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가족들과 함께한다는 행복한 착각에 빠져 삽니다." (촬영,편집 박민량 PD)

비정규 법안 저지 투쟁으로 분주한 민주노총 사무실. 그곳에서 스스로를 ‘노동자 이석행’ 이라고 소개하는 민주노총 이석행 사무총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 바로 전에도 회의를 마치고 문을 들어서는 이석행 사무총장의 모습에는 밤을 새고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피곤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웃으며 ‘투쟁이 중요한 것 아니겠냐’는 말로 답하는 이 사무총장은 피곤한 모습과는 달리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이석행 사무총장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80년대 각종 노보와 노동 잡지에 모범사례로 여러 번 소개 된 적 있는 진주지역민주노조연합(이하 진민노련) 초대 의장으로 활동한 바 있는 이 사무총장의 경력에 간고한 투쟁담을 먼저 기대 하던 기자에게 이석행 사무총장은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꿈에 부풀었습니다.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자격증만 많이 따면 사회 나가서 잘 살수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실제로 공장을 가보니까 이건 지옥인거야.”

“밥도 안줘 찬밥 싸다니고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지, 토요일은 철야 하고 일요일도 특근하고.....이건 도저히 (사람 사는 게) 아니다 하고 혼자 갈팡질팡 하는데 그때, 80년 서울의 봄이 왔지요.”

“박정희가 죽고 전국에 자유의 물결 같은 것이 요동치는데 우리 선배 하나가 노동조합 한번 해보자 그러데요. 그때가 병역특례를 받고 있을 땐데 노동조합이 뭐냐 하니까 이걸 하면 일요일도 놀 수 있고 4대절(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이라고 하는 휴일에도 놀 수 있다!”

“그래서 아무 생각도 없이 병역특례를 받으면서 노동조합 만드는데 참가했습니다.”

전국 민주노조의 최고 연대조직이자 전국중앙조직인 민주노총의 사무총장이 꺼낸 노동운동의 계기는 의외로 소박했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이 본 궤도에 오르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고 처음 한 일이 노동조합 해산에 발 벗고 나선 것이었는데 특히, 이 사무총장이 일하던 대동중공업과 같이 무기를 생산하던 방위산업체는 더 했다.

노조의 주인은 노동자임을 알리고 다니는 노조 간부들이 당시, 지역 토박이들한테 끌려가서 퇴근길에 두들겨 맞는 일은 비일비재 했다고 사무총장은 당시를 말했다.

“테러 당하고 폭력, 구타당하고....지금도 잊지 않는 게 그때 함께했던 동지들입니다.”

결국 투표 결과, 80퍼센트의 해산 반대로 노조를 지켜낸 그에게 시련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렇게 위원장이 됐는데 회사가 인정을 안 해요. 나한테 ‘미스터리! 미스터리!’하고 정문 나갈 때 노무관리과장 결재 받고 나가야 되고, 전임자인데.... 임금협상이고 뭐고 지금은 상여금, 그때는 명절 떡값이라고 불렀어요, 그것마저도 안주는 거야.”

“도저히 안 되겠는 거야! 이거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번 노조를 사수했던 동지 10명이 모여서 의논을 했지요. 지난번 위원장(이 사무총장) 해고 됐을 때 조합원들이 자연적으로 파업이 됐던 적 있다. 그걸 이번에 한번하자, 이렇게 됐지요.”

△이석행 사무총장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그때가 1월 24일쯤 됐을 거예요, 조합원들 다 모아놓고 얘기를 했지요. ‘상황이 이런데 우리 열심히 해보자, 일도 열심히 하고. 그러면 연말에 가서 내가 떡값 이상으로 임금 인상 받아내겠다’ 이러니까 조합원들이 끄덕끄덕 하더란 말이지요.“

“나는 점심시간에 외출증 써서 관리과장 결재까지 맡아 가지고 밖에 나가고, 조합원들은 밥 먹고 현장에 들어와서 1시부터 기계 다 세우고. 그때는 핸드폰도 없고 삐삐도 없으니까 나는 다방에 가서 전화번호 가르쳐 주고 앉아있고.”

“앉아 있으니까 조직부장이 공중전화로 지금 파업이 완전히 성공했다 들어와라 하면서 전화가 왔어요. 딱 들어가니까 2시쯤인데 공장이 조용한거야. 현장을 한 바꾸 뺑 돌았어요. 그니까 조합원들이 서로 눈빛만 봐도 알잖아요. 탁 이제!”

“그때는 파업이라는 게 지금하고 달라서 노래도 부를지 모르고 구호 외칠 줄도 모르고 그때가 84년 이니까.” “그렇게 3일되니까 진주 보안대장이 한번 보자. 자기가 도와주겠다. 요구사항이 뭐냐? 그러더라고. 전체 조합원들한테 똑같은 볼펜이랑 종이랑 나눠주고 적어내라 그랬지. 이미 요구사항은 준비 돼 있는데도.”

“그래서 61가지 준비사항을 마련했어요. 회사에 제출하고 그거 가지고 보안사 짚차를 탄 거야. 얼마나 어리석어!” “그래가지고 바로 끌려가가지고 갈 때는 ‘이 선생’ 그러더니 지하로 가가지고 홀딱 벗고 고문을 당한 거죠.”

“그래서 그 당시에 의문사에 대해서 분명하다고 확신하는 사람인데, 너 하나 죽여가지고 새끼야, 진주에 진양호라는 호수가 있어요. 진양호에 갔다 담그겠다. 이렇게 협박을 당하면서 내가 거기서 아이고 살아야 되겠다. 노동조합위원장이고 뭐고 간에. 그래가지고 각서를 써요. 나는 운동에서 가장 부끄러운 일인데 아까 언제가 가장 힘들었냐고 물었잖아요? 내 가장 치욕적인 거예요 이게. 내 이건 뭐 얘기할 수밖에 없는 거고....”

이석행 사무총장은 꺼내기 힘든 자신의 얘기를 담담히 시작하며 어떻게 평생을 ‘노동자 이석행’으로 살기를 결심했는지, 또 어떻게 ‘마지막 남은 피 한 방울까지 동지들에게 바치고 가겠다.’고 동지들 앞에 말하게 됐는지를 말했다.

또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석행 사무총장의 동지와 가족 얘기를 통해 이 사무총장의 평소 생활과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365일 노동형제자매들과 투쟁에 현장에 있어 365일을 가족과 함께 한다는 행복한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 산다는 이석행 사무총장, 이 사무총장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2005년04월12일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