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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05-30 18:07
울산플렌트노조위원장 " 눈물이 난다."
 글쓴이 : 본부
조회 : 1,886  
제목 없음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위원장 "눈물이 난다"
파업 73일만에 교섭 부분합의... 앞으로 총회 등 절차 남겨
윤성효(cjnews) 기자
▲ 얼마만에 웃어보나. 27일 오후 울산지역 건설플랜트노조 장기파업 조기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에서 교섭 방향의 큰 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뒤 울산역광장에 모여 있던 플랜트 노조원들이 밝게 웃으며 서로를 위로하는 함성을 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파업 73일만에 얻어낸 공동협의회의 '부분 합의'로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은 파업을 풀고 작업 현장에 복귀할 것인가.

2005년 5월 27일 오후 5시30분. 이 시각은 건설플랜트노조에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이날 오후 6시 울산역 광장에서는 여수와 포항지역 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을 포함해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협의회 부분합의에 대한 보고대회가 열렸다.

보고대회에 나온 조합원들의 얼굴 표정은 밝았다. 이전까지 집회와 이날 부분합의 전까지만 해도 조합원들은 헬멧에다 눈과 입만 내놓은 채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보고대회가 열리는 동안에는 마스크를 모두 벗어버렸다. 얼굴을 드러낸 조합원들은 하얀 이를 드러내놓고 웃는 표정을 짓기도 하면서 함성을 질렀다.

부분합의... 최대 쟁점인 교섭방식 여부는 차후 논의하기로

▲ 아! 피곤해. 27일 오후 울산 옥동 울산대공원내 가족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된 내용을 설명하던 최문규 울산광역시 경제통상국장이 피곤한 듯 얼굴을 감싸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울산 지역 건설플랜트노조 장기파업 조기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는 27일 오후 5시30분 교섭 방향의 큰 틀에 대해 합의했다. 최대 쟁점인 개별교섭이냐 집단교섭이냐 여부는 앞으로 실무교섭을 통해 논의하기로 했다.

합의된 의제는 임금 등 근로조건 및 복지, 불법다단계하도급 규제, 조합원 채용시 불이익 금지, 노동조합 인정 및 편의제공, 노사분쟁 예방책, 공동협의회 합의내용 적용 및 효력이다.

이날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4시간으로 하고 4대 보험료의 경우 사용자 부담금은 사용자가 근로자 부담금은 근로자가 각각 부담하기로 했다. 또 불법다단계하도급 문제에 대해서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한 불법 하도급은 금지하되, 근로자에게 도급을 주지 않는 문제는 실무협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조합원 채용시 불이익 금지에 대해서는 조합원임을 이유로 채용시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하되, 그 구체적 방안은 실무협의에서 별도 논의하기로 했다. 노동조합 인정과 편의제공에 대해 회사는 조합비를 일괄 공제해 노조에 인도하고 노조간부의 사업장 출입 문제는 공장장협의회 논의를 거쳐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합의되지 않은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앞으로 실무협의와 대표자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실무협의는 노조측과 회사측 각 2인이 참여하고 각 1인씩 간사를 정해 진행하기로 했다. 울산지역 건설플랜트 노조와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파업집회와 관련, 시민들에게 손해를 끼친 점에 대해 유인물을 통해 공개 사과하기로 했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위원장 "눈물이 난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 박해욱 위원장은 "눈물이 난다"면서 "목표보다 부족하지만, 승리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는 현장에서 일만 할 줄 알았지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몰랐다"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다, 끝까지 투쟁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이헌구 본부장은 "어렵고 힘들다"면서 "노동자들은 넉넉하지 못한 속에 눈칫밥 먹으면서 열심히 일만 하고 있으며, 정부는 자본자들에게 끌려만 가고 있는데, 노동자 권익을 더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 합의에 대해 언급하면서 "힘들게 달려왔고, 많은 성과는 아니지만 모두 여러분들의 힘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교섭 위원으로 참여했던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백석근 부위원장은 합의사항 보고를 통해 "사측은 개별교섭을 통해 노조 와해를 기했는데, 이번 합의로 볼 때 지역건설플랜트노조를 인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총회를 거쳐 현장 복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은 건설노동자들이 주인이며 이번 합의로 그 교두보가 마련되었고, 여러분들에게 큰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걸림돌 많아

