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농정개혁과제 ②협동조합 및 농업금융 개혁 2003-1-15
98년 4월 3일 농림부 장관자문기구로 설치된 협동조합 개혁위원회의 회의
장면. 당시 협개위는 농-축협측의 반발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정권 교체때마다 ‘칼’ 빼들었다, 기득권 저항 부딪혀 ‘용두사미’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협동조합을 농민의 것으로 만드는 일은 정권 교체시마다
제기돼 파장을 일으켜 왔고 일정정도 성과를 거두었던 개혁과제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쳐 왜곡되거나 용두사미로 끝나온 전철이 있다.
거대조직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주고 전문화, 효율화하는 것은 노무현 농정의
무거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농민에게 농업자금을 적기에 제대로 공급하는
농업금융을 개혁하는 일도 협동조합 개혁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과제다.
☞ “중앙회 신·경분리 이번엔 꼭 매듭”
▲문민정부 개혁의 교훈=문민정부의 대통령직속기구였던
농어촌발전위원회(94년~2월~7월)는 △협동조합의 민주화와 경영의 효율화
△품목별·축종별 전문조합의 육성 △중앙회 신용·경제사업 분리 △협동조합간
협동 등 4가지를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농발위는 각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 1단계 완전
독립사업부제 실시 준비, 2단계 완전 독립사업부제 실시 및 협동조합은행 설립
준비, 3단계 협동조합은행으로 완전 분리 독립토록 했다. 당시 농협측의 반발
속에서도 한농연·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중앙회 신·경분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94년 12월 법 개정과정에서 ‘독립사업부제 유지·보완
또는 신용사업의 분리·통합 및 별도법인의 설립 등 신용사업의 효율화를 위한
기획단의 설치’로 내용이 교묘히 왜곡된다.
문민정부 개혁은 △일선조합 구조조정 문제와 조합과 중앙회간 상향적 조직체계
구축이 이뤄지지 않았고 △중앙회 구조개혁시 추진과정에 기득권 세력의 엄청난
저항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중앙회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고는 협동조합 개혁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교훈으로 얻은 것이다.
▲국민의 정부 개혁의 경과=98년 2월12일 국민의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국정 100대 과제의 하나로 ‘농·수·어·임협 등 생산자단체는 농업인의
자조적 경제활동에 기초를 둔 협동조합으로 재편을 검토’하는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그 방향은 △회원조합은 지역간, 조합간(농·축·임협), 품목간
통폐합을 유도해 규모화하고 △지역 및 품목별 연합회 기능을 강화하며
△중앙회는 교육·농정·감독기능 등을 담당하는 것이다.
김성훈 당시 농림부 장관은 협동조합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98년 4월3일 장관
자문기구로 ‘협동조합개혁위원회’를 설치, 7월23일까지 운영했다. 그러나
협동조합개혁위원회는 핵심문제인 중앙회 개혁과 관련,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 현체제에서 독립사업부제 강화 △농정활동과 지도감독을 담당하는
중앙회 설치, 경제사업은 전국연합회 체제로 전환, 협동조합은행 설치(기능별
분리·통합) △각 중앙회를 1개 법인으로 통합, 독립사업부제 실시 등 3개안을
제출했다.
한동안 표류하던 개혁은 99년 2월말 감사원의 농수축협 감사발표와 대통령의
개혁 언급이 나오고, 이어 3월8일 농림부의 협동조합 개혁방안이 전격
발표되면서 다시 논쟁에 들어갔다. 정부 개혁안은 △조합장 간선제와 중앙회장
선거인단 선출 △지역농협 1시군 1조합 합병, 회원축협 100개로 통폐합
△농·축·인삼협 중앙회 통합 및 임협중앙회의 산림조합중앙회 개편이 주된
내용이었다.
농림부는 99년 4월19일 ‘농업인협동조합법(통합농협법)’을 입법예고하고,
6월14일 국회에 제출했다. 조합장 간선제와 지역농협 시군단위 합병 등은
농민들과 조합장들의 반발로 빠졌다.
