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전야 은행, 5년 후 국민·신한만 살아남는다.’ 국내 한 시사경제 주간지가 30일자 특집기사로 보도한 내용이다. 이 주간지는 은행 전문가 11명으로부터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5년 뒤에는 국내 은행 중 3~4개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협이 위기를 맞고 있다. 경영안정 신화는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농협 수익의 원천인 신용사업은 시장경제의 가속화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으며 농업·농촌의 장기 침체로 경영기반 또한 위협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은 “임직원들은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21세기에도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경영체로 혁신하기 위한 ‘새농촌 새농협운동’을 전사적으로 추진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농업·농촌을 둘러싼 환경변화와 농협이 당면한 위기상황을 통해 이 시점에서 왜 ‘새농촌 새농협운동’이 필요한지를 알아본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위기 징후=정부의 양정개혁과 맞물려 농협의 쌀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추곡수매제가 폐지되면 원료곡 매입에 대한 농업인들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합은 과잉물량 200여만섬(약 6,000여억원어치)을 판로가 없는 상황에서 매입해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처할 수 있다. 이 금액은 전국 모든 조합의 한해 수익인 7,000억원에 버금가는 액수다. 이는 또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의 부실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60조원에 달하는 농가부채도 잠재적 위험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농가부채 상환기일이 2006년에 집중 도래됨에 따라 농협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 지원을 예전처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가부채 문제가 악화될 경우 농가의 파산과 조합의 경영부실, 농협 전체의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협 경제사업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형유통할인점들은 통합구매에 의한 거대 구매력과 선진적 소매기법으로 무장해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1999년 7조6,000억원이던 대형할인점 매출액은 2003년 19조6,000억원으로 급증한 반면 농협 하나로클럽 매출액은 같은 기간 1조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유통 흐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조합도 마찬가지. 이에 따라 대다수 조합들은 아직도 계통출하에 의존, 시대흐름에 맞는 적절한 출하처를 찾거나 발굴하지 못하고 조합원에게는 높은 판매가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핵심 전문농업인들의 농협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신용사업의 위기는 더 심각하다. 수익기반 확충과 선도은행 자리를 놓고 주요 은행들이 정면승부를 펼치면서 중앙회의 수신고는 지난해 5월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말에는 93조원에 그쳤다. 8% 이상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137조원에서 136조원으로 0.7%만 줄었다.

조합경영도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농업 위축과 상호금융의 정체로 사업실적과 재무구조가 취약한 조합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조합원이 조합을 스스로 해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2006년부터는 조합구조개선법상 ‘경영개선권고’ 대상기준이 순자본 비율 4% 미만으로 강화돼 적기 시정조치의 적용을 받게 될 조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금 우리 농업·농촌은 수입쌀 시판과 추곡수매제 폐지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농업·농촌의 위기는 농협의 위기로 이어질 게 뻔한다. 이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농협의 위기는 경영이 취약한 일선조합에서 시작돼 전 조합으로 파급되고 결국 중앙회의 위기로 증폭될 것이다.

◆위기극복 대안은 무엇인가=농업위기에 대비해 농협이 농업인에게 ‘최후의 보루’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새농촌 새농협운동’이 주창되고 있다. 이 운동은 한마디로 조합의 완전자립 경영기반 구축이다. 이를 위해 중앙회는 조직과 운영의 혁신, 신규사업 발굴 등을 통해 조합 지원역량을 강화하고, 조합은 자율합병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영기반을 확충해나가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하나의 경영체로서 미래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자기자본 확대전략도 필요하다.

새농촌 새농협운동의 또 다른 핵심과제인 농축산물 유통사업 혁신도 요구된다. 이는 농업의 위기대책인 동시에 농협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농협은 유통사업의 브랜드파워를 강화하고 우리 농산물의 판로확보와 제값받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 조합과 중앙회가 하나의 유통기업처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유통사업의 계통 간 수직통합을 강화하는 전략 마련도 시급하다.

조합과 중앙회가 함께 참여하는 전사적 위기관리체제 구축도 필요하다. 월마트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기업들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전사적 차원에서 위기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 농협은 그 어느 조직보다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