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동자들을 비롯한 노동 전문가들이 정부의 비정규법안이 비정규직을 더 많이 양산할 우려가 있고, 비정규직의 노동현실을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계속해서 비정규법안의 입법을 무리하게 시도하고 있다.

28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의 증언대, 우리들의 삶을 말한다'는 주제로 고통받고 차별받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애달픈 현실을 증언하는 대회가 '비정규 노동법 개악 저지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비정규 공대위)'의 주최로 열렸다.

4월 정부의 비정규법안 강행처리와 이를 반대하는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열린 이번 증언대회는 차별을 넘어선 인권유린적인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현실을 다시 한번 각성하고, 현장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짚는 자리였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증언대, 우리들의 삶을 말한다' 참석자들 ⓒ민중의소리 한승호 기자

증언대회에는 우리은행 계약직 사무행원이었던 권헤영씨, 인천지방법원 용역여성 청소미화원 김정숙씨, 한원 C.C 경기보조원 원춘희씨를 대신해 나온 이상규씨, 전국학습지교사노조 이정숙 조직국장, 하이닉스-매그나칩의 부당노동행위를 밝히기 위해 나온 오병웅씨,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안기호 위원장의 아내 윤현경씨가 증언에 나섰다.

이들은 한국사회에 과연 민주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심이 들 정도로 어둡기만한 비정규 노동자의 현실을 생생히 전달했다. 부당해고와 손배가압류, 가처분 신청, 사측의 경비대를 이용한 노조말살책동, 용역깡패 투입까지 물질적인 어려움을 시작으로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고통은 고스라니 비정규 노동자의 삶에 전가됐다.

▲한원C.C 사례 "애를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털이 섰어요. 부모한테 가장 큰 위협은 애들을 다치게 하겠다는 건데...지금도 그날의 상황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요" - 2004년 사측 용역직원 천막농성장 침탈 노조원 증언 사측과의 교섭이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 골프장 측은 전체 조합원에게 손해배상 15억원과 5억 5천만원을 가압류했다. 자살을 기도한 원춘희 조합원도 2억 4천 백만원이 압류되어 있는 상태이다. 회사측의 계속된 탄압과 재정 압박, 그리고 홀로 계신 어머니에 대한 불효에 대한 자책을 하던 중 사태해결을 원하며 자살을 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학습지 교사 "재능교사 수원 모 교사는 결혼 7년만의 임신으로 해지원 제출했지만 그 후에도 사측으로 부터 학습지관리 업무를 종용받다 끝내 유산 했다. 하지만 보험처리 조차 받지 못하고 직장을 퇴사했다" 지난 1월 학습지 교사 한명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자살한 허 모씨는 회사에 휴직을 하겠다고 얘기했지만 회사측에선 휴직을 하면 위약금 3백 만원을 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허 모씨는 보험금으로 위약금을 갚아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현대자동차 하청 노동자 ""주야 맞교대 근무하는데 백만원은 부당하잖아"라며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하길래 "생계유지가 어디냐"며 말리려했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분들과 하는 얘기 듣고서 잘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였다. 노조 만들고 수배가 되서 그 이후로 집에 못들어와 애가 "아빠 왜 안오냐"고 물으면 설명할 수가 없어 "자동차 많이 만들려고 회사에 있다"고 말했었다" "지난 1월 한 노동자가 농성장을 침탈한 경비대에 이마가 찢어져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하는 말이 "구둣발로 지근지근 밟아서 그런 듯 하다"고 하더라. 한시간 넘게 꼬매는 모습 보니 내 마음은 더 찢어졌다" -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안기호 위원장 아내 윤현경씨 증언 노동부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정과 시정요구에도 불구하고 형사고발, 해고, 손배가압류 경비대를 이용한 폭력적 노조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증언대회에 참석해 "정부가 사회 양극화 문제의 해결을 중요하게 얘기하면서도, 양극화 문제의 핵심이 비정규 문제란 걸 모르는 듯 하다"며 비정규 문제가 해결되야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고 여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단 의원은 "실질적으로 신용불량자 문제에서 신용불량자는 대부분 비정규직, 절대빈곤 문제에서 절대빈곤자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결식아동 문제의 결식아동은 비정규직의 자녀 문제"라며 "비정규 문제는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대판 노예제도인 불법파견을 폐지하고, 비정규직의 엄격한 사유제한으로 1년을 넘기지 못하게 해야하며 같은 사업장에서 동일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노동자가 앞장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 공대위 박석운 공동집행위원장은 "비정규 공대위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져 있음"을 밝히고 "이번 증언대회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비정규 노동자의 실태를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알려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03월28일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