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원내대표 “진보대통합 위해 백의종군”
          “통합정당서 당직‧공직 안 맡을 것… 오직 통합에 몸 던지겠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가 진보대통합의 길에 매진하기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권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국회 민주노동당 의정지원단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건설된 통합진보정당에서 어떤 당직과 공직도 맡지 않을 것”이라며 “백의종군해 오직 통합의 길에 몸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진정성 있는 사람이 진보대통합의 작업이 전개될 때 단계, 단계마다의 매듭을 풀 수 있다”고 자신의 백의종군이 그런 진보대통합의 매듭을 풀기 위한 결단임을 강조,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만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권 원내대표가 이런 결단을 내린 건 진보대통합의 기운이 점차 고조되고 있지만 그 전도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어서 진보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국민들과 진보양당 당원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전한 뒤, 통합진보정당에서 어떤 당직과 공직도 맡지 않고 눈 감는 날까지 통합진보정당의 당원으로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권 원내대표는 먼저 국민들에게 “진보정치가 독자적 생존력을 가질 수 없다면 복지의 확대를 통한 민생의 정치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며 “분열된 진보정당을 넘어 하나된 진보정당으로 나가는 길을 격려해 주시라”고 당부했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통합진보정당은 야권연대를 선도할 것”이라며 “통합진보정당은 유능한 진보, 유연한 진보, 국민을 위한 진보의 길을 가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승리21 시절부터 2004년 총선승리의 영광, 분당의 상처까지 모든 고난과 영광의 세월 동안 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은 권영길의 영혼이었다”며 민주노동당 당원들에게 “작은 기득권에 연연하지 말고 통 크게 통합의 길로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그는 또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맏형임을 강조하면서 “‘다수의 횡포’라는 말이 향후 협상과정과 통합과정에서 절대 나와선 안 된다. 통합 정당의 당내 민주주의 확립 과정이 ‘자리 문제’로 비화된다면 통합의 길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 뒤 “민주노동당이 선도적으로 패권주의 폐해를 막을 방안을 만들 것”을 당부했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26일 당대회를 앞둔 진보신당 당원들에게도 “과거의 과오는 모두 저 권영길에게 묻어 두고 미래를 위한 희망의 길을 선택해 달라. 26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새로운 통합의 계기를 마련해 달라”고 “진보신당 당원들의 결심에 진보정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에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사과한 것과 관련해 “이념과 사상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조승수 대표의 사려 깊은 사과,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는 고마움을 표한 뒤 2007년 자신의 대선 경선 출마에 대해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사과했다.

“당내 정파관계의 중재자였던 저 권영길은 2007년 대선 경선에 나서면서 중재자의 역할을 버렸습니다. 그 결과 당내 갈등은 더욱 심각해졌고 그것이 분당으로 이르는 길목이 됐습니다. 그로 인해 상처받으셨던 분들, 특히나 진보신당 당원 동지들에게 사과드립니다.”

다음은 기자들의 질의에 대한 권 원내대표의 답변이다.


-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것인가.

= 지금 저에게 주어진 과제는 통합진보정당 건설이다. 진보대통합을 위해 몸 던져야 하고, 그리고 사심을 버리고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국민 앞에 민주노동당 당원, 진보신당 당원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그때 어떤 공직도 당직도 맡지 않겠다는 거다.

부연 설명을 드리겠다. 일각에선 통합의 길에 몸을 던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국회의원)배지가 탐나서 그런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그래서 사심 없이 모든 것을 버리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가짐을 진보신당 당원들께서 잘 이해해 주실 것이다.

이후에도 여러 (진보대통합과정에서)발생될 수 있는 그런 단계, 단계마다 진정성 있는 사람들이 매듭을 풀 수 있지 않을까 한다.

26일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진보대통합 합의문이)통과되길 바라고,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통과되면 이후 통합 작업이 전개될 것이다. 그 과정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럴 때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풀어보겠다는 것이다.


