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최원병 새 선장의 농협號 항로는?(08-01-09, 농수축산신문)

최원병 농협호(號)의 항로가 방향을 잡았다. 농협호의 최원병 신임 선장이 신년사에서 농협운영의 제1원칙으로 ‘농업인 조합원과 조합을 중심에 놓겠다’고 밝힌 게 그것이다.

임직원을 위한 농협중앙회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농협중앙회를 회원조합과 조합원에게 돌려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는 대목으로, 농협중앙회의 조직과 사업부문의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실제로 최 회장이 제시한 농협의 운영방향은 중앙회 내에 ‘회원농협 종합지원본부’를 신설키로 하는 한편 농협의 정체성에 위배되거나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이나 조직을 과감히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역농협과 축협 및 품목농협의 특성에 맞는 ‘맞춤식 회원농협 발전계획’을 수립해 건실한 발전을 도모하고, 회원조합 자금지원 시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농협의 유통사업은 숙명적 사업으로 인식하고 미곡종합처리장의 경영안정을 비롯해 유통·가공시설의 명품기지화, 5조원 규모의 ‘(가칭)회원조합 유통사업 발전기금’ 조성 등을 강력 추진하겠다는 게 최 회장의 계획이다.

최 회장은 또 신용사업을 농협 사업과 농업인의 실익 증진을 위한 수익센터로 활용하겠다고 제시해 돈 장사에만 주력한다는 농협의 이미지를 벗어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조합원을 위해서라면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당당한 농정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적절한 긴장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의 이 같은 농협중앙회의 운영방향은 농업 및 농협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현실인식에서 출발한 만큼 실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추진 중인 한·EU 자유무역협정,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 등에 따라 농·축산물의 수입이 확대되고, 도농간 소득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형유통업체의 산지 장악과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는 등 농업 및 농협이 위기라는 최 회장의 지론이 이를 말해 준다.

금융업종간의 진입장벽과 각종 규제 등이 완화되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후폭풍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최 회장의 위기론을 더욱 키웠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최 회장의 농협중앙회 운영방향은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된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추진동력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최 회장이 제시한 농협중앙회 운영방향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부문과 풀어내는 과정에서의 기술적인 부문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회원조합을 농협중앙회 운영의 중심에 놓더라도 평등개념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잣대’도 분명히 설정해야 하고, 원론적인 개념을 현실에 접목시킬 수 있는 유연함도 필요하다는 게 농협 주변의 시각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농협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에 떠밀린 개혁이 아닌 농협중앙회 스스로 개혁을 이끌어내야 농협중앙회의 역할론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길경민 기자(kmkil@afl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