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 유예 협상에 대한 국정조사가 오는 12일부터 6월15일까지 장장 35일간 진행된다.

쌀협상에 대한 국회비준을 앞두고 진행되는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쌀협상을 둘러싼 이면합의설, 협상 상대국의 일부 농산물에 대한 수입위험평가 등을 놓고 여야 의원간, 도시와 농촌 의원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국정조사는 정부가 외국과 체결한 대외협상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는 첫 사례이기 때문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쌀협상 국정조사에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주요 쟁점들이다.

◆'이면합의' vs '부가합의'

농민단체와 민주노농당 등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지난해 쌀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협상 상대국이 쌀 이외의 품목에 대해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며 이면합의설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또 지난해말 쌀협상 타결 당시 쌀 이외의 다른 품목에 대한 합의는 없다고 밝힌 정부 당국이 쌀협상에서 다른 품목에 대해 양보를 한 것은 협상 타결을 위한 이면합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쌀협상 타결때 양자간 쟁점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것은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양자간 협상 내용이 공개되면 협상 상대국이 추가적인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는 또 쌀협상 타결 당시 양자간 쟁점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검증기간 양자간 협상을 통해 공식문서 형태의 별도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며 이면합의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아울러 쌀 이외의 다른 품목에 대해 양보한 것과 관련, 정부는 쌀 관세화 유예 연장을 위해서는 상대국이 수락가능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WTO협정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수입위험평가 개시=수입허용?'

정부가 WTO의 쌀협상 검증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이면합의설'이 제기된 단초가 된 것이 중국산 사과, 배 등에 대한 수입위험평가 절차이다.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중국산 사과, 배 등에 대한 수입위험평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키로 합의한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수는 있지만 결국 수입허용을 전제로 한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쌀 관세화 유예 연장이라는 성과물을 얻어내기 위해 쌀협상과는 상관없는 과일 품목을 양보함으로써 국내 과수농가가 몇년 뒤에 막대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게 농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농산물 검역당국은 수입위험평가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오해라고 맞서고 있다.

정부측은 이번에 합의한 것은 중국이 수입위험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하게 제출하면 고의로 시간을 지연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며 검역 절차와 기준을 완화해주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수입위험평가는 '수입허용'과 '수입금지' 중 그 어느쪽도 전제로 하지않으며 말 그대로 특정 국가의 농산물이 수입됐을 때의 위험을 평가하는 절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식물검역소 관계자는 "소나무 재선충처럼 국내에 유입될 경우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병해충을 까다롭게 검역하는 것은 수입국의 당연한 권리"라며 "이번에 합의한 것은 수입위험평가를 신청하면 정상적으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쌀협상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나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쌀협상 타결을 위해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양보한 것 아니냐를 놓고도 설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국내 농가소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쌀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쌀 의무수입물량을 대폭 늘리고, 농산물에 대한 검역과 관세 부문에서도 지나치게 많은 양보를 해 쌀협상이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세계에서 관세화 유예를 20년간 연장한 국가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현실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부가합의 내용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 많이 양보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들은 농민단체들이 가장 반발하고 있는 수입위험평가 절차를 실례로 들고 있다.

쌀 이외의 모든 품목에 대한 시장개방이 이미 이뤄져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수입위험평가 신청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입위험평가를 신청하면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합의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게 정부측의 주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여야가 쌀협상 국정조사에 합의한 만큼 충실히 응하겠지만 외교관례와 향후의 통상협상 등 국익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정조사에서 의혹이 해소되면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