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와 반전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기회가 되면
미국을 경험하고 그곳에서 공부하기를 원한다. 반미 분위기가 가장 심한 곳으로
알려진 아랍권 국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곳에서도 반미의 구호가 드세지만,
아랍권의 중상류층들은 자녀들을 미국에서 교육시키고 있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역사를 보라. 언제나 패권국가가 있었다. 로마, 페르시아, 중국, 스페인,
영국 등이 일정 기간 패권을 유지했던 나라다. 오늘날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힘을 가진 나라다. 2003년도 미국의 국방예산은 3930억 달러에
이른다. 이것은 전세계 군사비의 36.3%로 세계 2∼20위 군사강국의 국방비를
합한 것보다 많다. 이라크전에서 사용되는 최첨단 무기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올해 미국의 군사용 연구개발비는 세계 2∼6위 군사강국의
연구개발비를 합한 것보다 3배가 많다.
군사비 지출 뿐만이 아니다. 문화면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세계의
젊은이들은 맥도널드 버커킹 피자헛에서 식사를 하고, 영어 노래를 듣고, 많은
시간을 영어 공부를 하고, 그리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다. 이것은 미국이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은 그곳이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미국
문화가 가지는 보편성도 세계 곳곳에 전파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젊은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점을 방문해 보라. 베스트셀러
목록으로부터 시작해서 웬만한 번역서들은 거의 미국에서 나온 작품들이다.
지식세계에서도 한국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소비국가의 자리에 머물고
있다.
잘 알지 못하는 존재가 너무 크고 강할 때 인간은 자연스럽게 반감을 보이게
된다. 그래서 지구촌 곳곳에서 ‘미국’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단순히 크고
강한 것에 대한 반감에다 부러움과 시새움이 더해져서 사람들은 묘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강국은 언제나 비난의 대상이 됐다. 대영제국이 세계를 지배할 때도 많은
사람들은 영국을 혐오했다. 비록 짧은 시기이긴 하지만 20세기 말 일본이
미국의 자산을 사 모을 때, 미국 내에서도 일본을 까닭 없이 혐오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 당시에 미국의 대중 매체들은 미국인 모두 이제 기모노를 입고
출근해 스시를 먹게 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물론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왜냐하면 미국인들은 자신감과 여유를 찾게 되었기
때문이다.
촘촘히 연결된 지구촌이 핵무기와 생화학무기가 이곳 저곳에 널려서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곳이라 상상해 보라. 대구지하철 사건도 어느 정신 나간 한
인간에 의해서 수백명의 무고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만일 휘발유에 불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핵폭탄이나 생화학무기를 사용한다고 해 보자. 그
파괴력은 상상력을 초월할 것이다. 이런 지구촌의 안전이란 공공재를 누군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유지해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나 독일도 미국의
역할에 그동안 상당 부분 무임승차를 해 왔다. 그런 점에 그들이 선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대접받는데는 문제가 있다.
석유 문제를 보자. 석유는 미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들의 기초에 해당한다.
그런 자원들이 적대적인 정권에 의해서 유지되는 것에 대해서 당신이 힘을 갖고
있다면 이를 인정하려고 하겠는가. 물론 옳고 그른 문제에 대해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주의자의 눈으로 볼 때, 석유의 확보라는
면에 대해서도 미국의 입장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서점가에 나가 보면 미국의 이해를 돕는 책은 그다지 흔하지 않다. 최강국을
미워하는 분위기가 여론을 주도하고, 대중들의 마음을 장악한 나라가 부강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그들은 어떻게 최강국이 되었을까. 그들은 어떻게 그처럼
창조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해 낼 수 있을까, 그 비결은 무엇일까를 묻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가 희망이 있을까. 나는 후자를 선택하고 싶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간에 앞선 것에서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면 발전할 수 있다. 대신에 앞선 것에 대한 혐오와 질투 그리고 비난이
난무한다면, 낙오될 수 밖에 없다.
나는 다수 대중이 늘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이 목소리 큰 사람들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생각을 세우고 무지(無知)함을 깨치지
못하면, 가난과 굴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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