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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7-01 12:13
[보도] 2007 8 Features |‘한지붕 두가족’ 농협, 악재 줄줄줄∼
 글쓴이 : 부산본부1
조회 : 1,142  

자산 288조원의 매머드급 금융기관인 농협이 잇따른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대근 회장이 최근 법정 구속된데 이어 중앙회와 단위 농협간 분열 조짐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회가 최근 인천 건지 지역에 새로운 지점을 오픈한 것이 표면적 갈등의 원인이다. 건지 지역은 지역 농협인 서인천농협 건지지점이 오래 전부터 영업을 하고 있던 곳이다. 그러나 중앙회가 불과 500m를 사이에 두고 또 다른 지점을 오픈 하면서 갈등이 폭발하고 있는 것.

중앙회 측은 “지역 농협과는 시스템 자체가 틀리기 때문에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농협중앙회 인천본부 관계자는 “서인천 건지지역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새로 지점을 오픈한 것”이라면서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서인천농협 측의 입장은 다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 우위에 있는 중앙회 지점이 지역농협 영업지역에 진출하는 것은 엄연한 ‘영업권 침탈’이라고 주장한다. 서인천농협 관계자는 “중앙회의 경우 상품이 다양하고 대출금리도 단위 농협보다 낮다”면서 “중앙회 지점이 지역농협 영업지역에 진출하는 것은 농협법에도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농협법 6조에 따르면 중앙회는 회원의 사업과 직접 경합되는 사업을 행함으로써 회원의 사업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때문에 지역 농협이 이번 중앙회의 행보에 강한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500m 사이에 두 개 지점 오픈 왜?

실제로 전국농협노조 경인본부는 지난달 12일과 이달 2일 두 차례에 걸쳐 중앙회 인천본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손영철 사무국장은 “누구를 위한 중앙회냐”면서 “조합원들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고 몸집을 키우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날 시위는 단순한 영업권 침해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지역 농협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그 동안 중앙회와 지역 농협 간 갈등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신이 이번 서인천농협 사태를 계기로 폭발한 것뿐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농협중앙회는 지난 6월말 ‘농협중앙회 비전’을 발표했다. 당시 중앙회는 향후 나아갈 길이 종합금융자본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단위농협은 불만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농촌과 농민을 대변해야 할 중앙회가 종합금융자본을 표방한 것 자체가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단위농협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1000여개에 달하는 지역 농협에서 발생한 운용 수익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돈은 농협중앙회의 무차별적인 몸집 불리기에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중앙회 측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인천을 포함한 상당수 지역이 급속히 개발되면서 지역 농협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지역 농협 본연의 임무인 유통업이 어렵다 보니 금융업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항소심서 1심 뒤집고 유죄판결

최근 법정 구속된 정대근 회장의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05년 12월 양재동 사옥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으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1심은 정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법원은 “정 회장의 금품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체가 아닌 만큼 공무원 혹은 준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를 적용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정 회장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농협이 정부로부터 실질적인 지배를 받지는 않더라도 법령에 따른 지도·감독을 받고 있다면 정부 관련 기업체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중앙회 노조와 전국농협노조는 동시에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결과는 ‘극과 극’이다. 중앙회 노조는 정 회장에 유죄를 판결한 재판부를 강력히 비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판부가 농협 조직의 이념과 사업에 대해 이해를 잘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노조의 경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정 회장에 유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대해 오히려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렇듯 농협중앙회와 지역 농협간 갈등이 최근 끊이지 않고 있다. 태생은 같은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건지 지역 지점 문제를 제기한 서인천농협 노조 측은 중앙회를 상대로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이 문제를 놓고 당분간 중앙회와 지역 농협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정대근 회장 법정구속 이어 중앙회-지역농협 알력

■서인천 건지지역 지점 설립 놓고 법적 다툼 가능성

■농협중앙회 측 “일부 문제를 전체로 부풀리지 말라”

농협 회장 3대째 철창행 수모

정대근 회장

상고 불구 이미지 타격

농협 문제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을 끄는 것이 역대 회장들의 행보다. 정대근 회장이 지난 20일 법정구속 되면서 농협은 민선회장 3명이 모두 구속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한호선 초대 민선 회장은 지난 94년 3월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뒤를 이어 취임한 원희철 2대 민선회장 역시 재임 기간에 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때문에 정 회장 구속을 계기로 농협의 경영구조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아직 최종 판결이 남아있는 상태다. 정 회장은 최근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정 회장은 임기 만료일인 내년 5월까지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농협은 역대 회장들의 잇따른 비리로 이미지 타격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지역 농협을 중심으로 불신이 커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와 지역 농협간 갈등은 일부 지역 문제에 불과하다”면서 “시중 은행들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한 순기능도 있음을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석 기자(suki@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