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선제공격 카드' 삭제 실패
바보가 된 '바보 노무현', "핵문제에 남북교류협력 연계"
이정무
기자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던 한미정상회담이 부시 대통령의 완전한 승리로 끝났다.
노 대통령은 미2사단을 당분간 현재의 주둔위치인 경기북부에 그대로 둔다는
것만을 얻었으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관련해서는 군사공격 옵션을
삭제하지 못한데다, 이후 미-일간에 논의될 대북제재에 대해 인정함으로써
한국정부의 절실한 요구인 ‘전쟁만은 안된다’는 입장을 관철하는 데
실패했다.
반면 미국은 1,2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난 한국민의 반미감정을 사실상
‘한국정부의 책임’으로 돌림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피해나갔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두 여중생의 죽음과 같은 주한미군의 범죄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유감’표시는 커녕, “주한미군 장병들에 대하여 경의를 표”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14일 오후6시(우리시간 15일 오전7시)부터
백악관에서 37분 짜리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짧은 회담시간을
감안하면 공동성명에서 발표된 것 이외의 별도의 이면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문과 4개 조항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에서 양국 대통령은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라는 총론 하에 한미동맹, 북한, 경제관계, 완전한
동반자관계 지향이라는 네 개의 소주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소주제들은 애초 한미정상회담의 3대 의제로 거론되던 북핵문제,
한미동맹관계, 경제현안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특이한 것은 핵심 이슈였던 ‘북핵문제’가 ‘북한’문제로 표현된
것이다. 이는 남북관계, 북미관계 전반이 북핵문제 해결 여부에 종속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국정부는 남북관계 전반에서 독자적 입지를 거의 잃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동맹
회담의 총론적 성격을 띠는 한미동맹 문제는 그 동안의 한미관계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내에서 무성했던 ‘성숙한 한미관계,
‘대등한 한미관계’ 등의 개념은 노 대통령의 일방적인 ‘고개숙이기’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두 여중생의 죽음과 작년말 대규모 촛불시위에서 ‘한국민에게 사과를 해야할
처지’였던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를 믿어달라’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앞으로도 “미군의 강력한 전진 주둔”을 약속하는 위치로 다시 올라섰다.
미국은 미2사단의 한강이남 재배치를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해, 한국내
보수층의 두려움을 이끌어내었으며, 노무현 정부의 항복을 받아낸 것이다.
양 정상은 “미군기지의 재배치는 상황을 신중히 고려하여 추진”하기로
함으로써 당분간 미2사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미 2사단의 재배치 문제는 장기적으로는 미 군사전략의 핵심을 이루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와 무관하게 중장기적으로 추진될 것이 확실하다.
미국은 다만 그 시기를 급하게 제시함으로써 한국정부를 협박’하는 데
성공했다.
미 2사단 재배치가 한미관계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는 지렛대가 된 데는 노무현
정부 일각에서 ‘2사단 재배치를 북한 폭격의 사전 조치’로 오해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이번 회담의 최대 이슈였던 북핵문제에서 한미정상은 “북핵불용 및 완전한
제거”에 합의했다. 이것은 3자회담에서 나온 북의 ‘대담한 제안’에 대한
거부의 의미를 띤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국제적 협력에 기반하여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했으나,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될 경우에는 추가적 조치의 검토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데
유의”함으로써 사실상 미국의 대북제재 방안에 대해 한국이 동의한 모양이
되었다.
특히 내주에 열릴 예정인 미일정상회담에서 대북 경제제재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좁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을 몇 시간 앞둔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측이
대북 선제공격론을 협상테이블에서 배제되기를 바라고 있는데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모든 옵션을 협상테이블에서 제외하지 않는 것은 미국의
오랜 정책"이라면서 "이는 이번 경우에도 그대로 계속된다"고 강조해,
선제공격론이 한미간의 협상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정상회담이 열린 14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설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더욱 날카로운 메시지가
한국인들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것은 아시아에서 미국이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시대가 다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해 미국측의 강경한 입장을 대변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향후 남북교류와 협력을 북한 핵문제의 전개상황을
보아가며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해 김대중 정부 이후의
‘정경분리’ 원칙을 포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경제관계 및 완전한 동반자 관계
정치문제가 급한 현안이 된 만큼, 정상회담에서는 경제문제와 의전적인
문제들은 실무협의로 넘겼다.
관심을 끌었던 한미투자협정 문제는 정상회담 자리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다.
다만 “무역개방, 투자, 투명성의 제고가 동북아 경제중심 개념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 요소”임을 강조해 앞으로의 여지를 남겼다.
또 양국정상은 두 정상간의 인간적 신뢰를 여러차례 강조함으로써 그 동안의
한미갈등이 사실상 정리되었음을 과시했다.
유일하게 건진 미2사단 현행유지, 과연 ‘건진’것인가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과격한’,
‘반미성향’을 우려하던 보수층은 “환영”일색의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무엇보다 이 회담을 통해 노 대통령에
대한 미국 조야는 물론 국제사회의 적지 않은 우려가 어느 정도 불식된 듯 싶어
다행”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으며,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은 “양국 정상이
북핵을 비롯해 주한미군 등 한미동맹관계, 경제통상협력방안 등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합의한 것은 한미혈맹관계를 더욱 발전시킨 것으로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언론들도 일제히 “북핵, 평화적 수단으로 제거”등을 제목으로 뽑으며, 성과를
강조하는 표정. 그러나 ‘평화적 수단’은 미국이 언제나 입에 달아온 듣기좋은
표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표현을 ‘성과’라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기대되었던 북의 ‘대담한 제안’에 대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고, 부시 행정부의
‘군사공격 가능성’을 제거하지 못한 점이나, 미-일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에
한국정부가 동참하기로 한 점, 김대중 정부 이래 한국의 고유권한으로
인식되었던 남북교류를 핵문제에 연동키로 한 점 등은 “뭐하러 미국갔냐”는
반발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유일하게 한국측의 입장이 받아들여진 미2사단의 현행유지 역시 경기북부
지역 주민들, 특히 미선이, 효순이의 가족입장에서는 '성과’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촛불시위 등 평화와 자주를 염원하는 국민적 에너지의
표출로 유리한 위치에 섰던 노무현 정부가 국민적 염원을 ‘일부의 반대’로
격하하면서, 자진해서 머리를 숙이고 들어간 점이다.
정상회담이 오랫동안 준비되고, 각 나라의 지도자역량, 외교역량이 총 집중되는
이벤트라고 본다면, 이번 정상회담의 실패는 노 대통령이 ‘촛불시위 자제’를
요청했던 당선자 시절부터 예견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2003년05월15일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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