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지금 조직의 생존이 걸려 있는 ‘벼랑 끝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농협 수익의 원천이 되는 신용사업은 외국계 은행들의 잇따른 국내 진출로 시장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사업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경제사업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공판장과 도매시장의 역할이 점차 쇠퇴할 것이며, 대형 유통업체들은 농협을 배제한 채 산지 직거래를 확대하면서 지방 곳곳에 매장을 개설하고 있다. 또 미곡종합처리장(RPC)과 산지유통센터(APC)의 30~40%가 적자인 상황에서, 핵심 전문농업인들의 농협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농협의 위기는 경영과 사업 기반이 취약한 일선조합에서 먼저 시작돼 전 조합으로 확대되고, 이는 중앙회의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지금 가장 안타까운 점은 적지 않은 농협 직원들이 우리에게 닥칠 이 위기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위기 불감증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농협이 어려운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새농촌 새농협운동’이 무엇인지 아직까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임직원들이 많다. 이 운동을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났는데도 임직원들 사이에서 ‘새농촌 새농협운동’을 ‘농촌사랑운동’으로 알고 있거나, 두 운동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새농촌 새농협운동’은 ‘일선조합의 완전 자립경영 기반 구축’을 근본 목적으로 하는 운동이다. 그리고 중앙회는 21세기에도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경영체로 혁신해, 조합의 완전 자립경영 기반 구축을 전력 지원하는 것이다. 즉 ‘새농촌 새농협운동’은 조합의 완전 자립경영 기반 구축을 목적으로 농협 자체적으로 실천하는 운영대혁신 운동이다.

반면 농촌사랑운동은 도시민과 기업체 등 국민 모두가 관심과 애정을 갖고 농촌을 함께 지켜나가자는 범국민운동이다. 제2의 새마을 운동과 같은 것이다.

‘새농촌 새농협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회는 조직과 운영의 혁신, 신규사업 발굴 등을 통한 조합 지원역량을 강화하고 조합은 자율합병,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영기반을 확충해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절대 필요한 것은 임직원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무장하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운동체적 성격이 강했던 조직을 경영체로 전환하고 ▲사업 경쟁력 제고, 사업기반 확충 등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귀속되는 실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협동조합 운동에 있어 운동체와 경영체는 상호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 협동조합 운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운동달성의 수단인 경영을 잘해야 하며, 경영을 생각하지 않는 운동만을 위한 운동체는 있을 수 없다. 다시말하면 농협은 ‘운동체’ 기능을 수행하는 ‘경영체’가 돼야 한다.

‘새농촌 새농협운동’이 성공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앙본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는 농협 운영제도와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대표이사의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중앙본부를 마케팅 중심의 사업본부제 조직으로 개편해 책임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일선조합은 농업인 조합원의 실익증진을 도모하는 작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추진해야 한다. 농업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사업, 농업인에게 실익을 주는 사업을 발굴 실천해야 한다. 특히 약체조합들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자율합병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지역본부와 시군지부의 경우 지역에서 ‘새농촌 새농협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도록 지도·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직원들이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자체 실천과제를 도출할 수 있도록 토론회 개최를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