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 추진” “단계적” 주장 엇갈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농정 전반에 대한 개혁추진의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농협개혁이 핵심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혁 주체인 농협은 자율성을 전제로
중앙회부터 지역농협까지 조직과 사업 전체를 아우르는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개혁의 핵심과제에 대해 농민단체와 농협,
학계 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입장과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개혁과제 논의의
장이 될 농협개혁위원회의 발족을 앞두고 핵심쟁점들을 집중분석해본다.
◆중앙회 신용·경제 분리 논의동향=중앙회 신용·경제 분리 방안은 지난
1999년 농협법 부칙에 농협 신·경분리 검토 및 추진사항이 명시됨으로써
추진의 타당성 논란은 일단락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농협개혁 논의가
가열되면서 신·경분리 추진 시기를 놓고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중앙회 신·경분리를 농협개혁의 핵심과제로 삼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사업부문별 독자적 경영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 대립되고 있는 것이다.
◆조속한 신·경분리의 주장=농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신·경분리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신용과 경제사업의 흑자기반
구축과 자본금 확충을 전제로 신·경분리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신·경분리
자체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나 다름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탁명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단계적 추진 입장은 여건성숙이
안되면 몇십년이 걸려도 신·경분리를 못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신·경분리를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이에 따른 세부 문제점들을 농협개혁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중앙회 신·경분리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전국농협노조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필상 전국농협노조 정책실장은 “10년 넘게 검토해온 신·경분리에 대해 다시
자본금 확충 문제나 지도경제사업 위축 등에 대한 우려를 내세우며 지연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농협중앙회가 먼저 추진시한을 구체적으로 선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진우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국회 농해위 전체회의에서 “농협이 신용·경제
사업의 독립사업부제 도입을 말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독자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용사업 의존적 사고와
사업내용을 전면적으로 바꿔 경제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계적 신경분리 옹호론자들의 자본금요건 충족과 경제사업
흑자전환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장종익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경제사업이 흑자전환돼야 신·경분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재 농협중앙회 경제사업 적자의 주요인이 과다차입금 이자비용
설정과 높은 인건비, 경제사업부문이 부담하는 과다한 공통관리비 때문이라는
점을 오도하는 것”이라며 “개혁의지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신·경분리
추진일정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계적 신·경분리 주장=현 여건상 농협은 신·경분리를 추진할 만한 여력이
안되는 만큼 사업부제 강화를 통해 책임경영체제를 확립, 실질적인 신·경분리
체제를 갖춘 후 사업부별로 흑자실현 및 자본확충을 통해 신용과
경제사업연합회를 설립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게 단계적 신·경분리
옹호론자들의 기본 입장이다.
이들은 우선 한국금융연구원의 농협 신·경분리 타당성 연구결과 보고서를
근거로 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금융연구원에서는 신·경분리시 현행
자본금 외에 추가로 대략 2조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지만
연구원이 간과한 지도사업부문의 필요자본금과 금융여건 변화에 따른
신용부문의 자본금 추가소요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농협 자체적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자금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농협은 2001년 4월 사실상 1단계 신·경분리를 한 수협중앙회의 경영상
변화를 예로 들면서 신·경분리에 따른 사업부문간 연계 약화 등 많은 문제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조기태 경남 거제 사등농협 조합장은 “수협중앙회의 경우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이 투입돼 신·경이 분리된 후 어민과 조합원에 대한 중앙회의
자금지원 실적과 지도사업비가 대폭 감소하고 일선조합과 정부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현실화되고 있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신·경분리 자체를 반대했다.
최근 국회 농해위 전체회의에서 권기술 한나라당 의원은 “농협은 신용사업
수익으로 경제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신·경을 분리할 경우 어떤 대책이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황의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는 현재의 여건과 신·경분리에 따른 득실을 따져봐야 하는데, 현재
중앙회는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고 신·경분리에 따라 지역농협의 부담만 더
가중될 것”이라며 현재의 신·경분리 논의가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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