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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감사 시스템 붕괴’로 회장 견제 불가능
농협 측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눈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당시 농협이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에게 보낸 서면 답변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농협 내의) 금융사고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신분 불안에서 오는 임직원의 애사심 저하 및 윤리의식 약화,
그리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춰놓고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준법의식 미흡 등이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도덕적 해이를 꾸짖는 언론의 질타도 끊이지 않는다. 다음은 12월3일자 ‘중앙일보’ 기사 중 일부.
“농협중앙회는 최근 4년간 급여를 평균 45% 올렸고, 자회사 임원의 91.7%를 ‘낙하산’ 인사로 내려보냈다. 농협 신용부문은 농림부의
위탁으로 금융감독원이 감독하고 있으나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이런 얘기도 나왔다. 김우남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의 발언.
“집행간부의 아들, 친동생, 친인척이 비정규직으로 이렇게 채용돼서 어느 정도 급여를 받고 있느냐, 서기관급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다
이거예요. 제가 확인해봤습니다. 모 상무의 아들이 어떻게 됐느냐, 자회사, 또 가락공판장에 파트타임으로 근무를 했는데 그렇게 했고, 친동생은
성남유통센터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데 지난해 연봉을 보니까 4589만원이었습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평균연봉보다 1000만원이 높은 겁니다.”
농협이 이처럼 많은 구설수에 시달리는 이유는 뭘까. 많은 농협 관계자들은 ‘내부감사 시스템의 붕괴’를 첫손에 꼽는다. “감사가 독립적이지
않고 회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취재 중에 만난 농협 고위간부 A씨는 “거대 조직의
감사시스템이 회장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돼온 것이 농협의 현실이다. 감사위원들이 호선을 통해 선출하도록 돼 있는 감사위원장 자리가 사실상
회장이 임명하는 자리로 변질되면서 내부 견제가 불가능한 구조가 됐다”고 주장했다.
“농협이 변화하기를 바란다”는 A씨는 농협의 감사시스템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기자에게 e메일로 보내왔다. 그가
보낸 e메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감사기능이 마비된 사례는 많다. 먼저 중앙회 자산 처분에 대한 감독 및 감사직무 회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태광실업에 매각한
휴켐스의 경우 매각절차가 불공정했고, 문제를 은폐하려고 한 책임도 있다. 양재동 하나로마트 부지를 현대차에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이사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됐는데, 이 과정에서 감사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중요한 자산의 취득 및 처분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받도록 하고 있는 농협정관 49조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2부] 정대근 前 회장 체제 끊이지 않는 의혹들
지난 수년간 농협을 둘러싼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고 새로운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무엇
하나 제대로 규명된 것은 없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의혹은 지난해 농협이 매각한 정밀화학기업 휴켐스와 관련한 논란이다. 알짜배기 회사임에도 서둘러 매각을 추진한 이유가
의혹의 핵심. 매수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기업으로 알려진 태광실업(회장 박연차)이라는 점이 의혹을 더욱 부추겼다.
시계를 돌려 매각 직후 열린 국회 국정감사장으로 가보자. 다음은 2006년 농협중앙회 국정감사 당시 조경태(당시 열린우리당) 의원과 농협
농업경제 대표이사(이연창)의 대화 내용.
조 의원 : 정밀화학이나 친환경농업, 바이오산업 등은 미래지향적이고, 이러한 사업이야말로 모기업인 남해화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알맹이 있는 자회사 휴켐스를 매각한 이유가 뭡니까?
이 대표 : 남해화학에 아시다시피 크게 비료기능, 그 다음에 정밀화학 분야 기능의 2개 기능이 있다고 보는데, 정밀화학 분야는 직접
농민하고 관계가 없고, 전문가들에 의하면 앞으로 전망도 그렇게 … 이 휴켐스가 가지고 있는 전망을 따지면 그렇게 밝지가 못하다, 그래서 적기에
매각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 그런 판단을 했습니다.
조 의원 : 휴켐스의 연간 당기순이익이 얼마 정도입니까.
이 대표 : 100억원 이상 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태광실업이 인수한 휴켐스는 원래 국내 최대 비료생산업체인 남해화학에서 독립한 회사로, 연간 3000억원 매출에 150억여원의
당기순이익(2006년 기준)을 내던 알짜기업이었다. 하지만 농협은 농협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고 미래 시장상황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29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 회사를 시장에 내놨으며, 같은 해 6월30일 태광실업㈜ 컨소시엄에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46%(979만3921주)를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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