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용산참사 '범국민장' 엄수…순천향병원(발인)→서울역(영결식)→남일당(노제)→모란공원(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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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하관식' 9일 저녁 용산 남일당에서 용산참사 다섯열사의 노제가 끝난 후 마석 모란공원에서 하관식이 열렸다, 하관식에 참석한 고 이성수 열사의 부인 권명숙씨가 열사의 관이 땅으로 내려가자 오열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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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따뜻한 곳으로...' 고 양회성 열사의 몸은 300여일 넘게 차가운 냉동고 안에 갇혀 있었다. 열사의 하관식이 이뤄지기 전 부인 김영덕씨가 남편의 관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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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타들어간 열사들 땅에 묻히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지 355일 만인 9일 저녁 마석 모란공원에서 고 양회성, 윤용헌, 이상림, 이성수, 한대성 열사 등 다섯 열사의 유해가 안장되고 있다. 이명익기자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 장례위원회는 9일 서울역광장과 용산참사 현장에서 각각 영결식과 노제를 거행하고 양회성 열사 등 5명 철거민 희생자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을 다짐했다. 

이날 정오 서울역에서 5천여명의 참가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진행된 용산참사 범국민장 영결식에서 이강실, 조희주 상임장례위원장은 ‘님들을 우리 심장 깊이 품고자 합니다’라는 개식(조)사를 통해 “님들은 물질중심의 가치관과 생존경쟁의 아귀다툼 속에서 갈수록 사라져가는 인간성을 일깨워주고 사람냄새가 풀풀 풍기는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시켜주셨다”면서 “님들을 통해 새롭게 거듭난 사람들이 바로 평등평화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열사들을 위로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 나서 절을 올리지 않고 부하들을 보내 대신하려는 것은 열사들을 또 한 번 죽이는 일”이라면서 “10년을 찾겠다는 것은 60년의 우리 역사를 뒤집겠다는 것이며 제2, 제3의 용산학살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4당 대표들도 열사들의 원혼을 위로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민주당 정세현 대표는 “오늘 당신들을 떠나보내지만 억울함은 남아 있고 3천 쪽은 여전히 밝혀지지 못했다”면서 “돈 없고 빽 없어도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한 시작으로 생각하고 분명히 진실을 밝혀내 책임자 처벌을 이뤄내겠다”고 굳게 말했다.  

민주노동당(강기갑), 창조한국당(송영오), 진보신당(노회찬)의 대표들도 각각 고인들의 명복을 빌면서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다시 시작할 것을 다짐했다.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은 “20년 전과 어찌 이리 모습이 같은지, 유가족들이 오늘은 의지가 되겠지만 (장례식이)끝나면 어찌될까 걱정”이라면서 “재개발 관련법등 하찮은 법이라도 국민이 원하는 민생법안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처리돼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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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하늘, 하얀 눈 하늘도 울었다' 서울역에서 열린 영결식이 끝나고 용산구 한강로 남일당 앞에서 열린 노제에 참가한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고개를 숙인 채 추도사를 듣고 있다. 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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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당으로 가는 길' 서울역을 출발한 운구 행렬이 노제를 치르기 위해 삼각지를 거쳐 하얀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 용산구 한강로 남일당으로 향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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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당으로 가는 길' 서울역을 출발한 운구 행렬이 노제를 치르기 위해 삼각지를
거쳐 용산구 한강로 남일당으로 향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고 이상림 열사 부인 전재숙 여사는 영결식에서 유가족을 대표해 “
막상 돌아가신 분들을 땅에 묻으려니, 또다시 가슴에 찬바람이 휑하고 지나가고 갖가지 회한이 밀려온다”면서 “고인들을 더 이상 차가운 냉동고에 둘 수 없어서 힘든 결심을 한 유가족들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하는 분들도 계셨다”고 그동안 마음고생을 전했다.  

또 “저희 유가족은 오늘 고인들을 땅에 묻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묻는다”면서 “돌아가신 분들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진실을 밝혀서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차가운 감방에 갇힌 내 아들, 우리의 동지들이 하루빨리 무죄로 풀려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경찰의 갑작스런 방해로 2시간 가량 노제가 지연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노제에 앞서 진행된 거리행진이 삼각지역을 지나 남일당 도착을 불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측이 ‘무대차량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운구행렬을 막았다. 이로 인해 예정시간인 오후 3시를 훌쩍 넘어 5시 10분에 노제가 진행됐다.  