- 민주노동당에서 지역구 의석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는데 불출마하면 창원에서 지역구를 지킬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지역구(의석 하나)를 잃는 게 아니냐.

= 모두발언에서 말씀 드렸듯이 진보대통합이 이뤄지고 진보대통합이 야권연대의 길을 상정하고 간다면 오히려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 승리의 뒷받침이 될 것이다.

내년 5월까지 국회의원직을 수행한다. 창원에 더 오랜 시간 머무르며 창원을 위해 몇 배 더 뛰겠다. 창원시민들이 진보대통합이 얼마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걸 이해하고 진보대통합을 위해 매진하는 저 권영길과 새로운 후보가 결합되면 통쾌한 승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오늘(간담회는)은 통합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자세히 말씀 드리지 않았다. 금명간에 창원에 내려가 시민들에게 말씀드리겠다. 창원시민들은 두 번이나 뽑아주셨다. 창원시민들이 위대한 승리를 함께 만들었다. 그런 창원시민들을 한순간이라도 잊을 수 있겠나. 국회의원직을 수행하든, 내려놓든 창원시민들은 제 가슴 속에 살아있고 항상 생각할 것이다. 금명간 창원시민들을 만나 더욱 창원을 위해 뛰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 진보대통합이 안 된다면 어떻게 (다시 출마)하나.

= 수식어나 언술적 용어가 아니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내 삶의 전부다. 분당 시기는 저에게 가혹한 고문이었고 고뇌였다. 그런 제가 분당되고 갈라져 있는데 어떻게 출마하겠느냐. 그것(출마)은 진정으로 진보정당을 갈망하는 분들에게 새로운 죄를 짓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의종군하는 데 대해)고뇌에 고뇌를 (거듭)했다는 것이다.


-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했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영역 확장을 위해 활동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참여당 문제도 있는데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대상 범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이후 진보대통합을 위해 매진할 것이다. 무엇이든지 할 것이다. 어떤 것이든 할 것이다. 가장 급한 것은 진보신당 대의원들, 당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26일까지 진보대통합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진보신당 당원들 만나서 설득하고 설득해 진보대통합의 길로 나가자고 호소하겠다. 사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마당에 못 갈 곳이 어디고 못 만날 사람이 어디 있겠냐. 모든 분들을 만나 통합정당 대열에 참여하자고 호소할 것이다.

정당은 집권을 위한 정치적 조직체인 동시에 이념과 사상의 결집체이다. 진보정당 10년의 역사는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만들어온 길이었으며 진보정당의 독자적 생존력을 확보하는 투쟁의 길이었다. 그 길에서 민주노동당은 많은 아픔을 겪게 고난을 겪었다.
 

(국민참여당과 관련해선)청산해야 역사적 과제, 논의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노동운동, 진보정당, 통일운동하는 사람들이 군사정권에선 물리적 탄압을 받았지만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참여정부까지 처음으로 정치철학이 대립됐다. 정책적으로 주요한 대결이 이뤄졌다. 더 많은 노동자, 진보정치 운동가들이 구속됐다. 17대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에 들어와서도 치열한 대립이 이뤄졌다. 그런 것들이 정리되고 청산돼야 한다. 그게 되지 않고 통합이 논의될 수 있겠느냐.

통합의 핵심적 요소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것을 건너야 한다. 아직 건너지 않았다. 두 당과의 과정에서도 금방 가라앉을 상황인데 건너기 전에 (국민참여당 문제가)튀어나와선 안 된다는 게 제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간곡히 호소 드린다. 언론의 보도가 권영길 (총선)불출마로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진심으로 말씀드린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진보진영만의 과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새 진보정당 건설 없이 한국사회의 발전은 없다. 등록금 문제는 모든 서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다. 한국사회를 바르게 만들어나가는 길에 제가 조금이나마 (모든 것을)던지겠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다. (기자 여러분들도 저의 오늘 간담회에 대해)심적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해 의원직, 공직까지도 모두 내려놓았다고 해석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