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기자회견 (촬영, 편집 구자환 PD)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 한진중공업 사장 면담 (촬영, 편집 구자환 PD)

재계약을 거부당하고 목숨을 끊은 고 김춘봉씨 사건과 관련,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이 28일 오후 마산 삼성병원과 한진중공업을 방문했다.

단병호 의원·이용식 최고위원· 주대환 정책위의장 등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은 이날 6시경, 시신이 안치된 마산 삼성병원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한 후 한진중공업 마산공장으로 이동해 김정훈 대표이사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진상조사단은 "촉탁직은 모두 다 계약해지를 지시했다는데 그런 방침이 있었느냐" "명예퇴직을 종용할 당시 촉탁직으로 계속 고용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이를 어긴데 대해 책임을 느끼느냐" "임시직은 3개월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진중공업 지회와 단체협약을 맺었는데 지키야 하지 않느냐"고 사측을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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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정훈 사장은 "촉탁직이 2년이 되면 연장이 곤란하다는 내부 방침을 가지고 있었다" "중간관리들이 그런 행위(명예퇴직을 하면 촉탁직으로 계속 고용하겠다는 거짓 약속)를 했다면 제가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노조에서도 그 지적을 회사측에 했다. 이번 불행한 사태를 거울삼아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수긍했다.

고 김춘봉씨를 포함해 지난해 10월 이후 한진중공업에서만 김주익·곽재규 등 3명이 사망하면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이날 김정훈 사장은 시종일관 저자세를 유지했다. 또한 면담내내 "일년 남짓 세 분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일을 겪으며 많은 걸 배우고 느꼈는데 아직도 많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거나 "제 책임이다" "변명이 안되는 일로, 제가 앞으로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연신 사죄의 뜻을 표했으며, 면담을 끝낸 후에도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처음에 사측은 "OO기업(김춘봉씨에게 알선하려 했다고 사측이 주장하는 가스창고 외주업체)에서도 김춘봉씨가 받던 임금만큼 주려고 했다"거나, "명퇴 당시 김춘봉씨를 담당했던 부장들이 전부 회사를 떠나서, 재계약을 계속 하겠다고 약속을 했는지 명쾌히 답변하기 어렵다"고 애매한 답변을 했으나, 단병호 의원과 이용식 최고위원의 계속되는 추궁에 완전히 저자세로 바뀌었다.

진상조사단은 마지막으로, 현재 40여명 정도인 촉탁직 뿐만 아니라 천여명에 이르는 하청노동자에 대해서도 '사회적 모범'을 보일 것을 촉구했으며, 이용식 최고위원은 "한진중공업에서 또다시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국민적으로 용납하기 어렵고 간판을 계속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대오각성하는 선언과 실천에 당장 돌입하라"고 따끔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면담과 그동안 언론에서 보여진 한진중공업의 발언에 비추어, 유족 보상과 40여명 촉탁직의 정규직화는 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국민 사과와 천여명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대책마련이 주목된다.

한편 이수호 위원장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치고 저녁 7시부터 고 김춘봉씨와 관련한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또한 창원이 지역구인 권영길 의원도 이날 마산 삼성병원을 방문했다.

△홍순익 사장(왼쪽) 김정훈 사장(오른쪽) ⓒ민중의소리

2004년12월29일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