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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2289
글쓴날 : 2003-06-28 10:26:21
글쓴이 : 윤영대 조회 : 162
제목: 간부님들의 필독서

‘공산당 선언’을 함께 읽는 구세대와 신세대 - 황광우와 장석준 
이성문( mongkeys@yahoo.co.kr )
   
     
 
June  25, 2003 | 《레즈를 위하여》(실천문학사)라는 빨간 색깔의 표지를 한
책이 새로 나왔다. 레즈? 많은 사람들이 제목에 대해 이런 저런 많은 상념을
떠올릴 것이다. 나는 워렌 비티가 감독하고 주연까지 맡은 영화 ‘레즈’를
떠올렸다. 그 영화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취재한 르뽀르타주 《세계를 뒤흔든
10일》(두레)로 유명한 미국의 진보적 저널리스트 존 리드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었다. 나는 그 영화에서 담배연기 자욱한 강당에서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로 시작되는 인터내셔날가가 합창되는 가운데 레닌이 단상 위에
올라서는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구세대 레즈와 신세대 레즈의 만남
   ‘레즈’는 20세기를 그나마 숨쉬게 만들어주었던 맑스주의로 대표되는 그
색깔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그 ‘레즈’는 2002년 월드컵
대회 기간 열광했던 레즈세대를 의미하기도 하는 중의적인 용어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삶의 에너지를 분출하는 신세대와
한편으로는‘일편단심’(一片丹心)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두 책의 저자가 황광우와 장석준이다. 그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여의도에
있는 민주노동당을 찾아갔다. 정치정당이란 곳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된 나는
촌놈처럼 어리둥절하며 저자들을 찾고 있었는데, 그때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고향에서 봄직한, 단오절이면 씨름대회에
출전할 것 같은 우직한 동네 아저씨의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황광우였다. “아, 복도에서 눈이 마주쳤던…”이라고 내가 말하자
그는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공동저자 장석준은 1971년 생으로 황광우와 10년
이상 나이 차이가 있다. 그는 두뇌회전이 빠른 사람 특유의 호기심 많은
반짝반짝한 눈매를 지니고 있는데 두 사람이 어떤 연유로 함께 책을 쓰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2000년도 민주노동당 만들어지면서 석준이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전의 운동
역사에 대해서 직접 가담하지 않으면 알 수 중요한 대목까지 젊은 친구가
꿰뚫고 있어 거기에 마음이 통해서 같이 책을 내게 됐지요. 비록 나이는 10여년
차이가 나지만 이런 실천적 이론적 동질성이 공동 저술의 밑바탕이 되었을
겁니다.”

한국사회의 정치와 허위의식
   사실 두 사람은 함께 노동운동 단체의 초청을 받아 독일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거기서 장석준은 황광우의 표현대로라면 사회주의 정보통이었다고 한다.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나라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고 있었다나.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어쩌구, 로자 룩셈부르크가 어디에서 죽었고, 독일 사민당, 녹색당이
어떻게 논쟁을 하고 있고… 등등. 장석준은 맑스주의에 관한 아카데믹한 훈련이
잘 되어 있고, 황광우는 몸을 움직이는 실천가라는 점에서 잘 어울리는 콤비
같았다. 노무현 체제에 대해 슬쩍 물어보니 황광우는‘재미가 없을
거라고’말을 아낀다. 그래도 계속 채근하니 느릿하고 굵직한 목소리로
‘허위의식’을 말한다. 

  “김대중씨나 노무현씨나 그래도 훌륭하신 분 아니냐 이렇게 보는 시각, 그
정도라면 일반인들도 헛갈릴 것이 없죠. 그런데 이회창씨는 아주 나쁜 수구고
노무현씨는 자유주의라고 개념을 붙여 같고 이야기하면 그 개념이 현실의
토대에 있지 않기 때문에 틀렸다 이거죠. 그게 개념이 가져오는
허위의식이거든요. 우리나라의 정치역사 과정에서 제대로 된 자유주의, 제대로
된 보수가 살려면 진보가 국민적 정치세력으로 등장해야 제대로 된 진정한
보수가 나올 수 있습니다. 김대중씨나 노무현씨를 보수라고 보는 것도 과도한
칭찬입니다. 적어도 보수주의자라면 민족주의만큼은 지켜야 하잖아요? 적어도
자유주의자라면 볼테르 정도는 돼야지요.”

