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위원장 박해욱, 이하 울산플랜트노조)의 시위가 극렬해지며 언론의 집중조명으로 사회 이슈화 됐지만, 그들의 요구는 다뤄지지 않은 채 폭력성이 부각돼 사태의 본질이 왜곡되며 울산건설플랜트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직적 움직임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요구는 단순하다. 단지 법에 규정된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법인 근로기준법 준수와 비바람과 먼지를 피해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세면장, 탈의실 설치 등이다.

△마포 SK건설현장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민중의소리

울산지역 건설노동자들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요구들이 이뤄지지 않자 반발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고, 건설노동자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투쟁에 노동자들의 결집이 시작되며 1500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7일 현재 울산건설플랜트노조는 51일째 파업을 진행 중이고, 울산석유화학단지에 위치한 80미터 높이의 SK정유탑 고공농성과 서울 마포 SK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점거 고공단식농성을 진행 중이다.

건설노동자의 간단한 요구는 이미 전남 여수, 포항 등지에서 전문건설업체와의 단체협약으로 보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울산에서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 3차 SK상경투쟁단 김해표 단장은 “정부의 비정규 개악법과 시기가 맞물려 건설노동자의 투쟁이 승리할 경우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들고일어날 수 있기에 정부차원의 조직적 탄압이 이뤄지는 것 같다”며 현 상황을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4월 1일 경찰서 항의방문을 진행했을 당시, 경찰측은 맨몸인 조합원들에게 방패를 날리고, 벽돌을 던지며 강렬한 폭력을 가해 수많은 부상자를 양산했다. 또한 울산시청이 중재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 항의하기 위한 시청 항의방문에서도 경찰측은 폭력을 비롯한 사상초유의 800명 연행이라는 비상식적인 사태를 발생시켰다. 이 같은 정황을 비춰봤을때 상식적인 수준의 노동자들의 요구를 막기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6일 울산에서 발생했던 경찰과의 마찰에 대해 3차 SK상경투쟁단 김해표 단장은 “비가 오는 상황에서 경찰이 고공농성자 가족들의 인도적 요구를 들어줬으면 아무런 마찰이 없었을 것”이라며 “경찰측에서 노동자의 요구를 무시한 채 폭력적 상황이 발생하도록 자극해 노동자를 폭도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일 경찰서 항의방문 당시 경찰의 폭력 탄압에 피를 흘리는 조합원 ⓒ울산건설플랜트노조

김해표 단장은 “언론에서도 폭력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폭도로 매도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정부차원의 조직적 탄압이 시도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밝히고,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평화적 시위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해결이 늦어지며, 정부차원의 조직적 탄압이 계속된다면 대대적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지역 건설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요구가 무시당한 채 계속되는 경찰의 폭력으로 고공농성 조합원의 가족까지 부상 당한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사태해결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 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SK측도 여전히 무반응으로 일관해 이후 울산플랜트노조원들의 격렬한 대응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하 3차 SK상경투쟁단 김해표 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상경투쟁은 어떻게 시작했나.

	△3치 SK상경투쟁단 김해표 단장 ⓒ민중의소리

마포 SK건설현장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이 시작된지 8일 째다. 우리가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는 6일 째고, 29명이 올라와 현재는 28명이 남아있다. 고공단식농성을 진행중인 조합원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고 힘을 북돋아주기 위해 올라왔다.

현재 마포 SK건설현장을 거점으로 노상농성을 진행하며 아침, 낮, 오후 3차례 집회를 비롯해 서울 전 지역의 SK건설현장 1인 시위, 지하철 선전전 등을 진행하며 서울 시민들에게 우리가 투쟁하는 이유를 알려가고 있다.

- 고공농성조합원들은 상태는 어떤가.

단식중이고 비가 와서 조금 걱정스럽긴 하지만 잘 버티고 있다. 핸드폰을 이용해 연락해봤는데 “약간의 어지럼증이 있긴하지만 견딜만하다”고 한다. 고공농성 조합원들의 아내들 한테 “신랑이 몸 건강히 돌아올 수 있도록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 언론보도에서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폭력성이 부각되며 사태의 본질이 안드러나고 있다. 구체적 요구안은 무엇인가.

30년 동안 해외에서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산업역군으로 국내에서는 산업발전의 토대를 만드는 노동자로 살아왔지만, 결국 노가다라는 멸시에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일해왔다.

탈의실이 없어 한 겨울 길바닥에서 옷을 갈아입는 현실, 파이프를 자르기 위한 작업대가 식탁이고 휴게실인 현실, 보온을 위한 석면가루가 바람에 날려 새까만 국물을 먹어야 되는 현실.

이제는 기본적인 것이라도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화장실, 식당, 세면장, 탈의실 등의 기본적 환경개선을 요구했다. 우리의 요구는 별 다른게 아니라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고 21세기에도 이런 걸 요구해야 한다는 상황이 우습다.

정품 안전보호구의 지급됐으면 한다.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 중고 안전모를 비롯한 비품 안전모를 쓰고 일하다 머리통이 박살난 경우도 허다하다.

또 불법다단계하청도 시정되어야 한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더 적은 노동자로 장시간 근무를 시키므로 노동강도는 높아지지만 실질보수는 줄어드는 현실, 즉 모든 고통은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이윤을 챙기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3500원의 도시락값을 걷고서 계약을 할 때는 2800원에 하는 이런 조잡한 노동자 착취도 시정되어야 한다. 생각해 봐라 얼마나 수없이 이런 일이 발생할지.

△3치 SK상경투쟁단 김해표 단장 ⓒ민중의소리

- 기본적인 요구안인데 왜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쉬운 것인데, 정부의 비정규 개악과 맞물려 우리의 투쟁이 승리한다면 모든 비정규직이 들고 일어날까봐 정부차원에서 탄압을 하는 것 같다. 또 정부차원의 탄압이다 보니 울산 남부경찰서도 이를 따를 수 밖에 없고 경찰서장의 진급도 달려 있어 더 탄압하는 것 같다.

-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듯 한데.

1년에 8개월 일하고, 한달에 20일 일하는 것이다. 조합원 평균 연령이 48세로 자녀들이 중고생인데도 불구하고 저금이 없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50일이 넘게 파업을 하는 것은 그만큼 꼭 필요한 투쟁이기에 하는 것이다.

- 6일 경찰과 마찰이 있었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

5일 밤부터 울산에 비가 내려 고공농성 조합원 가족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우의를 비롯한 식량전달을 요구했음에도 폭력으로 대처해 가족들을 다치게 했다.

6일 구속 결단식 이후 경찰의 폭력적 탄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방어차원에서 대나무와 각목을 들고 행진에 나섰고, 결국 경찰이 폭력진압을 시도해 방어에 나섰다. 아무래도 경찰이 노동자를 자극해 폭도로 매도하기 위한 상황을 만드는 듯하다.

결국 갈아입을 옷을 비롯한 식량전달이 이뤄졌다. 평화적인 요구는 들어주지 않더니만 결국 폭력적 대응이 있고 나서야 이뤄진 것이다. 조합원들이 대체적으로 40대지만 철근을 만지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다보니 억센 편이다.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할 때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

- 현재 SK와의 교섭은 진행이 되고 있는가.

원래 교섭단체는 전문건설업체이다. 하지만 SK측에서 전문건설업체 모든 불이익을 보상하겠다며 교섭에 나서면 일거리를 주지 않겠다고 협박해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태해결을 위한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아마도 대대적 마찰이 빚어질 것이라고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