엄청난 갈등 끝에 8월13일 국회를 통과한 통합농협법 부칙에는 중앙회
신·경분리 추진문제는 농림부 장관이 국제적인 권위가 있는 기관에 타당성
연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법 시행후 2년내 국회에 제출하며, 또 2년내
연구결과에 따른 조치를 시행하도록 했다. 품목별연합회 설립도 가능토록 했다.
이에 대해 (구)축협중앙회는 99년 9월22일 헌법소원을 냈으나, 2000년 6월1일
합헌결정이 내려졌고, 2000년 7월 1일 통합중앙회가 출범했다.
국민의 정부는 법 시행일인 2000년 7월 1일부터 2년이 되는 2002년 6월
30일까지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용역을
한국금융연구원에 맡겼다. 금융연구원 연구결과는 중앙회의 단계적
신·경분리의 방향으로 확정됐다. 따라서 정부는 2004년 6월30일까지 이를 담은
법 개정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의무를 지켜야 한다.
▲국민의 정부 개혁의 교훈=국민의 정부 협동조합 개혁은 중앙회 신·경분리가
아닌 3개 중앙회의 단순 통합이자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의 핵심목표였던 중앙회 사업의 회원조합 이관을 통한 중앙회 슬림화도,
철저한 독립사업부제도 달성되지 않았다. 오히려 중앙회의 비대화가 진전됐다는
평가다. 통합의 이익을 조합원과 조합에 환원하겠다고 했지만, 중앙회는 최대
흑자, 조합은 일방적인 구조조정, 농민은 농가부채라는 결과가 개혁의 한계를
말해준다.
또 금융연구원의 용역결과는 중앙회 신·경분리를 제시하긴 했지만, 분리시기를
명기하지 않고 2조원의 자본금 확충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다 현 중앙회와
신용사업 위주의 분리방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 정부 협동조합개혁 과정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는 농업계
내부의 분열이었다. 농림부의 통합안을 지지했던 쪽은 99년 4월13일
협동조합개혁 범농업인연대(협개연)를, 이에 반대하고 신·경분리를 주장한
쪽은 한국협동조합개혁국민연대(국민연대)를 만들어 대립했다.
국민의 정부 개혁의 한계는 이처럼 정부가 단순통합을 밀어부치고, 농업계가
사분오열되는 사이 개혁의 대상인 농협중앙회에 대한 개혁이 불철저한데서 나온
필연적 결과다.
농민들과 전문가들은 농협이 농민의 조직으로 개혁되려면 중앙회의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해 신용사업 위주의 구조에서 탈피하고 경제사업을
전문화 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신·경분리를 전제로 중앙회는
지도·감독기능의 비사업적 기구로, 사업은 연합회 체제로 전환하고, 협동조합
은행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가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회 신·경분리를 분명히
매듭짓는 동시에 농협이라는 개혁의 대상 앞에서 농업계 분열이라는 유혹에
빠지지 않는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
▲농업금융개혁과제=농림부는 2000년 4월19일 농업금융개혁위원회를 구성한 뒤
2001년 4월28일 ‘농업금융개혁추진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는 △상호금융
대출금리 은행권 수준 인하 △정책자금 금리 인하 △정책자금 취급기관 단계적
개방 △농신보 개선 △중앙회 신용사업 우량은행 수준 육성 등이다.
농림부와 농협중앙회는 상호금융 대출금리를 2001년말까지 9.5%로, 수신금리를
6.5%로 내린다고 했지만, 2001년 대출금리는 10.99%, 예금금리는 5.53%로
예대마진이 5.46%에 달했다. 같은해 국민은행의 예대마진은 3.61%였다.
정책자금 금리는 지난해 7월1일 일부 자금에 한해 5%에서 4%로 1% 내렸을
뿐이며, 정책자금은 여전히 농협이 독점하고 있다. 농신보 개선도 농민들에게는
미흡하기만 하다.
제1537호/ 기획시리즈 /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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