협법을 토대로 농림부장관이 승인한 정관, 규약, 규정 등
여러 가지 규율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의원협의회가 농협의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문구는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대의원회의 의장은 조합장입니다.
[노동조합 결성에 대하여]
○ 노동조합의 결성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기본 권리(헌법 제33조: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입니다. 많은 조합원님께서 노조를 왜 결성하였는지
이유를 묻고 계시지만, 보통의 친목계를 만드는 것처럼 노동조합의 결성도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농협 간 직원의 인사이동에 관하여]
○ 지난 1월 30일 조합장이 두 명의 직원을 타 농협으로 전출시켰습니다.
농협간의 인사 이동은 조합장의 인사권이 아닙니다. 조합장의 인사권은
교하농협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지역농협은 독립법인체로서 사용주가 다르고
경영여건과 근무여건이 상이하여 농협 간에 직원의 인사교류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합니다.(대판 1993. 1. 26. 92다 11695,
92누 8200) 더군다나 2월 3일과 13일 금촌농협과 조리농협에서는 농협간의
인사이동을 취소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상대농협에서 거절하는데 가라고
고집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입니까?
[농협 정관 변경에 대하여]
○ 지난 2월 26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대의원협의회장이 이사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관 제46조를 개정 의결하였습니다. 농협법 제35조
제2항에는 정관 변경에 대한 효력을 얻기 위해서는 농림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농림부장관의 승인을 얻기도 전인 3월 2일 대의원협의회장은 이사회에
참석 하였습니다.
[농협 해산 결의에 대하여]
○ 2/26일 교하농협 대의원회의 농협 해산 의결은 원천적으로 무효입니다.
농협의 해산은 전체 농민조합원 과반수이상의 참석과 참석 조합원 2/3이상의
동의를 얻어, 농림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법(농업협동조합법 제38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협해산에 관한 사안은 대의원회에 상정
하여서도 아니 되며(농업협동조합법 제42조), 또한 미리 통지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는 의결을 할 수 없도록 명시(정관 제40조) 되어 있습니다.
대의원회의 농협 해산에 대한 적법, 불법을 논하기도 전에, 언론은 농협해산을
기정사실로 보도하였고, 그 덕에 십수 년간 노력해온 예수금을 단 몇 일만에
잃고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수십 년간
지켜온 농협을 몇몇 대의원이 즉석에서 해산을 발의하고 즉석에서 거수를 통해
해산을 의결하였다니 참으로 허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예금 인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 후, 지난 3월 1일 전임
조합장께서 농협정상화를 위해 직원들의 협조를 요청하였습니다. 직원들이 농협
해산을 의결한 것도 아니고 고객에게 예금을 빼가라고 한 것도 아닌데 직원들의
협조를 구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으나, 명분을 떠나 직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기에 임직원, 대의원일동으로 고객안내문을 배포하고
예금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그러나 예금인출이 주춤해
지던 중 3월 8일부터 또 다시 엄청난 예금이 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들리는
바로는 일부 영농회장과 부녀회장이 예금을 인출하라고 마을 방송을 했다고
합니다.
대의원협의회는 농협정상화를 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을 해산하고 임금을 60%
삭감하라고 합니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행사하는 게 어떻게 농협정상화의
조건이 될 수 있습니까? 임금을 60% 삭감하라니 직원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입니까?
대의원협의회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조차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신 노비계약을
체결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혹시 부당한 농협 해산을 의결한 것에 대한 과실과
손실에 대한 책임을 노동조합에 전가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직원들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조건을 내걸어 농협 정상화 거부의 명분으로 삼고, 전체
농민 조합원에게 농협을 해산하도록 종용하는 것은 아닌지...,
직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손님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을 때,
해산을 의결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예금을 빼가고, 책임자란 작자들은 뒷짐만
지고 방관하는 울화치미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주유소를 운영하는 대의원이 농협 유류사업 폐쇄를 의결하는 괴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다른 농협으로 보냈다고 우리 직원 아니라면서 월급도
안주더니, 징계를 한다고 징계위원회에 참석하라고 통지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은
어찌 이해해야 합니까?
농협의 주인은 분명 농민조합원입니다. 그러나 그 주인은 조합원으로서의
의무과 책임을 다하는 농민이어야 하며, 농협 사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주체로서의 주인이어야 합니다. 농협과 직원은 양반, 노비의 관계처럼 신분적
종속관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직원은 농협과의 근로계약에 의해 정해진
노동의 댓가를 받는 노동자입니다. 나라에 세금을 낸다고 하여 공무원들에게
내가 주인이니 월급 명세를 내놔라 한다면 그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겠습니까?
엄청나게 부풀려진 직원들의 고액 연봉이 유인물을 통해 날조, 유포되어 전국의
농협 직원들을 일순간에 파렴치한으로 몰아버린 무책임한 행위가, 효력도 없는
대의원회의 의결을 농협 해산으로 기정사실화하여 보도한 신문, 방송과 무엇이
다를 게 있겠습니까? 그러면서도 상대적인 저 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일하는 계약직, 시간제라는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는
아무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의 농협 내에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
설립과 관련하여 온갖 불법행위가 만연함에도 누구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농협의 대표인 조합장과 전, 상무들은 일신의 지위 보전에 혈안이
되어 하위직 직원들에게 온갖 폭언과 비인간적 모욕까지 서슴지 않았음에도
누구하나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대의원협의회는 농협이 썪었기 때문에 썪은 부위를 도려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3개월간 농협의 부조리와 의혹을 파헤쳐 깨끗한 교하농협을 만들겠다던
일부 대의원들의 영웅심은 그 의지와 명분과는 상관없이 또 다른 불법과
부조리를 낳았고, 전체 조합원의 총의를 묻기도 전에 교하농협의 사업정지라는
엄청난 사태로 몰아넣었습니다. 농협을 필요로 하는 순수 농민 조합원뿐만
아니라 교하농협을 거래하는 이웃 주민과 기업체, 상인 등 수많은 고객의
손해와 타 농협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지역사회 발전과 고용창출이라는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결과입니다.
문제가 되었던 농협의 모든 사건은 법과 규정에 의해 처리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직급별로 직원의 연간 급여를 별지와 같이 공개합니다.
교하농협을 사랑하는 농민 조합원님! 교하농협을 정상화 할 수 있도록 지각
있는 조합원님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전국농협노동조합 교하분회 조합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