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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의 교훈을 배우다
[주목! 이주의 프로그램] KBS스페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2006년 06월 07일 (수) 10:34:20 안경숙 기자
‘명’은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몇몇 대기업들의 것이었다. 노동자는, 농민은, 그리고 한때 중산층이었던 이들은 12년이 지난 오늘 ‘절대 빈곤 계층’으로 추락했다. ‘선진국’을 꿈꾸던 그들의 목표는 어디까지 달성됐고, 멕시코 사회는 어떻게 변했을까.
지난 4일 <KBS 스페셜-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은 멕시코에서 “FTA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주요 도로부터 대통령궁까지 늘어선 노점상들로 발을 디딜 수 없는 곳, 200만 명 이상의 농민이 땅을 버리고 떠난 곳, 경제 활동 인구의 절반 이상이 실업 또는 반실업 상태인 곳, 중산층이 없는 나라. 그곳이 바로 12년 전 처음으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 ‘나프타’(북미 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멕시코다.
▲ KBS 스페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KBS
나프타 이후 농산물 수입 물량이 급증하면서 멕시코의 식량 정책 자체가 파탄 위기에 처하자 원주민과 농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많은 기업들이 외국 기업에 자리를 내 주고 문을 닫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도 가세했다. 일부 산업에서 일자리와 수출이 늘었지만 그것은 외국 기업의 몫이었을 뿐, 그 이면에서 국내 산업은 철저히 붕괴되고 있었다. 헐리우드 영화가 들어오면서 영화 산업도 서서히 죽어갔다. 돈을 벌러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던 사람들은 사막에서 목이 말라죽고, 어떤 이는 물에 빠져 죽었다. 멕시코에서 미국은 더 이상 ‘희망의 나라’가 아니라 멕시코 국민을 수탈해 가는 ‘악의 제국’일 뿐이다.
멕시코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강택 PD는 “선입견을 갖고 취재한 건 아니었는데, 몇 개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멕시코에서 FTA의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멕시코의 협상 추진 과정을 보면, 국민과의 합의도 없이 정부가 온갖 통계 자료로 선전하는 것이라든지 협상 추진 주역들이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관료라는 점, 본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국이 제시한 전제조건을 다 받아들이고, 미국이 설정한 의제대로 분과를 나누는 것 등 지금의 한국 상황과 너무나 똑같다”며 “우리의 협상 결과, 그리고 그 이후 상황도 결국 멕시코가 겪은 과정과 똑같지 않을까 더 깊은 우려를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멕시코의 명과 암>이 방영된 뒤 통상교섭본부 등 정부 쪽은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PD는 “현지에서 취재하고 확인한 것을 담은 것일 뿐”이라며 “정부가 언론 보도에 신경 쓸 시간이 있다면 멕시코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파악해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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