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지난 3월 말 진행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금고 수탁기관 선정 입찰. 시중은행 2곳이 도전장을 던졌지만 금고 운영기관은 농협의 몫으로 돌아갔다. 농협은 재단측에 출연금과 기부채납(건물) 등을 합해 기부금 60억원을 제안했다고 한다. 경쟁 시중은행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규모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단 예산을 받아 운용하면 은행이 건질 수 있는 이익이 2~3억원에 불과한 데도 무려 60억원을 써 내더라"며 "농협의 공격적인 베팅에 놀랐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금고 은행에 선정되기 위해 최대한 많이 써 낸다고 한 게 20억원 남짓이었다"며 "공공기관 입찰에 숱하게 참여해 봤지만 이번처럼 상식으론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 사례 2.
농협은 지난 달 20일엔 농수산물유통공사의 퇴직연금 운용주관사 3곳 중 1곳으로 선정됐다. 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 18개 금융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은행권에선 농협이 유일하게 입찰을 따냈다. 농협이 공사에 제시한 금리는 5% 후반대.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것저것 따져보니 수익률 5.5%를 써내기도 버겁다고 판단해 그보다 적게 제시했는데 농협 등 운용주관사로 선정된 3곳이 모두 5% 후반대 금리를 썼더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농협이 역마진을 감수하고 입찰을 따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농협의 공격적 행보를 보여주는 실제 사례들이다. 은행권에선 "'과당경쟁'과 '출혈경쟁'의 주범은 농협"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일부 시중은행 한 두 곳이 강력한 영업 전략을 구사했다면 최근 두 달 사이엔 농협이 특히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의 무차별적 영업은 공공기관 금고 수탁과 퇴직연금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예금금리는 높게 가져가고 대출금리는 낮추는 방식으로 사실상 전 영업 분야에서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에게 중도금 대출 등을 해주는 집단대출 시장 상황이 대표적이다. 은행업계에선 농협이 사실상 '노마진 세일즈'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집단대출시 가산금리를 1% 수준에서 정하면 은행 이익이 30bp(0.30%포인트) 정도 남는다"며 "농협이 제시하는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30bp 이상 낮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마진을 남기지 않고서라도 대출 고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증시에 상장한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자사주 취득을 위한 신용대출 입찰도 비슷한 사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이 매우 낮은 금리를 제시했고 시중은행들도 농협의 금리 수준에 맞추려 노력했지만 결국 우선협상대상자로 농협이 선정됐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이런 농협의 영업 행태가 2012년 3월 발효되는 개정 농협법에 따른 '신경분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한다. 신용(은행) 사업 부문 분리 후 시중은행과의 본격 경쟁에 대비해 '덩치키우기'와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4월 정보통신(IT) 전산망 사고로 고객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농협의 영업 전략이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본점 차원에서 마진에 구애받지 말고 영업을 뛰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IT 사태 이후 빠져나간 고객들을 재유치하고 신경분리를 감안해 자산을 늘리려는 전략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문제는 농협의 '제 살 깎기 식' 영업이 은행권 전반의 과당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이달 초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은행과 함께 농협 전략담당 임원을 불러 외형 위주의 대출 경쟁을 자제한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농협이 뒤늦게 뛰어들었다 데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처럼 최근의 공격적 영업이 또 다시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염려도 내놓는다.
금융감독당국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영업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즉시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형확대를 지양하고 리스크 관리를 집중 강화하는 게 당국의 기본 입장"이라며 "무리한 영업행태가 발견되면 규정을 어긴 부분이 있는지를 따져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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