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버티기’에 개혁 논의 ‘맴맴’-“농민 힘 보여주자” 실력 행사
2003-7-14
농민들이 농협을 점거한 이유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를 주축으로 한 전국농민연대 소속 농민 1만여명은
8일 전국에서 ‘농협개혁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저지를 위한
농민결의대회’를 갖고 서울 농협중앙회 본부를 비롯한 전국의 농협중앙회
지역본부와 시·군지부에서 일제히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농민들은 11일 4일째
농성 끝에 농협중앙회로부터 개혁안을 도출해내고 농성을 풀었다. 농민들의
요구사항, 농성 이모저모를 살핀다.
참여정부 들어 농협 개혁 문제는 지난 4월28일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위원장
송남수, 박석휘)에서 현재까지 6차례 회의를 가졌으나 논의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그것은 △농협중앙회 3년내 신·경분리 △중앙회 시·군지부 폐지
△시도지역본부장을 조합장으로 선출 등 농민단체가 요구하는 3대 과제에 대해
농협중앙회가 계속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농협중앙회에 대해 3년내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할 것을 요구했으나
농협중앙회는 자본금 확충, 경제사업 자립 등을 해결하는 조건을 충족시켜도
7년은 걸린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워 의견이 맞서왔다.
이런 가운데 3일 열렸던 농협개혁위원회에서는 농협서 추천한 위원인 한 교수가
농민대표에게 인신모독적인 발언을 하는 등 정상적인 합의가 어려운 지경까지
흘러 왔다.
한편 정부는 농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7월 임시국회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농민들을 긴장케 해
왔다. 이에 따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서정의)는 7월 4일 도회장단
회의에서 이같은 움직임에 맞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가기로 하고
전국농민연대(상임대표 송남수)와 함께 결의대회와 함께 농성투쟁에 들어간
것이다. 농민들은 더 이상 논의와 협상만으로는 농협중앙회를 개혁할 수 없다고
판단, 농협중앙회 본부를 비롯한 전국 지역본부, 시·군지부에 대한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 농민연대 요구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3년내 완료=3년 이내에 현행 농협중앙회 조직을
△농협중앙회 △경제사업연합회 △신용사업연합회로 분리, 개편 완료.
신경분리가 완료되면 △회원조합을 지원·감독하는 비출자법인인 중앙회
△조합원에게 재화·용역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경제사업연합회 △경제사업을
지원하는 상호금융연합체·농업금융전문조직인 신용사업연합회로 분화.
▲불필요한 중복조직인 농협중앙회 시군지부의 즉각 폐지=농협중앙회
시군지부를 반드시 철폐하고 지역내 회원조합들이 자율적으로 각종
지도·경제·정책사업에 관련된 다양한 연합회(협의체) 등을 구성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
▲시도지역본부장을 조합장중에서 선출하도록 개혁=각도와 특별시·광역시
농협지역본부장을 능력과 비전을 가진 조합장 중에서 뽑도록 제도를 개선.
아울러 이들 선출직 지역본주장들이 농협중앙회 당연직 이사로 중앙회의
농민중심적인 건전경영을 이끌수 있도록 보장.
▨ 이/모/저/모
천막농성 하면서 밤새 진입 시도
○…8일 오후 2시부터 농협중앙회 앞 결의대회를 마친 농민대표 40여명은 그
자리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
경찰은 이날 저녁 농민연대 대표들이 농성중인 천막을 철거하려 했으나
농민대표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밀고 밀리는 실랑이 끝에 결국 천막을 사수.
농협중앙회측은 결의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셔터문을 내리고 출입문을 통제,
농민대표들은 천막농성을 진행하면서 밤새 중앙회 건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농협의 차단으로 실패.
정대근 회장, 농성장 찾아와 설득
○…10일 오후 농성장에 들린 정대근 회장은 농민대표들에게 “자본금 확충,
경제사업 활성화 등의 조건을 충족한다면 신·경분리에 이견이 없다”면서
“이렇게 길거리에서 하지 멀고 들어가서 논의하자”고 설득.
그러나 농민대표들은 “이견이 없다면서 그런식으로 조건을 달지 말고 언제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라”면서 “농민대표들 앞에서 셔터문을 닫아 걸고
농민이 주인인 농협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강력 항의.
이양희 위원장 “FTA 비준 반대”
○…농민대표들은 9일 오후 이양희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한·칠레 FTA 국회비준 저지에 농해수위 위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
이에 대해 이양희 위원장은 “대책없는 한·칠레 FTA국회비준은 반대하며,
우리나라 농업 회생을 위해 68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게 이전부터
소신”이라고 답변.
