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호법 시행에 따라 은행권에서 다양한 비정규직 고용안정 방안이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이 새로운 직군을 만들면서 비정규직 고용안정 방안을 선보인 이래 부산ㆍ외환ㆍ기업은행 등이 최근 노사 합의로 비슷한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당초 은행권은 비정규직 문제에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은행마다 안고 있는 특수성 때문에 `각개약진`식으로 비정규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분리직군 방식이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 이 분리직군 방식을 택했다.

기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따로 직군을 만들어 고용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야구나 축구로 치면 1부 리그에 진입하기 힘든 2부 리그를 신설하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정규직들과 달리 승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승진 문제는 추후 개선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하위직군 방식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의 하위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부산은행이 이 방식을 선보였다.

부산은행은 기존 신입직원 직급(6급) 아래 최하위직(7급)을 새로 만들었다. 이론상으로는 기존 비정규직이던 직원이 지점장까지 승진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 6급이 5급으로 승진하려면 근속연수만 채우면 되지만 7급이 6급이 되는 데는 인원 수를 한정하는 등 기존 정규직과 다소 차이가 있다.

무기계약 방식을 선택한 은행들도 있다.

직무ㆍ급여 등은 정규직과 차이를 두지만 계약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아 고용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외환은행과 기업은행이 택했다. 무기계약직 가운데 우수 근무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 아직 비정규직 문제를 풀지 못한 은행들은 이미 비정규직 고용안정 방안을 발표한 은행들 사례를 분석하며 고심 중이다.

국내 최대 은행으로 비정규직 수도 금융권 최대인 8000여 명을 보유한 국민은행은 지난달 31일 임원급 노사협의회를 연 이후 계속 실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노사 양측은 비정규직 고용 보장에 일단 합의했지만 세부 사항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협상 초기에 노조 측이 부산은행 방식을 주장했다가 경영 부담을 고려해 한발 물러선 상태다.

신한은행 노사는 일괄적인 전환보다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신한은행 비정규직은 영업점 근무직(1000명)과 단순 업무직(1000명)까지 약 2000명에 이른다.

노조 관계자는 "기존 전환 사례는 오히려 차별을 고착화할 염려가 있다"면서 "다소 시간이 걸려도 순차 전환이 맞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규모가 약 2300명인 하나은행은 계약기간이 끝나는 사무직 직원들에 대한 아웃소싱(외주 용역)을 추진하려다 내부 직원들 반발로 일단 이를 보류했다.

지난달 노사협의회가 파행된 이후 노사간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 측이 7월 25일 일방적으로 책임자공모제를 시행해 노조 측이 투쟁에 나섰다"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논의도 전혀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 시간이 많이 지체될 듯하다"고 밝혔다.

농협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시일이 걸릴 듯하다.

농협 신용 부문 비정규직은 텔러 1300명, 영업지원 2800명 등 4800명이다.

농협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중은행과 보조를 맞추겠지만 인원이 방대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장 한두 달 사이에 정규직으로 전환할 정도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 노사는 최근 임단협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잠정 합의했다.

당초 노조 측은 "새로 비정규직을 채용할 때는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자고 했지만 사측이 이에 완강히 거부해 "전체 비정규직 운영 규모를 노조와 협의해 처리한다"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