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 땅의 전·태·일
- 조선남
우리가 얼마나 더 견딜지 사실 우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이 내미는 떨리는 손길을 뿌리치고 등을 돌리는 그대들의 외면에 얼마나
더 기다려야할지 우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법은 있었으나 우릴 보호해주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찾아다닌 곳마다 차가운 시선과 냉대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도 우리는 당신들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 노동자로 태어난 우리들의 못난 운명에 대해 저주하지
않았습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 눅눅히 젖어 오는 냉기를 비닐 하나로 가려보려고 했지만
추위는 구사대보다 전경들보다 무서운 적(敵)이었습니다 뻣뻣하게 굳어 가는 팔
다리를 주무르면 나를 일으켜 세우고 또 다시 하루를 맞이한다는 것은 생(生)을
두고 결단을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당신들의 외면 속에서 우리들이 생(生)을 마감하고, 당신들의 무관심 속에서
우리의 싸움이 막을 내리면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저들은 당신들의 일자리를 내
놓으라고 할 것입니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쫓겨난 우리들의 빈자리를
당신들이 채워야할 것입니다 저들 자본이 노리는 것이 우리들의 피를 말리고,
고사시키려고 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저들은 우리들의 패배를, 우리들의 좌절과 절망을, 그대들 앞에 들먹거리면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몰아붙이면 요구할 것입니다. 죽기 싫으면 일하라고,
쫓겨나기 싫으면 시키는 대로하라고, 그대들이 조롱했던 비정규직 우리들보다
물량을 많이 뽑아내라고, 그렇지 않으면 분사시키겠다! 그렇지 않으면!
용역으로 전환시키겠다. 외주 처리하겠다고 그대들의 숨통을 바삭 조여 올
것입니다
"준비된 투쟁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싸울 여력이 남아서 투쟁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싸움을 영웅적인 투쟁으로 부축 혀 세우지 마십시오.
우린 투쟁하지 않으면 노동자로서 모든 것을 잃기 때문에 싸우고 있습니다.
우린 살기 위해 투쟁하고 승리하기 위해 투쟁을 피하지 않았을 따름입니다."
동지의 손발을 주무르며 몇 번이고 떠올렸던 말이 생각납니다.
… …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 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데,
굴리는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 … 한 동지를 떠나보내고, 또
한 동지를 떠나보내면서 피눈물로 되뇌이던 말! 이후의 세계에서 또 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비정규직 철폐! 고용안정!
나를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 주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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