  국민들이 개혁적이라고 생각해서 대통령을 만들어주었으면 하다못해
문화예술계에 대한 개혁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냐고, 시인들이나 연극인들의
경우에는 생활비를 지급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참고로 그의 형이 시인
황지우다). 문화 수준이 한없이 높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처럼. 그래서‘사회 한 구석에라도 역사가 진전한다’는 느낌을 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그는 강조한다. 정치 얘기가 나오니까 담배가 피우고 싶었는데
RAISON을 보고 ‘SOFT REVOLUTION’이라고 장석준이 말한다. 문화개혁과 같은
소프트 레볼루션도 안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인터뷰라기보다는 정치한담과
같은 것이 되어버렸는데, 책보다는 정치이야기를 더 많이 하다가 왔다.
민주노동당의 득표율과 관련하여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라는 둥, 10년 20년 내에
민주노동당이 집권할 수 있다는 둥, 허위의식과 사표심리의 관계 등등 물론
그런 이야기를 다 쓸 수는 없다.   

공산당 선언을 새롭게 읽는다는 것
   《레즈를 위하여》는 3개의 부로 이루어져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1부
2장에서 공산당 선언의 구절들과 대비하며 노동현장에 투신했던 자신의 경험과
함께 노동운동의 역사를 담은 황광우의 이야기가 좋았다. 2부는
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을 다시 번역 수록해놓았고, 3부는 사회주의와
관련된 논쟁점을 다루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유독 강조되고 있는 말 중의
하나가 ‘소외된 노동’이라는 것을 독자들은 알아챌 것이다. 무언가에 얽매어
억지로 하는 노동, 명령을 받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며 그 자신이 하고 있는
노동에서 소외되고 그 성과에 있어서도 소외 받고 있는 것, 그것이 소외된
노동이다. 7,80년대를 노동운동을 거쳐온 황광우와 신세대 장석준이 만나
공산당 선언에서 새롭게 읽어낸 것은 소외된 노동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인 듯 하다.  

  “하나의 가설로 주3일 노동을 생각해봤어요. 3일은 일하고 나머지 3일은
자유롭게 다양한 창조적인 활동,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죠. 하기 싫은 노동을
하는 것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으로 바꿔 가는 거죠. 이게
사회주의이지 식량배급제나 이런 것은 사회주의가 아닙니다. 국가가 이 사회가
생산한 것을 싹 수거해 가지고 나눠주는 것은 족보에도 없는 괴물 같은
사회주의지요. 앞으로 21세기는 그런 것과 전혀 다른 사회주의여야 한다는
겁니다. 일차적으로 이 사회가 교육과 의료문제를 걱정 없이 해결하고 난 뒤 그
다음은 주 3일 노동을 하는 운동으로 가야 합니다.”

  반전, 반세계화 등 세계적으로 진보사상이 다시 젊은이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반미촛불시위, 반전운동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젊은이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황광우와 장석준은 이들 ‘레즈’들이
7,80년대와 달리 자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레즈를
위하여》는 이런 시점에서 나온 책이다. 공산당 선언은 그 시대를 살았던 한
실천가와 현실 사이의 긴장으로부터 탄생했다. 오늘날 공산당 선언을 새롭게
읽는다는 것도 그것을 읽는 자가 현실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90년대
이후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는 큰 변화를 겪었다. 사상적 측면에서도 그 변화는
두드러졌다. 황광우에게 있어 《레즈를 위하여》는 그 10년간의 사상적 혼돈과
지적 방기로 인한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쓰는데
몹시 힘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현재 광주에서 공산당 선언을 텍스트로 하여 수업을 하는 특이한(?)
학원강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사회단체에 강연요청이 들어오면 한걸음에
달려가는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참고로 황광우는 민주노동당 연수원 초대
원장이었고, 장석준은 현재 연수원 교육부장이다). 황광우와 장석준이 만난
것처럼, 두 사람이 만남에 대해 말한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이 말은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이 건네는 것이다.  

  “세상은 다양합니다. 다양성의 원리를 인정하면 다음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만나고 대화하고 연대하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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