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권영길 지지율 두 자리수 육박
노동과 세계 제223호
[두 차례 TV토론 성공적…이미 5%선 넘은 듯/"'사표심리' 극복 위해 전조합원
분발요구돼"]
"10년을 달려왔다. 지금까진 좋다. 조금만 더 힘내자"
대통령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으며 권영길 후보 지지도가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등 '노동자정치세력화'에 파란불이 켜졌다. 그러나 막판으로 갈수록 보수양당에
'표 쏠림 현상'이 일어날수도 있어 민주노동당과 공동선대본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지율 상승의 일등공신은 역시 TV토론이었다. 1차토론에서 '부패원조당'
'부패신장개업당' 등 적절한 비유로 보수정치의 닮은꼴을 지적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권 후보는 2차토론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권 후보는 10일 열린
2차토론에서 "한나라당은 IMF당, 민주당은 정리해고당" "한나라당은 폐차,
민주당은 중고차, 새차는 오직 민주노동당뿐"등의 '명언'을 남겨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부패신장개업당 폐업했다"는 노무현후보의 반론에 대해
"폐업은커녕 정몽준 씨와 합작회사를 차려 재벌당을 만들었다"는 역공을 펴기도
했다.
노동자·서민 중심의 실물경제 해법도 단연 돋보였다. 비정규직에 대해
보수양당 후보 모두'필요악'이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권 후보는 '파견법철폐,
용역회사해체'를 주장했다.
시장개방에 대해서도 두 후보의 '개방불가피·개방 후 대책마련'을 주장했지만
권 후보는'쌀시장 개방 절대불가'입장을 확실히 했다. 노동자 경영참여에서도
권 후보는 '경영참여완전보장'을 주장한 반면 보수양당 두 후보는 '노동자
경영참여 반대(이회창)''종업원지주제만 허용(노무현)'을 주장했다.
TV토론회 이후 민주노동당 홈페이지는 물론 각 방송사 홈페이지에도 권 후보의
정책에 공감을 나타내고 지지를 약속하는 글이 밀려드는 등 반응도
폭발적이다.
각 언론사와 당이 집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권영길 후보의 지지율은
'5%확보, 두 자릿수육박'으로 요약된다. 대선 투표율을 80% 수준이라고 했을 때
1백40만에서 3백40만표에 이르는 수치다.
분석에 따르면 권 후보의 주요 지지층은 △여성보다 남성 △2~30대 노동자
△부산·경남·울산에 주로 분포돼 있다. 또 대구·경북과 대전·충청지역에서
'반DJ,비이회창' 유권자층이 권 후보의 상승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V토론이후에는 '불모지'로 여겨졌던 40대 이상과 자영업자
층에서도 지지도가 상승곡선을 그리고있다.
하지만 계층별로는 주부·자영업자가, 지역으로는 서울·수도권이 취약하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서울·수도권의 경우 대공장이 있는
경기도 일부지역에서는 지지도가 높지만, 사무직 노동자가 밀집된
서울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권후보가 지난 9일 열린 '서울지역
노조위원장 간담회'에서 "서울의 지지도가 변수"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도 △모든 단위노조 간부 현장순회 △연맹위원장
긴급현장순회(수도권 특별대책) 등의 막판총력전을 위한 지침을 내렸다. 오는
12월17일에는 지방선거에서 20%의 지지를 보인 뒤 대선에서 주춤하고 있는
'울산표심'을 만회하기 위한'울산노동자 전진대회'도 연다.
권 후보도 2차 TV토론 이후 '현장 다지기'를 기조로
구미·유성·안산·화성·창원·울산 등 노동자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유세일정을 짜는 한편 투표 전날인 18일에는 대선의 최대격전지 서울에서
세몰이에 나선다.
민주노동당 신장식 기획위원장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권 후보 지지자의
이른바 '충성도'가 다른 후보에 비해 다소 낮아 막판 사표심리에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핵심지지층인 조직노동자의 결속력을 높이고 주변을
설득해나가가야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고, 노력여하에 따라 더 치고
올라갈 수도 있다"며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분발을 호소했다.
"진보후보 반갑다" 바닥표심도 '들썩'
노동자·농민·시장상인들 열띤 반응…"확실히 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빛이 달라졌다. 서울·경기
수도권부터 바다건너 제주까지 전국의 유세현장에서 당과 후보에 대한 인지도나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와 농민,
시장상인들의 열띤 반응에 크게 고무된 상태다.
권 후보와 유세단이 지난 12월6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 도착하자
"노동자·서민의 대표 권영길 후보가 우리 공장을 방문하셨습니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노동자들은 일손을 멈추고 달려왔고 악수가 이어졌다.
"수고하십시오" "영광입니다""이회창과 노무현에게 파업대체인력 투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주십시오"…
이같은 '폭발적' 반응은 1차 TV토론 직후인 12월4일 새벽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을 방문했을때부터 나타났다. 권 후보와 악수하려는 노동자들이 줄을
이었다. 한 노동자는 "확실히 떴습니다"며 환하게 웃었다.
