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 C.C 본사 앞 민주노총 결의대회 (촬영/편집 김태환 PD)

"한원 C.C 자본가들. 너희 따위 자본가들이 감히 우리노동자들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너희들이 강철판으로 우리를 막아 나섰지만, 우리 노동자들의 싸움을 이제부터 시작이다."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한원C.C 본사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 대회에서 한원C.C 노조 조합원들이 투쟁의 결의를 밝히고 있다. ⓒ민중의소리 한승호기자

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한원C.C 본사 앞에서 열린 '불법용역 철회! 손배가압류 철폐! 노조탄압 분쇄! 민주노총 결의대회'는 한원C.C 회사측이 본사 주위에 설치해놓은 강철판을 걷어내는 일부터 시작됐다. 민주노총과 한원C.C 노동조합이 합법적으로 집회를 신고해 놓았음에도 사측이 결의대회 전날인 8일, 용역업체를 시켜 집회장소를 미리 차단해 놓은 것.

인도에까지 넘어온 사측의 강철판 바리케이드에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민주노동당, 전농, 민중연대 등 20여 이상 단체에서 참가한 300여명의 노동자들은 교통차로 1차선을 이용해 대회를 시작했다. 대회가 시작된 지 20여분, 금속노조 조합원들에 의해 강철판 바리케이드를 유지하던 쇠 볼트들이 하나 둘 씩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이어서 그 동안 용역 직원을 동원한 사측의 폭력에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했던 한원C.C 노동조합원들은 금속노조 남성조합원들의 모습에 "와~"의 함성을 연달아 질러댔다.

강철판 여러 장을 이어놓은 바리케이드의 한 부분이 철거되는 순간, 대부분의 결의대회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허탈한 웃음이 번져갔다. 일부 참가자들은 옆의 동료를 바라보면서 한참을 웃기도.

△사측이 설치해 놓은 강철판 바리케이드가 철거되는 순간. 대회 참가자들이 강철판 사이로 비치는 재미있는(?) 관경을 촬영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한승호기자

이유는 강철판 사이를 통해, 쇠 방패를 든 경찰 1개 소대가 한원C.C본사 건물의 입구를 막아서고 있는 모습이 참가자들의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측이 동원한 용역업체 직원 40여명이 건물 유리창을 통해 비춰졌으며, '건물 뒤편에도 버스 4대에 탑승한 경찰들이 대기 중'이라는 정보도 들려왔다.

바리케이드를 지지하기 위해 트럭 3대를 줄지어서 주차시켜 놓은 모습도 참가자들을 미소 짓게 한 관경이었다. 곧이어, 강철판 바리케이드와 집해 방해를 위해 세워놓은 트럭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 의해 한쪽으로 잘 모셔졌다(?).

이날 집회는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한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 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한원C.C 노조' 등 장기투쟁 사업장의 지원을 위해 마련됐다.

대회사에 나선 민주노총 강승규 수석 부위원장은 한원C.C 노동조합의 문제가 결코 단일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며, 전체 비정규 문제를 풀어나가는 큰 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승규 수석 부위원장은 "한원 자본가들의 그 동안 만행을 우리 동지들의 투쟁으로 반드시 응징하고 말겠다"며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은 비정규법안을 막아 나서기 위해 현장에서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격려사에 나선 민주노동당 박인숙 최고위원도 "한원C.C 노조 조합원들은 그동안 사측에 적당히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해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던져서 싸워왔다"며 "자신들의 실정을 세상에 폭로해 달라는 원춘희 조합원의 눈물에 모든 노동자들이 연대해서 한원 자본가들과 싸워나갈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머리띠 다시 동여메고 투쟁에 나선다." 한원C.C 노조 조합원. ⓒ민중으소리 한승호기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연대발언을 들은 한원C.C 노조 임미옥 부위원장은 "오늘 이렇게 많은 동지들이 이 자리에 나와 주셔서 정말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해서 승리의 깃발을 날릴 때까지 옆의 동지들 손을 놓지 않고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며 눈물 섞인 결의를 밝혔다.

한편, 한원C.C 노조는 본사 입구에 천막을 치고 사측의 책임있는 교섭과 합의를 받아내기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결의대회장 옆으로 방패를 든 경찰병력이 보인다. ⓒ민중의소리 한승호기자

△한원C.C 노조 조합원들은 "사측의 성실한 교섭 실행"을 요구하며 본사 입구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민중의소리 한승호기자

2005년03월09일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