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단위농협 모럴해저드
매일경제
2002년 12월 3일 화요일 오후 2:26:33
지난해 말 합병대상으로 지정된 부실단위농협 71개 중 불과 22곳만이실제합병이
완료되는 등 농협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
특히 이 중 25곳은 당초 예정된 시한인 10월 10일을 넘겨 연말까지합병이
유예되는 등 정권말기 정부가 표심을 의식해 단위농협 구조조정 의지가 희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지지부진해지면서 이들 농협의 부실규모는 눈덩이처럼 늘어나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농협 구조조정기금에 대한 부담만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가 부실단위농협의 구조조정을 위해 제정한 '농업협동조합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1383개 지역조합 중에서 선별한197개 부실조합의
구조조정 진척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합병조치를 받은 71개 지역조합 중 실제 합병이 완료된 곳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인 22곳에 불과하다.
재무구조 개선 권고를 받은 126곳 단위농협 중 5곳은 노조의 거부와조합장의
반대로 아예 양해각서 체결조차 못했다.
단위농협의 구조조정이 늦어지는 사이 이들 조합의 부실만 커지고 있어 농협의
구조개선기금에 대한 자금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합병불가능 판정을 받은 6군데 중 A조합이 실사결과 누적적자가 280억원에 달해
결국 합병을 포기하고 지난달 29일 사업정지 조치를 받은 것이 단적인 예.
농협 중앙회 관계자는 "합병 불가능 판정을 받은 6곳 중 나머지 2곳에 대한
처리도 불투명하다"며 "이들의 부실규모가 예상보다 커 선뜻이들을
인수하겠다는 조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구조조정을 미루는 사이 이들 단위조합의 부실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실액이 5875억원으로 추산되지만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이 액수가 더욱 커져왔음을 감안할 때 향후 이들의 정리를 위한 자금
부담이 최소 1조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있다.
전문가들은 부실 단위조합을 정리하고 영세한 규모를 키우기 위해 우선 읍ㆍ면
단위에까지 뻗어 있는 1300여 개의 회원 조합수를 합병 등을 통해 시ㆍ군
단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와 조합 내 투자의 전문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기금관리위원회를 외부전문가 위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총 12명으로 구성된 기금관리위원회는 △정부측 인사 4명 △농협중앙회 4명
△학계와 농업단체측 인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농협중앙회가 정부의 산하단체인 점을 감안하면 조합원 농민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반영되는 구조다.이에 따라 외부전문가를
대폭 영입해 독자적이고 공정한 구조조정을추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정부의 적극적인 대농민 홍보를 통해 합병으로 인해 농민이 입게되는 피해가
미미하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실제로 합병이나 영업정지 결정에 조합원이 피해를 보는
경우는 미미하다"며 "지난번 경주낙농조합 영업정지 때도3일 만에 500만원
한도로 예금 지급이 이루어졌고 5주 안에 인근 농협으로 계약 이전을 완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구조조정 예산은 턱없이 모자라 정부의 자금지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중앙회와 조합이 기금마련을 위해 예수금 평잔의 0.1%를 징수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모인 돈은 고작 2000억여 원에 불과하다. 실제로구조개선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2627억원의 자금이 재무구조개선과합병지원 명목으로 사용됐다. 예상
소요자금 1조원에는 비할 수 없는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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