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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2-08-27 12:24
민주노총 3기 임원보궐 선거-새 지도부에 바란다
 글쓴이 : 경남본부
조회 : 464  

<특집> 3기 임원보궐 선거-새 지도부에 바란다
"큰 흐름 잡고 구체적 대안 만들라"
'민주노총 위기' 진단 걸맞는 중장기 발전전략 세워야
즉자적 투쟁으론 한계…전체가 함께 하는 사업방식도

"민주노총호의 방향을 알고 가자."
민주노총 현장간부와 조합원들은 새 지도부에게 중장기적 발전전략을 세우고 더욱 대중적인
방식으로 사업해나갈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산인가
바다인가"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민주노총이 긴 호흡과 안목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펼치지 못한 탓에 현안투쟁에 급급하고 발등의 불을 끄기에만 바쁜 게 아니냐는 뼈아픈
지적이다. 4.2총파업 유보와 지도부 총사퇴로 땅에 떨어진 민주노총 지도력을 다시 세워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새 지도부에게 조합원들은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조직별 위상·역할 정립해야
총연맹부터 산별연맹, 지역본부, 단위노조에 이르기까지 활동가들은 민주노총의 이념과
기본과제, 운동기조, 사회변혁전략, 제도·정책개선방향, 민주노동당과 민중연대에 대한
관계설정 등에 대해 차분히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럴 때에야 민주노총이 어떤
구실을 할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이와 관련해 "민주노조운동의 정신과 깃발이 훼손됐고, 민주노총을
움직일 수 있는 인적·재정적 자원이 매우 취약하다"면서 "새 지도부 구성을 계기로
가장 큰 사회운동세력인 민주노총의 정신부터 자원까지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 창원 위아노조의 한 간부도 "민주노총이 늘 반대만 있고
대안은 없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며
"총연맹-산별연맹-지역본부-단위노조의 위상과 각각의 구실을 정립하고, 특히 허리와
뿌리를 튼튼히 할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사회변혁을 위한 노동운동의 이념과 전략이 없거나 추상적"이기 때문에 "1년
내내 즉자적 투쟁과 사업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이나 미국, 남아공 등 각국 노총이 1990년대 중후반 길게는 4∼5년에 걸쳐 조직의 상태와
조건을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잡았던 것에 견줘 민주노총은 매우 늦은 셈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2000년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발전전략 초안을 마련해 지역순회토론을 거치기도
했으나 이듬해 대의원대회에서는 안건상정조차 하지 못한 바 있다.

'말'보다는 대중적 실천을
더욱 대중적인 사업방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유봉식
조직부장은 "민주노총 조합원이 60만인데 전국노동자대회 등 각종 집회에서 우리의
조직력은 1∼2만명 수준"이라며 "당면투쟁은 적극 참여하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펼치는 게 불가피하더라도 전체조합원이 함께 할 수 있는 사업과 투쟁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이정호 선전국장은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말하는
혁신이나 비정규직 사업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우려된다"면서 "현장 출신답게
구호보다는 생생한 현실이 나와야 하고, 고민이 익은 사업을 구체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비정규직 문제, 통일, 여성, 노정관계, 민주노동당과 민중연대 사업 활성화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천안지역의 한 건설일용노동자는 "지역 차원에서도 갑갑하기는
매한가지지만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나선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 사업과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노조 김유호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현장과 떨어진 채 공허한 이론과 투쟁에 치우쳐 상근간부들의 헌신으로만
유지될 뿐 대정부교섭 등 총연맹의 중요한 구실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지난해 1월 임원선거와 달리 여성후보가 단 한 명 뿐인데 이는 민주노총이 여성지도력
양성을 등한시한 까닭"이라고 꼬집었다. 인천지역건설일용노조의 한 조합원은
"대의원이 아닌 이상 민주노총 선거에 참여할 방법이 없다"면서 "민주노총은
조합원 직선제를 실시할 의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통일운동에 관심이 많다는
금호타이어노조 하태정 수석부위원장은 "통일에 관심이 없는 활동가들은 아예 관련행사에
참가조차 하지 않는다"면서 "통일운동은 남한노동자들의 주요과제라는 점을
인식하도록 민주노총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불만 얘기해도 걸러지지 않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는 등 정규직노조운동은 막다른 골목에
다달았다. 1995년 출범 뒤 96∼97년 노동법개정 총파업, 98년 노사정위 합의와 지도부 총사퇴,
총파업철회, 99년 합법화, 올해의 4.2사태 등 민주노총을 둘러싼 큰 사건은 불과 몇 년 새
벌어졌다. 강원도 병원의 한 노조간부는 "민주노총에 불만이 있다고 말하면 걸러지기나
하는 구조냐"며 불신을 숨기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위기라는 점을 모두 인식하는 가운데 8월27일 새 지도부가 꾸려진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전국이 떨쳐 일어선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큰 고비를 맞고 있는 민주노총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