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 집회에 대해 경찰이 질서유지인까지 출석요구서를 발부해 빈축을 사고 있다.
문제가 된 집회는 지난달 23일 강원민주언론시민연합(강원민언련) 주최로 열린 언론악법 날치기 시도와 쌍용자동차 폭력진압을 규탄하는 집회. 집회 참가자 150여명은 춘천시청 앞 집회를 마치고 촛불문화제 예정지인 팔호광장까지 1km가량을 행진했다. 경찰은 왕복 4차선 도로의 맞은편 두 개 차선을 이용해 차량을 통행시켰고 행진은 경찰차의 호위 아래 평화롭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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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행진은 경찰차의 호위 아래 평화롭게 진행됐다. (사진=강원희망신문) |
평화 집회에 질서유지인까지 출석 요구서 발부
며칠 뒤 춘천경찰서는 집회신고서에 신고된 질서유지인 11명과 행진 사회자에게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질서 유지의 책임을 물어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
경찰이 문제 삼는 것은 인도가 아닌 차도로 행진했다는 것. 경찰은 춘천시청 인근 중앙로 교차로에서 운교동 교차로와 팔호광장까지 이르는 도로가 통행량이 많은 ‘주요도로’라는 이유로 행진을 불허하고 인도로 행진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집회 참가자들은 인도가 좁아 행진이 어렵고 보행자의 통행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차도로 행진한 것.
민주노총 강원본부 조한경 사무처장은 “지금껏 수많은 집회를 개최했지만 평화적인 집회에 대해 질서유지인까지 책임을 물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예기치 못한 충돌이 벌어진 경우에도 집회를 주최한 단체의 대표자와 사회자에게 출석요구서가 발부된 적은 있지만 질서유지인까지 출석요구서가 발부된 경우는 없었다는 것.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 들어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주요 도로에 대한 행진 허가는 '경찰 마음'
반면, 경찰은 지난 5월 13일 ‘서울∼춘천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촉구 범시·군민 궐기대회’에 대해 동일한 코스의 도로 행진을 허용해 형평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춘천경찰서 관계자는 5월 13일 궐기대회의 경우 “주최 단체가 불법 시위 전력이 없고 공익성이 인정되며, 참가자가 1500여명에 달해 인도로 행진하기가 불가능해 예외적으로 행진을 허가했다”고 말했다.
5월 13일 궐기대회는 허천 국회의원, 이광준 춘천시장, 이건실 춘천시의회의장과 춘천, 홍천, 화천, 양구, 가평 주민 등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춘천시청 앞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본행사가 끝나고 시청 앞 광장에서 중앙로 교차로와 운교동 교차로를 거쳐 팔호광장까지 가두행진을 펼쳤다. 문제가 된 7월 23일 집회와 같은 코스다.
이 때문에 신고제로 되어 있는 집회신고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며,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에만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질서유지인 명단은 경찰이 직접 불러줘"
집회신고서를 낸 강원민언련 권선미 사무차장과 춘천시민연대 유성철 사무국장은 “질서유지인 작성 시 몇 명은 정보과 형사가 직접 이름을 불러줘서 그대로 적었다”고 밝혔다. 질서유지인 명단을 몇 명밖에 적지 못하자 경찰이 참가예정자 몇 명의 이름을 불러주고 질서유지인으로 적게 했다는 것. 권선미 사무차장은 “그동안 질서유지인이 문제 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경찰이 불러준 대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유성철 사무국장은 “주소와 연락처를 모르는 경우 (담당 경찰이) 이름만 쓰면 된다고 해서 연락처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름만 적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평소 경찰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질서유지인으로 등록되자 악의적으로 출석요구서를 발부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일고 있다.
춘천경찰서는 현재까지 2차 출석요구서를 발부했고, 강원민언련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5월 13일 궐기대회 등에 대해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출석요구서가 발부된 이들은 정보공개청구 결과를 받은 후 9월 초에 출석할 예정이다.
출석요구서가 발부된 사람은 행진 사회를 본 조한경 민주노총 강원본부 사무처장과 질서유지인으로 등록된 문태호 전교조 강원지부장, 엄재철 민주노동당강원도당 위원장, 권선미 강원민언련 사무차장, 유성철 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 김정애 춘천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유진옥 민주노동당춘천시위원회 사무국장, 김대환 GTB강원민방 노조 위원장, 박경선 민주노총 강원본부 조직국장, 김영수 민주노총 강원본부 대외협력국장, 허경 전농 강원도연맹 대외협력국장, 김주묵 춘천시민 등 총 1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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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왕복 4차선 도로의 맞은편 두 개 차선을 이용해 차량을 통행시켰고, 차량 소통은 원활했다. (사진=강원희망신문) |
* 질서유지인이란?
질서유지인은 집회 및 시위 주최자가 자신을 보좌해 집회 또는 시위의 질서를 유지하게 할 목적으로 임명한 사람이다. 현행 집시법에는 집회 신고 시 집회 목적, 일시, 장소, 주최자, 연락책임자, 질서유지인의 주소. 성명. 직업. 연락처, 참가 예정인 단체. 인원 등을 적은 신고서를 집회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관할 경찰서장은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와 협의하여 질서유지인의 수(數)를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다.
질서유지인은 주최자의 지시에 따라 집회 또는 시위 질서가 유지되도록 하여야 하며, 참가자 등이 질서유지인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완장, 모자, 어깨띠, 상의 등을 착용해야 한다.
집시법에는 또 질서유지인이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나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 등을 했을 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질서유지인 처벌 조항은 불법시위자의 죄를 질서유지인에게 떠넘기는 연좌제적 성질이 강해 독소조항으로 불리며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고, 지금껏 질서유지인에 대해 처벌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