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은 27일 입찰 적격자로 2∼4곳의 금융기관을 선정, 개별 통보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LG카드 인수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농협이 입찰 적격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 LG카드를 인수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종합금융그룹 도약 채비=농협은 자산 10조원, 연간 카드 사용액 52조원의 LG카드 인수에 성공할 경우 지난 2월 공식 출범한 NH증권과 함께 업계 수위권의 카드사까지 보유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농협의 카드회원 580만명에 LG카드 회원 약 1000만명을 합친 숫자에 10∼20%의 중복회원 이탈을 감안하더라도 회원수 1300만∼1400만명의 업계 1∼2위권 카드사를 갖게 되는 셈이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금융권에서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노리는 농협의 행보는 최대 관심이 되고 있다. 농협은 지난 2월 세종증권을 인수해 NH증권을 공식 출범시킨 데 이어 오는 5월에는 IT(정보기술)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금융그룹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산수요 확대에 맞춰 IT 부문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의 ‘국내 토종자본론’=농협은 자체자금 외에 국민연금, 공제회 등 순수 국내자본만으로 LG카드 인수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토종 자본의 LG카드 인수’라는 명분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LG카드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대략 4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농협중앙회는 자기자본의 15%까지 출자가 가능한 농협법에 따라 1조30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으며, 1300여 단위조합 전체에서 출자 가능한 1조6000억원을 합쳐 약 2조9000억원의 자금을 내부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인수자금은 국민연금이나 교직원·군인 공제회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외부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어서 자금조달에 관한 한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이 LG카드를 인수할 경우 거둬들이는 수익은 농업·농촌 발전과 국민연금 재원 등으로 쓰일 것이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LG카드 매각은 ‘정부 의지’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측은 “정부의 개입 여지는 없다”고 밝혔지만 LG카드 채권 금융기관이 사실상 정부 영향력 아래 있는 산업은행, 농협,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으로 구성돼 있어 정부 ‘입김’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외환은행 헐값매각 시비로 외국계 투기자본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구 기자 julyen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