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조직’ 농협 손본다… 중앙회장 직선제로 부조리 근원 제거 [08-01-02,쿠기뉴스

[2008.01.08 21:48]

이명박 정부가 방만 경영의 대명사처럼 불려온 농협에 대한 일대 수술을 단행할 예정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와 신용·경제사업 분리 방안 등 대대적인 농협 구조조정안을 추진할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개혁 방안은=인수위는 중앙회장 직선제를 심도있게 검토중이다. 농협 부조리의 근원을 없애겠다는 의도다. 현행 제도는 조합장에 의해 선출된 회장이 감사 시스템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감독기관이 이해당사자가 되는 모순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단위농협의 불법 및 부실대출 문제 등이 계속 묵인돼 왔다고 보고 있다. 인수위는 또 농협중앙회를 농협법 정신에 맞춰 '비사업 운동체'로 변모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농협 개혁을 주장해온 쪽에선 중앙회를 조사나 교육 등 '운동체적 기능' 조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해왔다. 아울러 경제와 신용 부문 사업을 회원인 지역조합을 지원하는 경제사업연합회 및 신용사업연합회로의 분리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분리 시기도 최대한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경제 사업 부문은 도매 유통 기능을 강화하고 조합 가공식품 판매 확대를 추진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인수위 관계자는 "농림부를 통해 농협 개혁 방안을 보고받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며 "이번 주말까지 추가 개혁 방안을 보고받기로 했으며, 아울러 인수위 차원에서도 강도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농협 개혁 성공할까=역대 정권이 출범 초 예외 없이 농업 개혁을 다짐했으나 모두 실패한 사례에서 보듯 차기 정부의 농협 개혁도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집권 초기 "농협이 센가, 내가 센가 보자"면서 농협 개혁의 전의를 불태우던 노무현 정부에서도 잘 이뤄지지 못했다. 막강한 농협중앙회의 힘 앞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나 다름없다. 농협 개혁 과제 중 우선순위로 꼽히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역시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까지 논의됐으나 지난해에야 비로소 분리 목표 시한을 2017년으로 정하는 정도의 결과만 도출했을 뿐이다. 하지만 인수위는 1∼3대 민선 회장이 모두 비리로 구속되는 오점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달 말 선출된 최원병 신임 회장이 이 당선인과 같은 경북 포항 동지상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농협 개혁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것이란 예상과 오히려 개혁 외풍을 막는 병풍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최 회장은 농협 정체성에 위배되는 사업과 조직은 통폐합하는 등 농협중앙회 대개혁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 회장은 취임사에서 "농협중앙회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거대한 공룡 조직이란 오명을 벗고 회원농협에 힘이 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