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닷컴│황진희기자] ‘자취 감춘 윤리경영’
‘농민을 위한’ 농협이 횡령사고 무법지대로 변질되고 있다. 올 들어서만 12건의 금융사고, 최근 5년간 무려 276건에 달하는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사령탑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조직 장악력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2007년 12월, 최 회장은 ‘낙하산’ 논란과 함께 신임 농협중앙회장직에 올랐다. 취임 초기 최 회장은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해 비리척결에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농협이 과감하게 바뀌어야 한다’던 최 회장의 외침은 소리 없는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 회장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직원들의 횡령사고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 너도 하고 나도 하는 횡령?
한달 전인 지난 10월, 금융권이 발칵 뒤집히는 사고가 농협에서 발생했다. 농협중앙회 부산구포지점의 한 창구 직원이 3년6개월여에 걸쳐 무려 79억원을 횡령한 대형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엄청난 액수의 횡령사고는 고객으로부터 다른 은행에서 발행한 수표를 받아서 입금할 때 금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가령 10만원권 수표를 받고 서류에는 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기재한 뒤, 남은 90만원을 챙기는 식이다. 이런 방법으로 해당 직원은 하루 평균 930여 만원씩을 착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권의 충격이 컸던 것은 비단 79억원의 횡령 금액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은행에서 발행한 수표의 경우 해당 은행과 교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부만 확인하면 당장 횡령사실이 들통 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쉽게 밝혀질 수 있는 문제가 3년6개월간 수십억이 빠져나가도록 몰랐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이는 농협의 내부관리시스템의 문제를 넘어서 임직원의 윤리의식 자체에 커다란 문제점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됐다. 그리고 그 화살은 ‘내부 단도리’에 실패한 최 회장에게로 쏟아졌고 곧장 리더십 부재로 이어졌다.
이 사건을 비롯해 농협은 최 회장의 취임한 해인 2007년부터 올해 8월까지 내부 직원의 횡령건수가 무려 66건의 달하는 지경이다. 횡령금액은 총 101억4,900만원이고, 이중 회수가 어려운 돈은 44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성과금과 학자금지원, 자기개발비용, 명예퇴직금은 남부럽지 않게 지급된다. 심지어 금융위기 이후 고통분담 차원에서 2008년과 2009년 임원 임금을 삭감하고 직원 임금을 동결키로 했지만, 뒤로는 각종 비급여성 후생복지비로 삭감된 임금을 지급해 온 것이 국회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결국 비리가 만연한 임직원들에게 따끔한 채찍질조차 가하지 못할 만큼 조직 장악력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 농협이 횡령사고의 온상으로 변질된 데에는 리더십이 부재한 최 회장의 탓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 측은 이에 대해 “전국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조합)을 합하면 모두 6,000여 곳에 이른다”며 “타 금융기관에 비해 지점 수가 월등히 많은 것을 비교하면 사고가 많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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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NH농협 본사/ 2. NH농협의 윤리경영>