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찰의 원천 봉쇄를 뚫고 노동자, 농민, 빈민, 학생 3만여 명이 서울 시청 앞에 모여 노동자대회와 범국민행동의 날을 성사시켰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낮 1시경 남대문 주변 곳곳에 대기하다가 1시 20분께 도로로 진출해 시청으로 향했다.
 전국농협노조 조합원들도 사무금융연맹 지침에 따라 대한화재 건물 앞에 모여 있다가 깃발을 세우고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도로로 진출했다. 도로 전 차선을 점거하고 순식간에 시청 방향으로 달려 나와 경찰과 대치하며 노동자대회를 준비했다.
 경찰은 세종로와 시청 광장 진입을 막으려고 수송버스로 차벽을 설치하고 전투경찰을 배치했다. 그리고 경찰헬기와 방송을 통해 계속 해산을 명령하며 집회를 방해했지만 참가자들은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했다. 

 시청 앞 남대문 방향 8차선, 3만 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오후 3시경부터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시작했다. 집회참가자들은 "한미FTA 중단",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진행했다.

 전국노동자대회는 전태일 노동상 시상으로 시작되었다. 이번 전태일 노동상은 현재 영등포교도소에 수감중인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에게 수여되었다. 김성환 위원장은 수상소감을 통해 "전태일노동상은 지금도 삼성재벌에 맞서 싸우고 있는 삼성계열사, 삼성현장노동자들의 바람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회사에 나선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경찰은 철통같이 우리의 집회를 막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이렇게 모였다"라며 " 헌법의 자유를 막은 노무현정권은 당장 퇴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이미 승리했다. 철도, 비행기를 세우고 전기와 가스를 끊어 한판 붙어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날 전국노동자대회를 통해 민주노총은 △평등한 노동 △빈부격차없는 사회 △평화로운 한반도 를 기조로 대선요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15시 30분경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후 그 자리에서 범국민행동의날 대회가 시작되었다. 경찰의 원천 봉쇄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은 움직임 없이 범국민행동의날 집회를 진행했다.
 연설에 나선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오늘 모인 100만의 함성을 1천만의 물결로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며 △한미FTA 국민투표 실시 △비정규직법 전면 재개정 △삼성 비자금 관련 특검 도입과 이건희 회장 구속 수사 △이라크 자이툰부대 즉각 철군을 주장했다.
 이어 16시 20분경 범국민행동의날 대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은 서소문 방향과 명동 방향으로 나뉘어 행진을 시작했다.

 전국농협노조는 사무금융연맹 대오와 함께 을지로에서 종로를 지나 청와대를 향해 안국역까지 진출했다.
 차벽을 설치하고 있던 경찰은 시위대가 도착하자마자 물대포와 함께 소화기를 뿌려 참가자들의 시야를 가렸다. 참가자들은 물대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차벽 틈으로 나와 공격을 시도했으나 시위대가 바로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이 시위대가 잠시 어수선한 틈을 타 다시 공격을 시도하면서 비무장한 시위대는 결국 뒤로 밀려 날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런 전경들의 토끼몰이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광화문 일대로 진출했던 다른 대오는  경찰차량들에 가로막혀 한시간 반동안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일부 경찰차량이 파손되고 살수차와 경찰헬기로 인해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경찰은 쓰러져 있는 집회참가자들을 발로 밟고 곤봉으로 가격하고 방패로 찍었다. 집회참가자들을 폭행하던 경찰들은 길거리에서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무차별 폭행했다.

 한편, 이날 경찰의 원천봉쇄에 막혀 서울에 올라오지 못한 전국농협노조 조합원들은 각 지역에서 농민들과 함께 투쟁을 펼쳤다. 경찰은 버스 출발지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가로막고,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톨게이트를 전면 차단했다.

 울경본부 지부분회는 곳곳에서 경찰에 막혀 상경하지 못하고 현장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함양지부는 고속도로까지는 진출했으나 휴게소에서 경찰이 버스기사를 납치(?)해가는 바람에 결국 농민들과 함께 개별적으로 상경했다.
 
 전북본부도 마찬가지 였다. 전주분회는 경찰이 전경차까지 동원하여 상경버스를 에워싸고 이동을 막았다. 정읍지부 샘골분회는 경찰이 버스 열쇠를 가져가버려 상경하지 못한 채, 고속도로에서 오후 늦게까지 투쟁했다. 그 외 정읍지부 90여 명의 동지들은 봉쇄투쟁을 뚫고 상경하여 오후 3시30분경 노동자대회 현장에 도착하기도 했다.

 부산본부도 버스회사에서 일방적으로 버스예약을 취소해 결국 개별적으로 이동하여 대회에 참석했다.

 그 외 각 지역본부 지부분회 동지들이 경찰병력에 막혀 이동이 어려웠고, 이에 현장에서 투쟁을 벌이거나 봉쇄를 뚫고 대회 장소에 도착했다.


 
 이날 대회는 세종로에 다시 모여 촛불 시위를 하면서 투쟁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