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올해 중소형증권사를 인수, 증권을 중심으로 한 투자은행으로의 재도약에 본격 나섰다.

농협은 이달 말까지 4~5개 중소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제안서를 받은 후 올 상반기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동원증권-한국투자증권, 하나은행-대한투자증권, LG투자증권-우리증권에 이은 또 하나의 대형증권사 탄생으로 증권업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4~5개 증권사 ‘입질’= 농협은 올해 초 비상장증권사를 포함한 4~5개 증권사들을 상대로 인수의향을 타진하고 이달말까지 제안서를 받기로 했다.

이미 지난 8일 세종증권은 제안서를 농협 측에 제출한 상태다.

농협측은 매입대상 증권사의 재무제표 등 기초자료 분석작업을 통해 인수효과와 기업가치에 대한 일차적인 검증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중앙회 증권사 인수 TF팀 김영환 팀장은 “올 상반기중 증권사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며 “세종증권이 지난 8일 제안서를 가장 먼저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비상장 증권사를 포함해 4~5개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이달 말까지 인수를 위한 제안서 접수를 받을 것”이라며 “최근까지 4~5개 중소형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인수의향을 타진한 결과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지난해 한누리증권 한 곳과 인수의향을 타진해 성사단계까지 갔지만 막판 매각가 차이로 불발에 그친바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한누리증권의 실패를 교훈삼아 이번에는 4~5개 중소형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기업가치와 인수효과 등을 비교할 예정”이라며 “인수 이후 시너지 효과를 위해 IB분야에 장점이 있는 증권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농협에는 IB업무를 담당하는 투자금융본부가 신설돼 증권사 인수를 통한 새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투자규모나 인수조건을 고려했을 때 현 상황에서는 많은 돈을 들여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일단 이달 말까지 증권사별 제안서가 접수돼야 이에 대한 검토작업이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협이 증권사 인수를 위해 고려하고 있는 인수대금은 1000억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 ‘변신’= 이처럼 농협이 증권사 인수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은 농협이 투자은행으로서 변모하기 위해서이다.

또 현재 약 100조원에 달하는 총 수신중 회원농협의 상호금융자산 약 30조원을 운용하기 위해 증권업 진출이 절박한 상황이다.

농협은 올초 투자금융조직의 장기적인 육성플랜으로 분사 형태로 개편하고 농협자산관리사의 관리 주체를 신용부문으로 바꾸는 조직개편 등을 검토중에 있다.

농협은 증권수탁업무 등을 현재 자금부 산하에서 분리해 카드영업부서인 ‘카드사업분사’ 산하로 옮겼다.

또 자금운용의 다양화와 수익성 강화를 위해 국제금융부의 ‘해외투융자업무’, 자금부의 ‘해외투자개발업무’, 신탁업무실의 ‘ABS업무’를 통합해 독자적인 투자금융본부를 설립했다.

투자금융센터에는 인수합병(M&A), 사모투자펀드(PEF) 등을 전담하는 투자개발팀을 신설해 수익성 있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이미 농협은 지난 2003년 부터 판매해온 수익증권이 국민은행에 이어 금융계 2위권을 형성하고 있어 강력한 판매망을 중심으로 증권업 진출시 성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농협중앙회 고위 관계자는“리스크는 적되 안정적으로 자산운용을 하면서 매년 일정수익을 거둬 농업·농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증권사를 인수하는 게 목표”라며 “현재 염두에 두고 있는 증권사는 있지만 구체적인 검토작업을 거쳐 사업성이 인정될 때만 인수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이외에도 농협선물을 올해안에 신설해 증권사와 통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농협은 농협CA자산운용과 농협선물, 증권사까지 증권을 중심으로 한 종합 투자금융기관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지각변동 예고 = 중소형증권사를 인수하는 농협이지만 농협의 자금력과 판매력 등을 고려할 때 증권업계에 ‘메가톤급’대형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농협CA투신의 경우 지난 2003년 4월에 프랑스 크레딧아그리콜에셋매니지먼트와 합작설립한 이후 지난해 말 기준(2004년 12월 31일)으로 수탁고 6조900억원을 기록, 업계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시일내에 농협CA투신이 이처럼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농협측의 전폭적인 지원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주주사인 농협이 자산과 판매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 9위 규모를 기록할 수 있었다”며 “증권사와 선물사까지 설립한다면 자산운용시장에서 농협CA투신의 시장내 위치는 상향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협CA투신도 농협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는 2007년까지 업계 5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어 연내 증권사가 설립될 경우 그 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의 경우에도 전국 단위농협과 지점수를 합할 경우 그 판매망은 국내 최대가 된다.

또 농협이 참여하고 있는 SoC사업 등 프로젝트 파이낸싱 업무나 인수합병사업(M&A), 사모투자펀드(PEF) 등에서 타 증권사에 비해 우위에서 출발할 수 있는 기반과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올 연말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사업은 물론 증권사 신탁업 등 새롭게 바뀌는 증권산업에서도 농협중앙회와 연계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어 농협의 증권업 진출은 대형증권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증권사 한 고위관계자는 “농협이 증권사를 인수해 증권업에 진출한다고 해서 당장 큰 두각을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은행업무와 보험, 자산운용, 선물, 증권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조직을 갖춰 대형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증권업 진출을 바라봐야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각 증권사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세불리기에 나서고 있는데 농협의 증권업진출은 증권산업 개편에 또하나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또 하나의 거대 공룡이 증권업계에 진입함으로써 대형사간 경쟁체제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승관 기자 skmoon@stock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