▲ "잘가라 아들들아!" 27일 오후 울산에서 열렸전 전국노동자대회가 충돌없이 끝난 가운데 플랜트 노조원 아내들이 버스를 타고 떠나는 경찰들을 향해 "잘가라 아들들아!"라며 손을 흔들자, 버스에 타고 있던 경찰들도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보고대회 현장에서 만난 몇몇 조합원들은 이날 합의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50대의 한 조합원은 기자를 만나 "부족하다"면서 "개별협상이 되어서는 안되는데 아직도 그 문제에 대해 매듭을 짓지 못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앞으로 걸림돌도 많다. 우선 최대 쟁점인 교섭방법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 노측은 집단교섭을 요구하고, 사측은 개별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공동협의회 2차 교섭에서 노측은 '올해는 개별교섭을 하고 내년부터는 집단교섭을 한다'고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교섭을 개별로 진행할 경우 노동조합이 와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이날 합의에서 유급휴일과 유급휴가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실무협의에 넘긴 것에 대해 조합원들은 우려하고 있다. 또 공동협의회 기자회견장에서 많은 기자들도 지적했지만, 이날 합의사항을 어길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점도 우려사항 가운데 하나다.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는 합의에 대해 조합원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조합 총회를 통하게 되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찬반투표까지 갈 수도 있다. 또 이날 합의가 현장 복귀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 파업 사태는 부분합의를 보기는 했지만, 많은 상처를 남겼다. 박해욱 위원장 등 40여명의 노동자들이 구속되거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며, 시위 때 마찰로 경찰과 노동자가 수백명 다치기도 했다.

사흘 마라톤협상 통해 합의 도출

▲ 눈물흘리는 가족들 플랜트 노조원들의 아내가 파업과정에서 힘들었던 사연을 발표하자 듣고 있던 다른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 파업 조기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는 지난 25일 구성되어 26일과 27일 울산가족문화센터에서 각각 세차례에 걸쳐 마라톤 회의를 거듭했다.

노측에서는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 최영근 용접분회장(대행) 등 3명, 사측에서는 대한설비건설협회 울산·경남지회 김재홍 회장 등 3명, 울산·양산경영자총협회 주영도 상임부회장, 울산상공회의소 박종근 부회장, 시민단체협의회 이상희 상임대표, 울산시민포럼 김태근 사무국장, 울산광역시 최문규 경제통상국장, 최낙은 기업지원과장이 참석했다.

공동협의회는 최종 합의 때까지 운영하기로 했으며, 대표자 협의와 실무협의를 병행해나가기로 했다. 대표자 협의는 협의원칙과 큰 틀에서 합의를 도출하고, 실무협의는 노-사 각 2명씩 참여해 구성하기로 했다.

이날 공동협의회에서는 ▲임금 등 근로조건과 복지 ▲불법다단계 하도급 규제 ▲조합원 채용시 불이익 금지 ▲노동조합 인정과 편의제공 ▲노사분쟁 예방책 ▲공동협의회 합의내용의 적용과 효력에 합의했다.

또 노조측은 파업집회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공개사과하기로 했다. 이헌구 본부장은 "공개사과는 유인물을 통해서 하게 되며,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도 사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위원장 "처음부터 질 수 없는 싸움"

▲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비정규직권리보장과 건설플랜트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가 27일 오후 울산역 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7일 오후 3시부터 울산역 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는 7000여명이 모였다.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 조승수 단병호 노회찬 의원, 김창현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수호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건설노동자들의 싸움은 처음부터 질 수 없었고 져서도 안된다"면서 "그것은 생존권 싸움이기에, 인간답게 살고싶다는 싸움이기에 그렇다"고 말했다. 정광훈 민중연대 의장은 격려사를 통해 "SK가 텔레비전 광고에서는 하이테크놀로지라고 하면서 노동자 탄압에서는 13세기와 같다"고 말했다. 김혜경 대표는 "건설플랜트노조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5시30분 경 공동협의회의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예정되었던 거리행진은 열리지 않고 곧바로 해산했다. 집회장 주변에는 전국에서 동원된 전경들이 배치되어 긴장감을 주기도 했다. 전경들이 타고온 차량은 거의 대부분 번호판을 가려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