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르는 농협 개혁 방향은… 비대한 조직에 메스 회장 직선제 추진도 [08-01-08, 쿠기뉴스]

[2008.01.08 18:46]

차기 정부가 방만경영의 대명사처럼 불려온 농협을 손볼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고됐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농협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개혁 방안=농협이 인수위에 제출한 조직개편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반직군에 포함된 비정규직 1103명의 '금융 텔러'를 무기계약직 성격의 별정직으로 대거 전환하는 것이다. 인수위는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별정직이 추가로 840명이나 늘어난다는 점을 지적하며 개혁방안으로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농협측도 이같은 비판을 의식, 이미 지난달 18일부터 21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는 점을 인수위에 따로 보고했다. 중앙본부 5개 부서 통폐합은 중앙회 조직슬림화 차원에서 단행키로 했다. 또 신용부문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IB센터분사' 신설 등을 통해 책임 경영체제를 강화키로 했다. 인수위측은 자체 개혁방안 마련도 추진하고 있다. 인수위는 가장 먼저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 부조리의 근원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감사시스템이 회장에 의해 좌우되고, 회장은 조합장에 의해 선출돼 감독기관이 이해당사자가 되는 모순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단위농협의 불법 및 부실대출 문제 등이 계속 묵인돼 왔다. 또 중앙회를 농협법 정신에 맞게 '비사업 운동체'로 변모시키고,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부문을 가급적 빨리 따로 떼내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개혁 성공할까=출범 초 예외없이 농업개혁을 다짐했던 역대 정권의 모두 실패한 사례에서 보듯 차기 정부의 농협개혁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집권 초기 "농협이 센가, 내가 센가 보자"면서 농협개혁의 전의를 불태웠던 노무현 정부에서도 잘 이뤄지지 못했다. 막강한 농협중앙회의 힘 앞에 무기력하게 백기를 든 것이다. 농협개혁 과제 중 우선 순위로 꼽히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역시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까지 논의됐으나, 지난해에서야 비로소 분리 목표 시한을 2017년으로 정하는 정도의 결과만 도출했을 뿐이다. 하지만 인수위는 1∼3대 민선 회장이 모두 비리로 구속되는 오점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달 말 선출된 최원병 신임 회장이 이 당선인과 같은 경북 포항 동지상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농협개혁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것이라는 예상과 오히려 개혁 외풍을 막는 병풍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최 회장은 농협 정체성에 위배되는 사업과 조직은 통폐합하는 등 농협중앙회 대개혁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최 회장은 취임사에서 "농협중앙회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거대한 공룡조직이라는 오명을 벗고 회원농협에 힘이 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