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최원병(69·사진) 농협중앙회장이 1400억원 규모의 ‘특혜 대출’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농협 안팎으로 최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전국농협노동조합(농협노조)에 따르면 농협노조는 오는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최 회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농축협노동자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농협노조는 이번 회견을 앞두고 “지난 2007년 대통령의 고교 후배임을 내세워 농협중앙회장에 오른 후 현재까지 우리 농업과 농협의 반대편에서 오직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온 최 농협회장”이라며 “검찰은 최 회장에 대한 즉각적인 구속수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NH농협은행은 서울지검 특수1부로부터 본점 압수수색을 받고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압수당했다. 검찰은 신상수 리솜리조트그룹 회장의 횡령혐의를 수사하던 중, 최 회장이 NH은행의 리솜리조트 대출에 외압을 가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의 폭을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005년부터 10년간 리솜리조트에 총 1649억원을 대출해 줬다. 문제는 지난해 리솜리조트의 자산이 3224억원, 부채 3827억원으로 총자본이 603억원 적자인 ‘자본잠식’ 상태였다는 것. 리솜리조트는 일반적으로 금융권의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NH농협은행은 ‘너그러운’ 대출을 제공해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의 부당한 압력이 가해졌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최 회장의 개인 비리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검찰은 최근 최 회장의 동생이 고문으로 재직 중인 H건축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하며, 이 회사가 하나로마트 등 농협 산하 유통시설의 설계와 건축물량을 대거 수주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농협의 자회사인 NH개발이 단위 농협의 시설공사 상당수를 H건축사무소와 그 관계사들에 재하청한 사실을 최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NH개발은 농협이 지분을 90.2%보유한 자회사로, 단위농협이 발주한 시설공사의 80% 이상을 수의계약 형태로 수주하고 있다. 문제는 건설산업 기본법상 1차 하청업체인 NH개발이 일정 비율 이상의 공사를 재하청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검찰은 또 H건축사무소의 실소유주인 정모씨(54)가 친인척과 지인들의 명의로 된 관련업체 4,5곳을 통해 하나로클럽 및 물류센터 공사를 독식하며 대금을 부풀리고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NH개발이 최 회장과 정씨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조만간 H건축사무소 관계자들을 소환, 정씨가 회삿돈을 빼돌려 로비에 활용했는지 등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 인사를 정리하기 위해 최 회장을 ‘타깃’삼아 끌어내리는 작업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동지상업고등학교 4년 후배로 2007년 농협 회장에 올랐다. MB정권 시기인 2011년 말 연임에 성공해 8년간 회장직을 지냈다. 오는 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최 회장이 ‘자기 사람’들을 중심으로 후계 구도를 구상하고 있다는 설이 나오면서 정부가 ‘사전 차단’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농협 회장의 ‘불명예’는 이번만이 아니다. 민선 4기인 최 회장의 전임자인 1~3대 회장이 모두 비자금, 뇌물수수 등으로 구속되면서 불명예 퇴진을 해 왔다. 이 때문에 농협은 ‘비리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과거사를 떨치기 위해 농협은 여러 자구책을 내놓았다. 첫 번째가 경제사업 분야를 분리시킨 ‘신경분리’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농협금융지주가 분리 출범했고, 경제사업의 분리도 본격적으로 뒤따랐다. 금융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신경분리 이후 농협의 경제 사업은 민간업체에 밀려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수사 중인 일련의 사태를 비롯해 비리 또한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회장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 ‘옥상옥’ 구조 자체를 타파하지 않은 상태로는, 어떤 개혁정책도 무용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농협 회장은 전국 조합장들이 선출한 대의원들이 다시 선출하는 구조로, 금융지주의 경영전략, 예산 결정권도 중앙회장에게 집중돼있을 만큼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지난 4월 출범한 시민단체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의 이호중 국장은 “농협중앙회의 통제되지 않는 ‘거대 권력’이 오늘날의 사태를 만들었다”며 “정부에서 이 권력을 축소시키고자 단임제, 추천권 폐지 등을 도입했으나 이런 방법들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경제산업연합회, 신용산업연합회 등으로 분리해 총회는 조합 회원들이 감시감독에 참여토록 하고, 중앙회는 비사업조직으로 전환해 사업 지원만 하는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며 “시민단체에서 수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농업계의 삼성’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권력을 가진 농협중앙회의 거센 반대로 반영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