정 회장, 경남도본부 발언 ‘물의’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11일 경남도 조합장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농협경남지역본부에서 열린 ‘농협CEO 당면현안 토론회’에 참석, 농민단체들의
협동조합 개혁방안에 반하는 견해를 피력해 물의. 정 회장은 “신·경분리는
농협·농민 보호장치를 마련한 후 실시해야 하며, 시·군지부 폐지는
신·경분리가 되면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며 “다만 1군 1개 조합의 경우
해당조합과 지역민의 동의하에 시·군지부를 지점화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발언. 합동취재반
■ 서정의 한농연 회장 “합의 사항 이행, 계속 감시할 것”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는 만큼 계속 감시하고 농협중앙회 개혁을
관철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전국 동시다발로 전개한 농협중앙회 및 지역본부,
시군지부 점거농성을 마친 서정의 회장은 합의가 시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개혁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농협중앙회 신·경분리와 관련, “농민조합원은 팽개치고 자신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신용사업과 수익사업에만 열중하고 있는 농협중앙회를
개혁해야 하는 것은 시대의 소명”이라며 “신용사업에서 버는 돈을 경제사업에
돌릴 수 있도록 법을 만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번 점거농성 투쟁에 한농연 각도연합회와 시군연합회 차원에서
일사불란하고 강력히 임한데 대해 “동지들이 농협개혁의 필요성과 목표를
공감하고 투쟁에 적극 동참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면서 한농연 회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영진 장관 ‘긴급 간담회’ 갖고 제안
김영진 농림부 장관은 10일 송남수 전국농민연대 상임대표, 서정의 한농연 회장
등 농민단체 대표와 정대근 농협중앙회장 등을 직접 불러 ‘협동조합개혁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여기서 김 장관은 중앙회 신용·경제사업의 분리에 대한
원칙을 확인하고 분리시한에 대해서는 농민단체와 농협중앙회가 각각의 안을 낼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각각의 개혁안을 내는 것은
농협개혁위원회 구성 목적에 맞지 않다며 반발했다.
“농협-농민단체 복수안 제출, 개혁위에 정부 관계자 파견”
▲신·경 분리 원칙은 합의=간담회에 앞서 김 장관은 “농민들이 폭우 속에서
농성을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면서 “양측 간에 쟁점과제를
잘 정리해서 웃는 얼굴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
이 자리에서 송남수 상임대표는 “농협개혁위원회에서의 논의가 지지부진해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심정을 이해하길 바란다”며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서 중앙회의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하고 시·군
지부를 폐지하고 시·도 본부장을 선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요구했다. 또 김인호 한여농 회장 또한 “농협중앙회가 개혁의지가 있다면
농민단체의 뜻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대근 농협중앙회 회장은
“중앙회 신용·경제 분리의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면서 “그러나 자본금 추가
확충,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수지개선, 지도사업 자금조달 충족 등의
전제조건이 먼저 충족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리시한은 이견=농민단체들이 3년 이내를 요구한 반면, 중앙회 측은 7년
이내에 하겠다고 답변했다. 서정의 한농연 회장은 “여건이 마련되면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하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질타하고 “참여정부에서 조차 협동조합 개혁을 못하면 앞으로 영원히 못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3년 이내의 기한을 설정,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제안했다. 정현찬 전농의장 또한 “신·경 분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속돼
온 것”이라면서 “기한만 확정하면 부족한 부분은 정부, 농민단체,
농협중앙회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갈 수 있는 과제”라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 측은 내부적으로 이견을 보였다. 이건호 농협중앙회 기획상무는
“자기자본금 충족 등 전제조건을 갖추기 위한 자구노력에 소요되는 시간으로
7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박석휘 농업경제이사는
“농협개혁위원회의 회의록을 확인해 볼 것”이라면서 “구체적 시한을 정해
놓은 것은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농민단체장들이 농협중앙회안을 장관에게
제출했고 이것을 본 김 장관이 “7년이라는 시한을 정해놓고는 왜
발뺌하느냐”고 강력하게 질타, 농협중앙회 측으로부터 신·경 분리를 7년
이내에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정부 중재안=김영진 장관은 “농협중앙회의 신·경 분리를 원칙으로 하되
분리방안에 대해서는 3년 이내에 실시하는 농민단체 안과 7년 시한의
농협중앙회 안을 각각 제출할 것”을 권유했다. 또한 “양측의 안이 제출되면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양측에서 협동조합의
관리, 감독을 맡은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는 만큼 농협개혁위원회에는 농림부의
국장급 간부를 배석시키고 실무기획단에는 협동조합 과장을 파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서정의 회장은 “각각의 개혁안을 제출할 경우
농협개혁위원회의 활동자체가 무의미하다”며 강력 반발했다. 반면 농협중앙회
측은 정부중재안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인사가 농협개혁위원회에
참석하는 것은 양측 모두 환영했다.
제1584호/ 협동조합 / 이상길,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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