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12-0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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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문어발 사업 있고 농민들 신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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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문어발 사업 있고 농민들 신뢰없다
1~3대 민선회장 줄줄이 사법처리 … 연내 새회장 뽑아야
대법원이 정대근 농협 회장에 대해 뇌물죄를 최종 확정함에 따라 농협은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게 됐다. 이로써 농협은 1988년 이후 민선으로 뽑은 1~3대 회장이 모두 사법처리되는 수모를 겪게 됐다.
현직 회장이 철창 신세를 지게 되면서 상당 기간 업무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새로운 회장을 한 달 안에 뽑아야 하는데 조합원 간 치열한 선거전으로 인한 내부 분란도 예상된다. 순이익 1조원대 `공룡`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조직이 비대하고, 농민들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탄을 받아온 농협. 끊이지 않는 직원비리 사건에다 방만한 조직관리, 문어발식 사업 확장 등으로 농협은 지금 중대 갈림길에 섰다.
◆ 공룡조직…농민 신임 잃어 =
최근 대법원 판결로 그동안 은행사업 등 사적 부분을 끊임없이 늘려온 농협 경영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일 농협중앙회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농협 총자산은 2001년 149조원에서 지난해 229조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3800억원에서 1조5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농협의 은행사업이 급성장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총매출액에서 영업비용을 뺀 매출액이익을 사업부문별로 따져보면 신용업무 비중이 2001년 75.7%에서 지난해 85.6%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공제 분야와 상호금융을 포함하면 약 90%가 사실상 은행 업무다.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농업ㆍ축산 분야 이익은 10%에 불과하다.
그만큼 조합원인 농민과도 마찰이 잦아지고 있다.
제주도 농민 A씨는 2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그 어느 때보다 농촌 경쟁력 향상이 중요하건만 농협은 농민을 외면한 채 은행으로만 대우받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 로또 등 문어발식 사업 확대 =
문어발식 사업 확대도 논란을 빚고 있다. 종합금융회사로 탈바꿈한다며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농협은 최근 로또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대한통운과 외환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동아건설 인수 컨소시엄에 500억원을 투입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으며, 세종증권을 사들여 증권업계에 진출해 NH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바꾼 바 있다.
LG카드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가 실패했다. 앞서 올해 1월 현대야구단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가 농민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농협은 이미 남해화학 농협목우촌 등 2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이 중 7곳은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 경쟁력ㆍ내부통제 강화를 =
농협이 직면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정 회장 사태에 앞서 초대회장인 한호선 씨, 2대 회장인 원철희 씨가 모두 비자금 조성혐의로 구속됐다.
관치경영에서 벗어난다는 명목으로 88년 이후 민선으로 회장들을 뽑았지만 여전히 비리 오명을 떨쳐 버리지 못한 셈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최근 3년 새 농협중앙회와 회원농협 임직원들이 횡령한 사고금액은 700억원을 넘는다며 홍문표 한나라당 의원은 허술한 내부통제 문제를 꼬집었다.
정 회장은 실형을 확정받으면서 농협 임원 자격을 완전히 잃었고 새 선거가 곧 치러진다.
농협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농협은 농촌 활성화라는 본래 설립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강력한 경영쇄신 추진으로 경쟁력 높은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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