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과열.혼탁 양상을 보이던 조합장 선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 개정안에 찬성한 의원들은 '밤길 조심하라'든가 '다음 총선 때 보자'는 협박 전화 때문에 밤잠을 자주 설쳤다." 당시 농해수위원이었던
조일현 의원실 관계자가 털어놓은 이야기다. 농협중앙회가 단순히 농민의 이익단체 차원을 넘어 정치 권력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국회에 1년만 몸담아 보면 '대통령이 센지 농협이 센지 모르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한다"고 전했다.
손형섭 한국협동조합학회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농협중앙회는 자체 조직 확대.유지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이 비대해지고
정치 권력화하면서 농민의 이익이나 지역조합 육성이라는 본연의 사명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색 짙어진
농협=1988년까지만 해도 농협중앙회장과 지역조합장은 정부가 임명했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조합장
직선제와 중앙회장 간선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실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농협중앙회장과 조합장 선거 때마다 혼탁.타락 양상이 되풀이되고, 그
정도는 심해졌다. 2005년부터 중앙선관위가 선거 관리를 맡았지만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알짜배기 지역조합의 경우 '2억~3억원은
기본적으로 써야 당선된다'는 뒷담화가 무성하다.
중앙회장과 조합장을 선거로 뽑으면서 농협에 정치색도 짙어졌다. 지역구
국회의원.지방의원들이 미는 후보가 조합장에 당선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또 조합장에 당선되면 이들 정치인과 공생 관계를 맺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서울대 최윤재 교수는 "농협이 정치 집단화하면서 정치권에서 농협 개혁 요구는 아예 봉쇄당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역대 정부도 출범 초엔
예외 없이 농업 개혁을 다짐했다. 김영삼 정부는 94년 농협의 신용(금융)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추진했다. 농협이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엔 관심이
없고 '돈 놀이'에만 골몰한다는 농심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신.경 분리는 김대중 정부에 이어 현 정부까지 13년을 '논의'하고도
흐지부지됐다. 농림부는 최근 신.경 분리 목표 시한을 2017년으로 미뤘다.
◆중앙회와 지역조합의 먹이사슬 깨야=농협중앙회가 농민으로부터
외면받으면서도 지역조합을 장악하고 있는 비결은 '돈줄'에 있다. 현재 전국 1199개 지역조합 중 70%는 직원 월급도 못 줄 형편이다.
중앙회는 이들 지역조합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무이자.저리 지원금을 대주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이 돈이 2조9000억원을 넘었다. 또 이외에
교육지원 사업비라는 이름으로 3247억원이 지원됐다. 지역조합들은 중앙회에 불만이 있어도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영세 지역조합을 통폐합하라는 사회적 압력에도 중앙회는 '링거주사'를 안 빼고 버티고 있다. 그 이유는 중앙회장이 조합장 투표로 선출되기
때문이다. 중앙회와 지역조합이 '돈과 표'라는 먹이사슬로 엮여 있는 구도인 셈이다.
최양부 농협 제자리 찾기 국민운동 대표는
"농협을 농민을 위한 기관으로 되돌리려면 그 첫 실마리는 지역조합을 중앙회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조합의
독자 생존 여건을 만들어 주고, 조합 간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농업계는 조합장 임기를 4년 단임의 명예직으로 바꾼
신교하농협의 실험을 주목하고 있다. 신교하농협의 전신인 파주농협은 중앙회 지원금에만 의존하다 2005년 파산 위기에 몰렸다. 그러자 1억원이던
조합장 연봉을 3000여만원으로 확 줄였다. 대신 조합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겼다. 개혁을 주도한 황영진 전 대의원협의회장은 "조합 경비를 줄이고
조합장 임기를 단임으로 바꾸니 중앙회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져 농민조합다운 운영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농협=읍.면 단위로 조직된 1199개 회원조합과 이를 지원하는
중앙회로 이뤄져 있다. 농협은 원래 농민이 출자한 각 회원조합이 뿌리다. 현재는 회원조합보다 중앙회가 훨씬 큰 가분수 조직이 됐다. 중앙회는
830여 개의 금융 점포를 거느리고 총자산 240조9763억원으로 국민은행(211조원)보다도 크다. 한 해 수익은 1조원을 넘는다. 1199개
회원조합의 총자산은 180조원 정도다. 농협중앙회는 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농업협동조합과 농업은행을 통합하면서 골격을 갖췄다. 89년부터
조합장과 중앙회장을 직선으로 선출했다. 김대중 정부 때 축협과 인삼협이 농협에 통합됐다. 중앙회 역할은 ▶농축산물 유통을 지원하는 경제산업
▶금융을 다루는 신용사업 ▶새 농법을 가르치는 교육 사업 등 크게 세 가지다. 현재 자산의 90% 이상이 신용사업에 몰려있는 등 신용사업 비중이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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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읍.면 단위로 조직된 1199개 회원조합과 이를 지원하는
중앙회로 이뤄져 있다. 농협은 원래 농민이 출자한 각 회원조합이 뿌리다. 현재는 회원조합보다 중앙회가 훨씬 큰 가분수 조직이 됐다. 중앙회는
830여 개의 금융 점포를 거느리고 총자산 240조9763억원으로 국민은행(211조원)보다도 크다. 한 해 수익은 1조원을 넘는다. 1199개
회원조합의 총자산은 180조원 정도다. 농협중앙회는 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농업협동조합과 농업은행을 통합하면서 골격을 갖췄다. 89년부터
조합장과 중앙회장을 직선으로 선출했다. 김대중 정부 때 축협과 인삼협이 농협에 통합됐다. 중앙회 역할은 ▶농축산물 유통을 지원하는 경제산업
▶금융을 다루는 신용사업 ▶새 농법을 가르치는 교육 사업 등 크게 세 가지다. 현재 자산의 90% 이상이 신용사업에 몰려있는 등 신용사업 비중이
절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