충남에서는 양대노총이 공동으로 권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두 노총 충남본부는
12월6일 오후 천안역광장에서 공동지지선언대회를 열고 "주5일제는
보수정치권의 장난으로 만신창이가 됐으며, 경제특구법으로 노동자들은 거대
외국자본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라면서"충남지역 양대노총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당선을 위해 헌신적으로 지원할것"이라고 밝혔다. 포항시협은 11월28일
일찌감치 한국노총 포항지부와 공동선대본을 꾸리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협 관계자는 "가족들의 반응이 좋아졌다는 얘기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농민도 권 후보에게 호의적이다. 농민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 것으로
기대했던 김대중정권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사는 게 힘들다는 게 농민들의 푸념. 민주노동당 춘천지구당 이민영 사무국장은
"농민들이 선본에 찾아와 격려하고 후원금을 전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이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던일"이라고 말했다. 장원섭 광주전남선대본
상황실장은 "노·정 단일화 이후 노무현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방선거에서 높은 지지율이 나온 진도, 나주, 고흥, 영광
등을 중심으로 제대로된 농민공약을 내세운 정당은 민주노동당과 권후보뿐임을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후보에 대한 지지세는 시골장터에서도 감지된다. 유세지원단이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만든 민주노동당"이라고 소개하면 "알고 있다. 개정을
위해서도 힘써달라"는 화답이 나온다. 제주본부 김영근 사무처장은 "5일장을
나가보면 60세 어른까지 '우리식구는 권영길 지지한다'고 말하곤 한다"면서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권 후보 유세가 열린 청주 육거리시장에서는 시민들의
선물이 답지하기도 했다. 한 중년 부인은 "아들이 5년 전부터 진보정당 대통령
후보에게 주겠다고 모은 것"이라며 돼지저금통을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12월3일 부평유세에서는 한 뇌성마비 장애인이 꽃다발을 전달해 주변을 숙연케
하기도 했다.
여수어민회도 후원금을 걷어 민주노동당에 전달했으며, 유세단이 원주
중앙시장을 지날 때 승용차를 몰던 한 40대 남자가 후원금을 넣은 봉투를
건네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김준수 서울시지부 사무처장은 "지하철역 유세에
나서면 지지를 밝히며 악수를 청하는 시민이 부쩍 늘었고,
강북무료법률상담센터에서 도움을 받은 주부들의 경우 식사지원, 전화연락 등
자원활동에 나섰다"며 뿌듯해했다.
<대선현장 이모저모>
권영길 홈페이지 게시판 '이력서'
O…민주노동당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이 1차 TV토론 전후로 큰 차이를 보여
눈길. TV토론전에는 주로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위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결의'가 대부분이었으나 TV토론 뒤로는 이회창과 노무현
사이에서 갈등하다 권영길을 지지하게 됐다는 일반인들의 '결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다가 선거일이 점점 가까워 올수록 가족이나
친지를 설득해 권영길 지지자로 만들었다는 내용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사연도
가지가지.'부부당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직장인은 투표하지 않겠다는 아버지와
이회창을 찍겠다는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부인과 함께 1박2일 동안 고향에
다녀온 얘기를 올려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부부당원은 결국 부모님 설득에
성공했다고.
마을주민들이 '길잡이' 자청
O…조합원과 선거운동원들은 TV토론 뒤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의 높아진
인지도를 실감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창원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한
조합원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상징색이 노란색과 주황색으로 비슷해 처음
간 곳도 '아까 노무현 왔다갔는데 또 왔나?'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오해는 없다고 한다. 경남의 경우 지리를 잘 몰라 운동원들이 애를
먹고 있는데 TV토론 뒤로는 "저쪽에 사람이 많으니 그쪽으로
가자"며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마을 주민들이 많아 '좋은 목' 잡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숙소 출입문에 '미국인 출입금지'
○…노동자 서민의 후보가 고급호텔에서 묵을 수는 없는 일.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12월5일 밤 전주에서 하루를 보낸 숙소는 전통한옥 생활체험관이었다.
이 건물 정문 옆에는"의정부 여중생 사망과 관련해 미국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벽보를 붙이고 있어 최근 심미선·신효순 두 여중생을 살해한 미군의
무죄평결에 대한 온 국민의 분노를 보여주기도.
청년단체들, 권영길 지지선언
○…전국의 청년대표, 대학 민주동문회장 56명이 12월8일 권영길 지지를
선언했다. 범청학련 윤기진 남측본부의장과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이상규
비상대책위원장 등 20여명은 △여중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통령
△미국에 'NO'라고 얘기할 수 있는 대통령△국가보안법폐지에 앞장서는
대통령을 바란다며 "여기에 부합하는 후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라며
"현재 2천여명이 조직된 청년지지선언을 본격화해 대선 기간 3만명을 목표로 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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