노제에서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사람을 잊고 떠난 이웃을 망각한 민주주의는 공허하고 사람과 더불어 아파할 줄 모르는 정의는 무력하다”면서 “권력이 판을 벌이고 자본과 이권이 붙어먹는 재개발엔 사람을 위한 설계가 없는 이 땅의 현실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고 이성수 열사 부인 권명숙 씨는 유가족을 대표해 “아버지 떠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입대했던 큰 아들이 조문객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이 다 됐구나 하는 생각에 아빠가 그 모습을 못 보는 게 너무 안타깝다”면서 “남편의 원혼이 서린 남일당에서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 이렇게 정리하고 떠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호시탐탐 저희가 떠나기만을 기다리는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을 보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또 “총리가 어제 사과하고 약속하셨듯이, 정부는 돌아가신 분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시기 바라고 너무 섣부른 재개발로 없는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몰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지난 1년간 이 나라 정부가 버린 저희들을, 집도 절도 갈 곳 없는 저희들을, 따뜻이 보살펴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전했다.  

한편 철거민 희생자 5명의 시신은 이날 오전 9시께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유가족 등의 오열 속에 발인을 치른 뒤 순천향병원~국립극장~장충단공원~퇴계로 구간 약 8km를 거쳐 서울역 광장에 도착했다. 이후 고인들 시신은 행사일정 지연으로 저녁 늦게 고 전태일 열사가 묻힌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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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밝힐 수 있게 도와주십시요' 고 이상림 열사의 부인 전재숙씨가서울역에서 열린 용산참사 다섯열사의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을 대표하여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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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장 들어서는 열사' 9일 오전 순천향 병원을 출발한 운구행렬이 서울역에 도
착 영결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명익기자

 
 저 슬픈 망루를 보라(송경동 시인 조시)

저 남일당 4층 옥탑 위
파란집을 보아라
낱낱이 세들어 살던 집들 말고
2009년 1월 19일 새벽 2시 갈 곳 잃은 우리가
공동으로 지었던 저 마지막 희망의 집을 보아라
그러나 부서진 저 집을 보아라
짓밟힌 저 집을 보아라
불태워진 저 집을 보아라
끌려간 저 집을 보아라
우리 모두의 눈물이 1년째
아니 다시 수년, 수십년 얼어붙어 있을
저 파란눈의 집을 보아라
저 집을 보아라
저기서 우리 모두가 불탔다
밀려나고 쫓겨나는 이 시대 모든
가난한 이들의 꿈이 불탔다
세상은 이만 살기 좋아졌는지도 모른다는
우리들의 기대가 순박함이 무지가 불탔다
이만하면 민주주의지 않냐는 헛소리들
헛소문들 헛담론들이 불탔다
저 집을 보아라
곧 무너져 내릴 저 역사의 파란집을 보아라
다시 저렇게 쫓겨날 피압박민중들의 집을 보아라
다시 저렇게 뭉개질 가난한 꿈들을
공장을 일터를 삶터를 보아라
똑바로 보아라
눈 부릅뜨고 생피 뚝뚝 떨어지도록 똑바로 보아라
혼자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해봐도
같이 살아보겠다고 합심해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물대포와 곤봉과
배제와 소외와 왜곡과 죽임뿐인
이 추악한 사회를 이 더러운 사회를
이 병든 사회를 똑바로 보아라
그러나 다시, 저 파란집을 보아라
끊어진 다리를 세우고
꺾여진 관절을 다시 맞추고
어렵사리 다시 일어서는 우리 모두의
저 파란집 파란꿈을 보아라
새롭게 지어지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보아라
소유와 착취를 위한 건설이 아니라
삶을 위해, 평등을 위해, 평화를 위해
다시 우리 모두가 지어야 할, 올라야 할
저 저항의 망루 투쟁의 망루 연대의 망루
해방의 망루를 보아라


 강상철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