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새해 벽두, 노동자 자존감 세운 투쟁 박차 전북버스·GM대우비정규직·발레오·현대차비정규직·한진중공업·KEC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10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지난 한 해는 민주노총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피눈물 나는 시기였다. 노조법 날치기 개악으로 시작된 1년 내내 전국 곳곳 현장에서 단협해지, 정리해고, 노조탄압의 광풍이 몰아쳤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삽시간에 빼앗았고, 목숨을 담보로 한 절박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해결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민주노총 가맹조직 중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 투쟁사업장을 꼽아봤다. 이밖에도 수많은 현장에서 이와 유사한 노동자 말살, 노조탄압이 자행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편집자주> ■ 전북지역 버스파업...사측 여전히 “노조 인정 못해!”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의 민주노조와 생존권을 되찾기 위한 총파업투쟁이 18일 현재 42일째 이어지고 있다. 버스 노사는 17일 교섭을 갖기로 했지만 사측이 또다시 불참해 결렬됐다. 교섭자리에 나오지 않은 회사들은 ‘전주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 명의로 공문을 보냈다. 그들은 공문에서 “해고자 문제 및 민형사상 문제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핵심쟁점인 노조인정과 성실교섭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노동조합은 지난 14일 교섭 이후 요구안을 ▲노조 인정 ▲성실교섭 ▲민형사 책임 면책 및 파업 중단 등 3개 조항으로 나눠 각각 해당되는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방식으로 수정보완해 제출한 바 있다. 버스 사업주들은 지난 12일 전주시장 주재로 열린 교섭에서 ‘즉각 운행재개 후 대화’ 운운하더니 “이에 대해 노조가 응락해 구두합의했다”면서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파업 중인 7개 버스회사 중 전주시내버스 5개사를 제외한 전북고속과 부안스마일교통은 대화대상과 무관하다고 버티고 있다. 노조가 주장하는 노조인정, 성실교섭, 7개사 공동교섭 등 쟁점에서 여전한 입장 차를 보이는 가운데 18일 다시 본교섭이 예정돼 있다.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은 어용노조가 조합원들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노조 간부들 임금 거액인상을 일방합의한데 반발해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변경하고 지난달 8일 총파업에 돌입, 두달 가까이 굳건한 총파업대오를 유지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 ■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피눈물나는 고공농성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 고공농성이 해를 넘겨 18일 현재 49일째를 맞았다. 해고자 2명이 불법파견 중단, 해고자 정규직 복직을 촉구하며 GM대우차 부평공장 정문 아치 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1일. 올 겨울 유난히 혹독한 추위가 한반도를 강타했고, 이들은 편히 몸을 지탱할 난간 하나 없는 공중에 매달려 온몸으로 그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해고조합원들의 온몸절규를 지켜보던 신현창 지회장은 농성현장에서 30일 째 단식을 벌이고 있다. 비정규직 노예노동의 굴레를 벗기 위한 그야말로 뼈를 깎고, 살을 에는 참혹한 투쟁이 이 땅에서 전개되고 있다. 전재환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에 의하면 GM대우차 사측은 정규직화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으며, 1차 하청업체 복직부분조차도 여전히 징계해고자를 선별해 복직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최소한의 요구조차 묵살하는 GM대우 자본이다. GM대우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겨울 혹한 추위에 고공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한 달 간 크리스마스휴가를 떠나는가 하면 수 차례 대화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노동계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철폐투쟁, 제2의 투쟁 경고 불법파견 중단,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투쟁이 숨고르기를 거쳐 제2의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지난해 11월15일 울산1공장을 점거해 12월9일까지 25일 간 공장점거농성을 전개했다. 7월22일 대법 판결을 계기로 폭발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이를 차단하려는 사측의 동성기업 위장폐업 조치를 막으려는 과정에서 공장점거가 이뤄졌다. 비정규직과의 교섭을 거부하고 폭력탄압으로 일관하는 회사에 항거해 황인화 조합원이 분신했고, 정치권의 중재 하에 점거를 풀었지만 사측은 여전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 농성해제 후 이달 13일까지 네 차례 특별교섭을 벌였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게다가 현대차 사측은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이상수 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 90여 명 월급통장을 가압류했다. 비정규직 파업에 연대했다는 이유로 정규직 조합원들도 고발당하거나 통장을 압류당했다. 구속과 무더기 징계도 더해졌다. 이상수 지회장 등 총 21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수십억 손해해상이 청구됐다. 아산공장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파업과 무단결단 등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현대차는 12월9일 1공장 농성과 파업을 중단하면서 △농성자 고용보장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지도부 사내 신변보장 △불법파견 특별교섭에 대한 대책 등 4대 의제에 대해 성실히 논의키로 약속한 바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5일 간 점거농성보다 훨씬 강도 높은 2차 투쟁을 경고하고 나섰다. ■ 발레오공조코리아 투쟁 “프랑스정부가 나서라!”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이 신종위장폐업을 하고 도망간 먹튀 발레오 자본과의 기나긴 투쟁을 벌이고 있다. 발레오 자본은 공장을 폐쇄한 후 여전히 한국에서 완성차에 자동차 에어컨 컴퓨레셔 영업과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 2009년 10월 발레오공조 천안공장 노동자들은 날벼락 같은 전원해고를 통보받았다. 수십 년 간 일해 온 직장에서 무조건 나가라는 요구에, 생존권을 강탈당한 조합원들은 분노했다. 지역연대운동에서부터 수차례 프랑스 원정투쟁, G20 때 프랑스정부에 대한 사태 해결 촉구 등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 투쟁은 지침 없이 계속됐다. 천안군 입장면 소재 텅빈 공장을 1년 간 지켜온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는 사업장을 지키는 동시에 지난해 10월27일부터 서울 프랑스대사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며 프랑스 정부에 대해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를 촉구하고 있다. 일방적 해고를 통보받은 지 3년째가 되도록 노동자들은 절규하며 투쟁하고 있지만 발레오 자본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발레오공조 위장폐업 철회, 직접교섭 쟁취, 생존권 사수를 위한 2011년 금속노동자 끝장투쟁 선포식’이 19일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개최된다. ■ KEC 민주노조 사수투쟁...사측 ‘사회적 합의’조차 외면 금속노조 KEC지회 민주노조 사수투쟁이 사측의 기만적 노조말살에 맞서 2년 째 이어지고 있다. 타임오프를 빌미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는 KEC자본은 투쟁하는 여성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쫓고 폭력을 일삼았다. 수십 차례 교섭요구를 사측이 거부하자 노동자들은 민주노조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10월 구미공장을 점거했다. 조합원들의 목숨을 건 투쟁에도 회사는 계속해서 폭력으로 대응했다. 급기야 지난해 10월30일 교섭을 빌미로 한 사측과 경찰의 체포시도 맞서 KEC 출신인 금속노조 구미지부 김준일 지부장이 점거현장에서 항거 분신했다. 11월3일 정치권과 지자체이 중재하는 가운데 교섭을 전제로 공장점거를 풀었지만 KEC 사측은 ‘사회적 합의’마저 불응해 여전히 교섭을 해태하며 사태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 경찰은 올해 초 화상치료를 받고 있는 김준일지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사회적 비난을 샀다. 경북지노위는 지난 10일 노동조합이 제기한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노동과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