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여 지역농협에 농민 238만여명 포괄

농촌지역뿐 아니라 도시농협 역할도 주목

우리 농업·농촌이 향후 10년간 경쟁력을 강화할 무기 중 하나는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일선조합이다. 25일 농림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촌 인구는 모두 343만3000여명. 이 가운데 약 238만여명이 전국의 1300여개 지역단위 농협과 축협, 품목조합의 조합원으로 활동 중이다.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 대부분이 포괄된 셈이다.

따라서 대다수 농민을 포괄하는 조직체인 농협이 제 역할을 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우리 농업·농촌의 경쟁력 또한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합 구조개선 속도 내야 = 지난 2003년 이후 농협중앙회는 경제·축산·신용 단위의 대표이사제 도입을 통한 책임경영을 추진하는 한편 지역단위에서는 조합구조개선을 추진 중이다. 부실한 영세조합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조합간 합병도 서두르고 있다.

농협은 2007년까지 부실적자 조합이 없는 완전자립조합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70%를 밑돌고 있는 중앙회 재정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조합의 비율을 올해까지 79.2%로 높이고 △2006년 90%선 △2007년까지는 100%까지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협은 지역조합을 자립정도에 따라 분류, 자립조합은 자율경영을 보장하고 경영상태가 취약한 조합은 경영진단을 통해 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미 지난해까지 전국 1298개 조합 중 합병 의결을 마친 조합은 모두 64개. 또 ‘조합구조개선법’에 따라 지난해 241개 조합이 시정조치를 받아 이 가운데 163개 조합이 시정조치를 이행했다. 올해까지 합병을 추진하는 지역조합은 100여곳이 넘을 전망이다.

◆농산품 브랜드화·판로개척 앞장서야 = 조합원들에 대한 단순 지원 역할을 벗어나 지역 농산물을 상품화·브랜드화하고 판로와 유통까지 개척해야 하는 것도 지역조합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충남 부여군 석성농협은 지역농협의 역할에 따라 농민들의 소득수준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석성면은 버섯과 토마토, 수박 등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농산물이 많이 나는 지역이다. 특히 양송이 버섯은 전국 유통량의 45%를 차지하는 주산지. 그러나 2002년까지만 하더라도 전국적 인지도가 없는데다 이를 상품화하지 않아 농가소득은 불안정한 상태였다.

이같은 점에 착안한 석성농협은 2002년 산지유통센터(APC)를 만들고 국내 최초로 양송이버섯의 수확 후 관리기술을 구축했다. 또 이 지역 양송이를 ‘생생양송이’ ‘황금송이’로 브랜드화하고 판매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버섯 맛을 좌우하는 보관온도를 맞추기 위해 예냉·저온유통 시스템을 갖추고, 서울 가락시장에 의존하던 판매처를 수도권과 지방 도매시장, 대형유통업체 등으로 다양화했다.

불과 2년 만에 석성농협이 생산한 양송이의 출하가격이 30% 이상 높아졌고 전국 양송이버섯의 시세 표준역할을 하게 됐다. 물론 양송이를 재배하는 240여 농가의 소득수준도 덩달아 치솟았다.

고진규 석산농협 조합장은 “지역 농작물의 재배특성과 시장상황을 잘 파악해 유통·판매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지역농협이 살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도시농협은 도-농 잇는 핵심고리 = 농촌지역 농협이 농산물 재배유통의 전진기지라면 도시지역 농협은 도-농을 잇는 핵심고리다.

지난해 자체 평가에서 도시농협 중 1위를 차지한 서울 관악농협은 농산물 판매와 도농교류의 전진기지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이미 80년대 초부터 국내 최초로 주부대학을 개설하고 농산물직거래장터를 운영했다. 이같은 경험을 살려 관악농협은 93년 농협의 첫 도시지역 상설매장인 농산물백화점을 연 이후 현재 3개의 농산물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 도시지역 거점 농협의 특성을 살려 전국 72개 농협·17개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어 농산물직거래를 통해 지난해에는 쌀만 78만포(20kg 기준), 2000대 분량을 판매했다.

관악농협의 올해 목표는 대형할인점에 뒤지지 않는 1만평 규모의 대규모 농산물백화점을 여는 것이다. 지역농민이 농산물백화점 인근에 며칠간 머물면서 재배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주민은 싱싱한 농산물을 생산자로부터 직접 살 수 있고 농민들은 유통단계를 줄여 제 값 받고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준식 조합장은 “도시지역에 웬 농협이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도시지역 주부들의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도시농협이 할 일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선우·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